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85

날선 촛불

마음이 들끓고 열이 정수리로 치솟을 때 촛불을 보면 진정된다. 촛불을 들고 있는 자의 이미지는 폭력과는 거리가 멀다. 촛불의 속성을 생각해 본다. ♥심지가 있다. 마음속에 가지고 있는 의지나 뜻을 의미하는 심지((心志)와 동음이다. 심지에 불을 붙여 자 신을 태우고 어둠을 밝힌다. ♥휘황찬란하지 않다. 어둠과 같이 있어 더 돋보인다. ♥가진 불꽃을 나누어도 자신의 빛은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주위가 더 밝아진다. ♥조용하고 부드러우며 끊임이 없다. ♥뜨거운 불을 안고 있지만 먼저 남을 데이게 하지 않는다. ♥보살피는 마음을 일으킨다. 촛불을 드는 순간 모두 가슴 가까이 대고 손으로 바람을 막는다. ♥제할 일을 다하면 그냥 없어진다. “날선’이란 형용사를 촛불 앞에 붙이는 것은 부자연스럽다. 군중 집회를 할..

시사 2021.10.28

장님이 코끼리를 아는 방법

‘장님 코끼리 만지기’란 말이 있다. 사물의 어느 한 부분을 아는 것으로 전체를 아는 것처럼 행동하는 것을 꾸짖는 말이다. 어차피 우리는 사물의 전체를 완전히 알기는 어렵다. 사과를 예로 들어봐도, 사과의 모양과 맛은 대충 알아도 그것을 이루고 있는 성분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사과라는 과일이 속해 있는 식물의 분류표, 성장 메커니즘 등등 따지고 들면 우리가 사과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사과 전체 중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음을 알게 된다. 아인슈타인은 말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은 원의 내면과 같아서 알고 있는 부분이 커지면 모르는 바깥 부분은 더 커진다고… 맞는 말이다. 우리는 어차피 무한대의 우주만물에 대해서 눈뜬 장님이다. 장님이 코끼리를 만지는 것으로 코끼리 전체의 형상을 파악할 수 있는 방..

시사 2021.10.27

영웅 만들기

난세에 영웅이 난다. 영웅이 난세를 기다렸다가 홀연히 나타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 영화에서, 미행정부가 4형제 모두가 전장에 참여한 라이언가의 마지막 생존자 라이언 일병을 구해내라는 지시를 한 목적이 자녀 네 명을 모두 저 세상으로 떠나보낼 수도 있는 부모의 마음을 헤아린 것으로만 볼 수 있을까? 시청자들마다 영화에 대한 이해는 다르겠지만 미국이 유독 잘하는 것 중 하나인 ‘영웅 만들기’가 그 영화의 바탕에 한 자락 깔려 있음이 나는 느껴진다. 이러한 영웅은 태어나는가? 만들어지는가? 아니면 태어나서 만들어지는가? 이순신 장군은 어릴 때부터 나라를 걱정하고 문과 무를 꾸준히 연마하며 때를 기다렸다고 한다. 태어날 때 부모로부터 총명한 머리와 바른 심성, 건강한 육체를 타고 났다...

시사 2021.10.23

말로 엿본다

세상에서 말이 사라진다면? 생각보다 심각한 문제들이 발생할 것 같다. 사람과의 관계를 유지시키는 수단 중 가장 확실하고 빈번하게 사용되는 것이 말이기 때문이다. “말은 마음의 초상(肖像)이다” 16세기 폴란드의 소설가 미콜라이 레이가 한 말이다. 사람마다 구사하는 말이 다르고, 변하기도 하고, 유행도 탄다. 개인의 말하는 습관과 그 사회에서 유행하고 있는 말을 보면 그 내면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범위를 좁혀 우리 주변에서 관찰되는 형태 중 염려스러운 것들에 대해 생각해 본다. 강해지고 거칠어진다. ‘조심’이 ‘쪼심’로 발음되고, ‘부순다’면 충분한데 굳이 ‘까부순다’를 써야 직성이 풀린다. 부대끼며 사는 이들의 격해진 감정을 엿보는 것 같다. 단축형 문장의 유행. ‘방가’가 대표적이다. 통신 용어에 ..

시사 2021.10.22

내로남불과 진정성

뉴욕 타임지에 ‘Naeronambul(내로남불)’이라는 신조어가 실렸다고 한다. 한국 여당이 재보궐 선거에서 참패한 원인으로 소개한 것이라고 하는데, 영어식 ‘double standard’ 정도로 번역하지 않고 원어 그대로 소개한 것을 보면 한국 정치 수준을 콕 집어 비웃는 듯한 의도가 느껴져서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사실 보통의 사람은 ‘내로남불’한다. 예수님도, 인간들이 자기 눈의 들보는 보지 못하고 남의 눈에 있는 티만 본다고 나무라셨다. 자신에게는 관대하고 남에게는 엄격한 것, 자신은 합리화하고 남에게는 날선 비판을 아끼지 않는 것은 근본적으로 본질에 대한 몰이해 때문에 가능해진다. 사안의 본질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부족하거나 의식적으로 본질을 오도함으로써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식 해..

