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자연 9

Thanksgiving

이곳 올해 10월 10일은 Thanksgiving Day다. '주심에 감사' 이리저리 둘러보니 공짜로 넉넉하게 받는 것이 많다. 내가 좋아하는 자연만 봐도 그렇다. 깨끗한 하늘과 나무 수정같이 맑은 물과 이를 안전하게 담아주는 바위 노가 물에 부딪치는 소리마저 조심스러운 고요함 활활 타오르는 장작불멍 때릴 수 있는 여유 그저 받은 것이 많다. Thank you very much다. 2022년 10월 Bon Echo Provincial Park에서

단상/자연 2022.10.09

2022년 첫 단풍 구경

올해 첫 단풍 구경 하이킹 다녀왔다. Algonquin Provincial Park. 아직은 50% 정도 단풍 들었고, 4~5일 후면 절정일 것 같다. 마지막 생의 절정기는 길어야 1주. 이후 바닥에 깔려 다시 태어난 곳으로 간다. 좋은 경치 구경할 기간은 길어야 1년에 한달 앞으로 Maximum 15년 내 발로 씩씩하게 산 정상에 오를 수 있겠지. 15개월 남았네. 미친듯이 즐겨야겠다.

단상/자연 2022.10.02

캐나다 구스

캐나다 구스( Canada goose)는 북아메리카에 서식하는 대형 야생 기러기(거위)의 일종이다. 일반 사람들에게는 다운자켓의 충전용 털을 제공하는 새로 많이 알려져 있다. 원래는 겨울이 되면 남쪽으로 이동하는 철새다. 내가 살았던 캐나다 중부지역에 있는 작은 도시는 남쪽으로 내려가는 캐나다 구스가 거쳐가는 지역이라서 10월에서 11월 사이 약 한달간은 주변의 호수와 밭이 온통 이 새로 뒤덮이는 장관을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겨울철 토론토에서도 십여마리씩 무리 지어 머물고 있는 구스떼를 볼 수 있다. 남쪽으로 가야했을 철새가 이동을 포기하고 텃새화 되고 있는 것이다. 새를 연구하는 과학자들도 인정하고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가야할 곳을 가지 않는 모습을 보니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텃새..

단상/자연 2021.10.25

캐나다 숲, 물 그리고 단풍 3

나도 배 한척 갖고 싶다. 손으로 노 젓는 작은 배. 온갖 색깔을 다 품고 있는 호수, 호수... 시골 동네 공원도 참 잘 다듬어 놓았다. 선진국의 기준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흐린날 저녁 무렵. 수묵화가 연상된다. 이곳에 혼자 앉으니 조금 현기증이 났다. 물과 하늘, 땅의 완벽한 균형 흐르는 계곡이 자연을 살아 숨쉬게 하는 핏줄 같다는 생각이 든다. 바위를 움켜쥐고 견뎌온 긴 세월이 참으로 장하다. 캠핑장. 야생 동물이 출몰해서 음식물은 별도 철제 보관함에 넣어 둔다.

단상/자연 2021.10.11

캐나다 숲, 물 그리고 단풍 2

바다가 아니고 호수다. 그러니 민물이다. 발 담그기가 미안하다. 왕복 8시간 달리는 단풍관광 열차. 최신식이 아니어서 더 정겹다. 300 계단을 올라서 본 전망대 경치. 어느 한국 노인분이 계단 오르다 쓰러지셨는데 괜찮으신지 걱정된다. 그림 속에 구슬을 박아 놓은 것 같다. 아침 안개 속. 잘 안보이니 더 보고 싶어진다. 정원 연못 같은 느낌을 주는 곳. 자리 깔고 누워 하늘을 봐야겠다. 청자빛이라고 해야하나? 더 나은 표현이 생각나지 않는다. 유구한 세월이 깍아 만든 모습. 그 언제 누군가가 이곳에 서 있었겠지... 참 이쁜 호수. 바닥이 단지형이라 깊이에 따라 수온이 달라져서 물빛이 다양한 호수. 생태계 보존을 위해 낚시, 수영, 뱃놀이가 엄격히 금지되고 있다.

