시사 67

절반으로 잘려진 나무

새소리가 시끄럽다고 자기 집 가까이 서 있는 이웃집 나무 중 경계선을 넘어온 부분을 절반으로 잘라버린 사진이 뉴스에 나왔다. 영국에서 일어난 일인데 법적으로 하자는 없다고 하지만 세로로 정확히 절반으로 잘린 나무가 시사하는 바가 커서 지역 명소가 되었다고 한다. 사랑을 나누면 배가 되고 촛불은 불씨를 나눠서 주위를 더 밝게 만든다. 동물도 서로 돕지 않으면 생존할 수 있는 확률이 낮아진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아는데, 이타심은 인간만이 가지는 고도 지능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행동을 보면 혼자 잘살겠다고 가르고 있는 경우가 많으니 조금은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지저귀는 새소리나 산속을 흐르는 계곡물 소리도 듣는 이의 마음 상태에 따라 소음으로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자신의 생각만이 옳다고 선을 ..

시사 2021.08.28

작은 규제, 큰 자유

최근 탈레반이 자국 여성들에게 전신을 가리는 복장인 부르카 착용을 강제하는 것이 국제뉴스가 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팬데믹 상황에서 마스크 착용 문제를 두고 사회가 찬반으로 갈려 시끌벅적하다. 무엇을 입고 벗는 것은 개인의 자유라는 주장과, 정당한 이유가 있다면 강제할 수 있다는 주장이 충돌하는 형국이다. 이러한 문제는 우리가 사회적 동물로서 직면할 수밖에 없는, 개인의 자유와 사회적 약속에 따른 규제 간의 갈등에서 비롯된다. 근본적으로 입고 벗는 것은 개인의 자유선택이다. 추우면 입고 더우면 벗으면 된다. 로빈슨 크루소의 생활이 그랬다. 하지만 그가 고향으로 돌아온 후의 삶은 달라진다. 실용성 외에 그 당시 사회에서 허용되는 기준에 맞는 옷을 입어야 한다. 노출정도, 신분에 따른 복장, 특정 집단에서 요..

시사 2021.08.27

원주민 기숙학교 2:사과를 먹자

전형적인 가부장적 사고를 가진 어느 가장의 이야기. 나이도 이제 중년을 지나 노년을 향해 가는 때라 친구의 권유로 자기개발 과정을 수강하게 되었고 강사로부터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것의 중요성에 대한 강의를 듣고 나서, 자신과 가장 가까운 가족에 대한 경우 생각해 보니, 며칠 전 사소한 일로 아들에게 큰소리 친 것이 마음에 걸려 사과를 결심하게 되었다. 하지만 생전 하지 않던 행동을 하기가 어디 쉬운가? 멋쩍고 자존심도 상하고… 고민 끝에 집으로 가는 길에 가게에 들러 사과를 한바구니 사서 가족 앞에 펼쳐 놓고 어리둥절해 하는 아들을 향해 큰 소리로 외쳤다고 한다. “아들아, 나의 사과를 받아라.”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상대에게 용서를 구하는 것은 쉽지 않다. 자기의 잘못을 인정하기 싫은 교만..

시사 2021.08.26

원주민 기숙학교 1:그릇된 믿음과 깨어있음

모 회사 중역으로 일하시던 분이 길을 가다가 쓰러졌다. 급히 병원으로 후송되어 전문의사의 진단을 받았는데, 그 의사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하는 말, “요즘 흔치 않은 병인데… 영양실조로 인한 결핵성 늑막염입니다.” 한가지 더 놀라운 사실은 그분의 아내가 모 대학 식품영양학과 교수라는 사실이다. 가까운 지인으로부터 들은 이야기인데 지어낸 이야기는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 참고로 쓰러지신 그분은 아내말을 충실히 따르는 애처가였다는 후문이 있었다. 커피의 효능을 구글에서 검색하니 제목이 여러 페이지를 걸쳐 나온다. 반대로 부작용을 검색하니 역시 제목만 여러 페이지가 넘는다. 세상 어느 음식이 몸에 좋기만 하거나 반대로 나쁘기만 하겠는가? 수 억원에 사서 먹기도 하는 산삼도 과용하면 탈이 난다고 한다. 아는..

시사 2021.08.26

단풍이 아름다운 사회 2

더 나은 삶을 위해 캐나다로 이민 왔지만 아직도 못내 아쉬운 것이 한국의 단풍, 그 중에서도 형형색색으로 물드는 설악산 단풍을 직접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단풍은 사계절이 있는 온대 지방에서도 일교차가 심한 계절에 더 아름답게 물든다. 한국은 지형상 대규모 인공 조림지가 적어 다양한 수종의 단풍이 자연과 어우러져 물들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질펀한 정글 같은 느낌이 드는 캐나다 단풍보다는 한국 단풍이 더 예뻐 보인다. 자기와 다른 종이 우글거리는 곳에 서슴없이 들어갈 수 있는 동물은 인간 밖에 없다고 한다. 예로부터 어울려서 협력할 수 있었기에 신체적으로 연약한 인간들이 살아남을 확률이 높아졌고, 남의 생각을 받아들여서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는 사고가 창조적 문명 건설의 원동력이 되었다. 하지만 얼굴 모..

시사 2021.08.26

단풍이 아름다운 사회 1

흔히 미국과 캐나다 사회를 비교할 때 melting pot과 모자이크 사회로 비유한다. 용광로는 모든 것을 다 녹여서 새로운 것을 만들고, 모자이크는 여러가지 다른 모양의 조각과 색깔이 모여서 조화로운 형태의 그림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과 캐나다 사회가 용광로와 모자이크의 속성을 바탕으로 유지되고 있는지는 단언하기는 어려워도 국민의 상당수가 이와 같은 비유에 공감하는 것으로 보아 최소한 그들이 지향하고 있는 가치관의 방향만은 이러한 속성을 향하고 있음을 느낀다. 용광로 속 광석은 원래의 모습을 유지할 수 없다. 오로지 최종 제품이 추구하는 가치를 구현하기 위해서 자신을 변화시켜야 한다, 미국인 다운 미국인이 되지 않으면 그 사회 안에서 존재하기 힘들어진다. 용광로 안에 들어가는 모든 것들의 개..

시사 2021.08.25

경적보다는 깜박이가 필요한 사회

[이런 얘기, 저런 얘기] 경적보다는 깜박이가 더 필요한 사회 도로를 운전하다 보면 필요 이상으로 자주 듣게 되는 소리가 자동차 경적 소리다. 그다지 위험한 상황은 아닌 것 같은데 빨리 출발 안 한다고 빵~, 본인 차 앞에서 차선을 변경한다고 빵빵~. 반면에 사고 예방을 위해서 꼭 필요한 방향지시등, 일명 깜박이를 제대로 사용하는 운전자는 좋게 봐줘서 얼추 50% 이하인 것 같다. 경적은 위험한 상황임을 다른 이에게 알리는 수단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본인의 기분이 상했음을 알리거나 상대에게 위협을 가하기 위한 수단으로 더 많이 사용되고 있다는 것에 운전을 해 보신 분들은 대부분 공감할 것으로 생각된다. 사회가 공격적인 분위기로 변해가고 있다는 우려가 드는 한가지 이유다. 깜박이를 켜는 것은 다른 이에게 ..

시사 2021.0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