시사 2021.09.27

New Norm

사회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인간이 행동하거나 판단할 때에 마땅히 따르고 지켜야 할 가치 판단의 기준인 규범(Norm)이 필요하다. 규범은 그 조직에서 생활하는 조직원들의 합의에 의해서 만들어 지고 적용된다. 우리가 겪어보지 못했던 Covid19 사태로 인해서 규범에 대한 관심이 증대함과 아울러 여러 부분에서 기존 규범의 재 정립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다. 구체적인 사례로서, 공익을 위해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는 생각과 개인의 자유 속박이라는 견해의 충돌, 개발되어질 백신 가격을 시장 원리에 맡겨야 할지 아니면 정부에서 가격 통제를 해야 할지 여부 등이다. 이 외에도 우리 생활 여러 곳에서 규범에 대한 견해 차이가 많이 발생하게 되고 이러한 차이로 인한 혼란과 사회 분열을 방지하기 위해서 예상..

시사 2021.09.24

개념 혼동 사회

‘일이나 어떤 사물 현상에 대한 일반적인 지식.’ 개념(Concept)에 대한 사전적 정의다. 우리는 많은 경우 개념을 혼동하며 살고 있다. 뷔페 식당에서 아이가 통로를 마구 뛰어다니고 있다. 접시를 들고 음식을 고르던 손님들이 불편해 한다. 아이의 부모는 그런 모습을 대견한듯 바라보고 있다. “아이는 기를 살려서 키워야 해.” ‘기를 살리는 것’과 ‘버르장머리 없음’의 개념 혼동이다. 나는 주관이 뚜렷한 사람이라는 자부심 하나로 남의 말을 잘 듣지 않고 자신의 생각대로만 일을 추진하는 리더도 있다. ‘주관’과 ‘아집’, 자부심’과 ‘교만’의 혼동이 섞여 있다. 이와 같이 개념을 혼동함으로써 생기는 개인적, 사회적 손실이 크다. 예의 바르게 자라야 할 아이가 버르장머리 없는 아이가 되고 나중에 커서 사회..

시사 2021.09.22

이기심을 먹고 사는 바이러스

개인의 자유와 집단의 이익과는 충돌이 일어날 수 있다. 사회 전체로 보아서는 바람직한 것이나 그것이 개인의 자유를 속박하는 경우 어느 것을 우위에 둘 것인가 하는 문제는 쉽게 결정하거나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제로는 그 사회의 문화 혹은 주된 가치관에 의해서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최근의 백신 사태의 예를 들어보자. 과학적 분석과 노력에 의해서 현 팬데믹 상황을 종식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백신이라는 결론에 도달했고 국민 대부분이 최단 시간내 백신을 접종해야만 팬데믹 상황을 극복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백신을 맞은 후 항체 형성율이 최소 60% 이상이다, 부작용은 거의 없다 등등의 과학적인 통계보다는 내가 수십만 분의 일 가능성으로 운 나쁜 사람이 될 수도 있다는 심..

시사 2021.09.12

가짜뉴스

‘오보는 언론사가 어떤 사실을 보도했는데 내용상 사실 관계가 잘못된 경우를 말한다. 반면 가짜 뉴스는 누군가 특정 목적을 위해 사실이 아닌 것을 뉴스의 형식으로 만든 것이다. 보통 오보가 실수에 기인한다면 가짜뉴스는 실수가 아니라 애초부터 의도를 갖고 만들어지는 것이다.’ 필자가 자료를 찾아보고 나름대로 정리한 가짜 뉴스의 정의다. 최근 가짜 뉴스란 용어가 부쩍 많이 사용되고 실제로 가짜 뉴스로 짐작되는 소식들이 귀에 자주 들린다. 시비지심(是非之心)까지 거론하지 않더라도 진짜와 가짜를 가리는 일은 인간사에서 매우 중요한 일이다. 사슴이 말이 되고 선한이가 악한으로 뒤바뀌는 세상은 제대로 된 세상이 아니다. 오보가 실수에 의한 것이라면, 실수한 자가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사과하면 대략 마무리된다. 하지..

시사 2021.09.10

매년 피어나는 쓰레기 꽃

자세히 보면 모두가 쓰레기다. 한번 사용하고 버린 천막이 주종을 이룬다. 최근 영국 레딩에서 열린 뮤직페스티벌에 100만명 넘는 참가자들이 몰렸고 행사가 끝난 후 그들이 머물렀던 텐트와 쓰레기를 그대로 놓고 간 것이라고 한다. 세계적인 뮤지션들이 공연한 페스티벌이니 참 좋은 음악을 듣고 즐겼을 관중들이 남긴 흔적이 너무 처참하다. 2014년 8월 16일 프란치스코 교황 서울 방문 시 수십만명의 군중이 모여 거행된 시복식 후 광화문 광장이 깔끔하게 치워진 뒷모습이 기사화된 것을 본 적이 있다. 무엇이 이러한 극명한 차이를 가져왔을까? 첫번째는, 한국인의 질서의식과 교양 수준이 영국인 보다 높기 때문이라는 가정이다. 한국인은 기분이 좋은 가정일지 몰라도 선진국임을 자처하는 영국인의 입장에서 본다면 동의하기 ..

시사 2021.0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