단상/자연 2021.10.11

캐나다 숲, 물 그리고 단풍 1

끝없이 이어지는 단풍길 드라이빙 재미가 쏠쏠하다. 숲, 물 많은 나라가 부럽다. 미래에는 물 전쟁 걱정한다던데... 한국 다도해 풍경 같지만 호수다. 그러고 보니 나무도 소나무 같다. 나만의 해변을 갖는 꿈. 그런 욕심과는 어울리지 않는 풍경이다. 도시와 가깝지만 사람의 발길이 자주 닿지않아 조금 으스스한... 곰도 나올 것 같다. 도대체 몇년을 갈고 닦여야 이렇게 될까? 저 수평선이 어느 호수의 한자락이라니... 땅이 넓고 깊으니 물도 힘세다. 이런 물살을 거슬러 올라가서 알을 낳고 기꺼이 죽는 연어들. 어미는 새끼를 보지 못하고 새끼도 어미를 결코 못보는 숙명을 지닌 고기. 숙연해 진다. 관광철인데도 사람의 자취가 없는 자연. 그래서 자연이 숨쉬나 보다. 그들을 딛고 서 있는 내가 조금 미안하다. 땅..

단상/자연 2021.10.11

잡초찬미

3달전 새집으로 이사했다. 집을 구할 때 뒤뜰이 제법 넓고 큰 나무가 몇 그루 있어서 산속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으로 다가왔다. 나무 아래는 그늘이 져서 잔디가 잘 자라지 못한다. 그래서 뒷마당에는 산속 트레일을 걸을 때 밟히는 온갖 잡초가 잔디와 반반 씩 영역을 나누어 자란다. 인간은 자신이 좋아하는 몇몇 식물들에게만 이름을 붙여 부르고 나머지는 그냥 뭉뚱그려 잡초라고 부른다. 하지만 비료 주고 김 매주는 잔디는 쉽게 시들고 잡초는 뽑고 잘라도 끈질기게 되살아난다. 약초 캐는 사람들이 선택하는 식물들도 잔디만 가꾸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면 잡초다. 하지만 잔디 먹고 병 나았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인간이 자연 생태계를 교란하는 것 중 하나가 단일 작물을 대량으로 재배하는 것이라고 ..

단상/자연 2021.09.01

천의무봉(天衣無縫)

요즘 봄 하늘이 참 맑고 깨끗하다. 천의무봉이란, 시문(詩文) 등이 일부러 꾸민 데 없이 자연스럽고 아름다우면서 완전하거나, 사물이 완전무결함을 이르는 말이다. 나는 천의무봉이란 사자성어에서 간섭 받지 않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낀다. 재봉한 자국이 없는 그냥 그대로의 하늘 옷의 아름다움을, 여러 조각을 덧대 만든 인간의 옷이 흉내 낼 수 있을까? TV 토론장에 나온 연사가 Covid19 사태를 인간의 욕심이 만들어낸 재난으로 설명하면서, 대한민국 국민이 과연 1년에 1번 이상씩 해외 여행을 할 필요가 있었을까 라는 질문을 던졌던 것이 기억된다. 지금까지 내 생각에 해외 여행은 좋은 것이라는 등식이 성립되어 있었다. 견문을 넓히고 관광산업도 활성화된다 등등의 나름대로 논리적인 이유 뒷면에 숨어 있었던, 인..

단상/자연 2021.08.28

별라

집 뒤뜰에 동물들이 자주 놀려온다. 다람쥐, 새, 스컹크, 이웃집 고양이. 가끔씩 라쿤도 보인다. 도심이지만 비교적 큰 나무들이 있는 조용한 곳이어서 그렇겠지만 주인의 심덕이 후해서 그럴 것이라는 나름 좋은 생각도 해본다. 며칠 전 그동안 뜸했던 덩치 큰 라쿤 한 마리가 대낮에 뜰 중앙에 서 있는 큰 전나무를 타고 천천히 내려오는 모습을 보았다. 통상 밤에 몰래 왔다 가는 놈인데 대낮에 나타난 것이 이상해서 자세히 보니 움직임이 많이 다르다. 내려오는 모양새가 불편해 보인다. 속도도 늦고… 떨어질까 조심하는 것 같고 입에 약간의 거품도 보인다. 무엇보다 평소와 다른 점은 사람이 가까이가도 놀라거나 도망갈 기색이 안 보인다는 점이다. 마치 인간이 다가오는 것을 모르는 것처럼. 다 내려와서는 마당을 이리저리..

단상/자연 2021.0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