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86

매년 피어나는 쓰레기 꽃

자세히 보면 모두가 쓰레기다. 한번 사용하고 버린 천막이 주종을 이룬다. 최근 영국 레딩에서 열린 뮤직페스티벌에 100만명 넘는 참가자들이 몰렸고 행사가 끝난 후 그들이 머물렀던 텐트와 쓰레기를 그대로 놓고 간 것이라고 한다. 세계적인 뮤지션들이 공연한 페스티벌이니 참 좋은 음악을 듣고 즐겼을 관중들이 남긴 흔적이 너무 처참하다. 2014년 8월 16일 프란치스코 교황 서울 방문 시 수십만명의 군중이 모여 거행된 시복식 후 광화문 광장이 깔끔하게 치워진 뒷모습이 기사화된 것을 본 적이 있다. 무엇이 이러한 극명한 차이를 가져왔을까? 첫번째는, 한국인의 질서의식과 교양 수준이 영국인 보다 높기 때문이라는 가정이다. 한국인은 기분이 좋은 가정일지 몰라도 선진국임을 자처하는 영국인의 입장에서 본다면 동의하기 ..

시사 2021.09.06

낙타 등에 지푸라기를 얹다

짐을 잔뜩 실어도 꿋꿋이 버티던 낙타가 한계점에 도달하면 마지막으로 지푸라기 하나를 얹는 순간 주저 앉는다. 무엇이든 한계에 도달하면 작은 충격에도 무너지게 된다는 것을 표현하는 말이다. 지금 미국이 불타고 있다. 경찰의 과잉 제압에 의해 흑인이 사망한 것이 표면적인 이유지만 그동안 누적된 인종차별 불만,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인한 스트레스 누적, 소외 계층의 박탈감, 국가 리더의 대립 구도 조장 리더십 등이 복합된 사회적 불만이 이번 흑인 사망 사건이 도화선이 되어 폭발한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인 것 같다. 완전하게 공평한 세상은 묘지 안에서만 존재한다는 자조에 가까운 말이 있다. 인간 세상의 굴러가는 이치가 불공평에 바탕을 둔 것인지도 모르겠다. 능력위주의 사회가 정의로운 사회이고, ..

시사 2021.09.04

건강한 사회

언젠가 손 세정제 홍보 부스에서 제품 테스트를 해 본적이 있다. 세정제로 손을 씻고 특수 전등 불빛을 쪼이면 세균이 있는 부분은 푸른색으로 보여서 세균 잔존 여부를 확인할 수 있었다. 한가지 놀라운 사실은, 세정제로 나름 열심히 씻었는데도 많은 부분, 특히 손가락 사이는 여전히 푸르뎅뎅한 색을 보여서 속으로 섬찟했던 느낌이 기억난다. 수시로 달라붙는 균 이외에도 사람의 몸에 항상 기생해서 살고 있는 균은 대략 39조 마리가 된다고 한다. 이처럼 우리는 항상 균을 달고 살지만 건강한 사람이 대부분이다. 세균과 공생하는 것이 일상인 셈이다. 코로나 치료약이나 완벽한 백신 개발을 모두가 목을 빼고 기다리고 있다. 국가의 대통령 생명을 코로나 바이러스가 쥐고 있다는 웃지못할 이야기도 돌아다닌다. 과연 코로나 바..

시사 2021.09.02

분노의 닌자 칼

미군이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 공항 밖에서 일어난 자살 폭탄 테러에 대한 보복으로 일명 ‘닌자 폭탄’로 불리는 초정밀 암살용 미사일을 사용하여 급진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 테러 기획자를 암살한 현장 사진이 신문에 실린 것을 보았다. 6개의 칼날이 찢고 들어간 자국이 선명한 차량의 잔해를 보면서, 사건의 전말에 대한 이해 보다는 안에 앉아 있었던 암살 대상자가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말초적 호기심이 앞서는 것을 느끼고 나 자신이 조금 민망해졌다. 난민 철수를 돕던 자국의 꽃 같은 청춘 13명이 죽고 많은 병사들을 다치게한 적을 향해 분노의 눈물을 흘리며 복수를 다짐했던 강대국 대통령의 약속이 이행된 것이니 여론은 암살 실행에 대해 우호적인 것 같다. 대통령도 이와 같은 보복 작전이 한번으로 끝나지..

시사 2021.08.30

비자발적 과묵형 시민

온 동네가 개구리 울음소리로 시끄러워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우물을 퍼냈더니 개구리 5마리가 나왔고 이를 처리하자, 따라 울었던 나머지 개구리들도 울음을 그쳐 동네가 다시 조용해졌다고 한다. 물론 지어낸 이야기지만, 사회를 주도하는 여론이라는 것도 실상은 목소리 큰 소수에 의해 주도될 수도 있다는 것을 비유한 것으로 이해된다. 9월 20일 캐나다 조기 총선이 실시되어 하원의원이 선출되고 본 선거의 결과에 따라 총리도 결정된다. 특별한 변수가 없다면 이들이 앞으로 4년간 캐나다를 이끌 실질적인 리더가 될 것이다. 민주적인 정치제도가 정착된 선진국에서 특정 인물 혹은 정당에 의한 독주는 어렵다 할지라도 법으로 허용된 범위내에서는 선출된 리더가 결정한 방향대로 국정이 운영되고 국민들은 그들의 결정을 믿고 따를 ..

시사 2021.08.30

우리 모두 일류가 되어야 한다

기업은 2류, 행정은 3류, 정치는 4류. 며칠 전 돌아가신 이건희 회장이 생전에 이 말씀을 하셨다가 정치하는 자들로부터 알게 모르게 곤욕을 많이 치렀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삼성에 몸 담았던 나도 이 이야기에 관련된 더 이상의 자세한 내용은 못 들었지만 나름대로 내 생각을 보태어 전체 스토리를 완성시켜 본다. 인생에는 일류 이류와 같은 구분이 의미 없지만 기업은 다릅니다. 사람의 삶의 가치는 주관적이지만 기업은 운동 경기와 같이 규칙하에서 서로 경쟁하는 것이기 때문에 등수가 분명히 존재합니다. 일류 기업만이 살아남는 시대입니다. 글로벌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예전과 같이 한 지역에서 큰 소리 치는 기업은 생존하기 어렵습니다. 아무리 애국심에 호소해도 코가콜라의 한국 진출을 칠성사이다가 막을 수는 없습니다...

시사 2021.08.30

쓰레기통이 쓰레기를 부른다

부자가 친구를 초대해서 깨끗하고 으리으리한 집자랑을 하자 초대받은 친구가 그 부자의 얼굴에 침을 뱉으며 하는 말, “이집이 너무 깨끗해서 뱉을 곳이 없어 그나마 자네 얼굴이 제일 더럽기에 어쩔 수 없었네.” 그리스의 철학자 디오게네스의 일화다. 이야기가 전하는 메세지는 익히 알려져 있을 터이나, 조금 다른 생각을 해보면, 만약 그 부자의 얼굴조차 더러워 보이지 않았다면 친구는 침을 뱉지 못했을 것이다. 캐나다의 쓰레기통 인심은 후하다. 내가 살았던 도시에 있는 한 동네 해변은 그 길이가 1km가 채 안 되는데 대형 쓰레기 통이 무려 30개 가까이 비치된 것을 본적이 있다. 30~40m 마다 다 차지 않은 큰 쓰레기통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변 이곳 저곳에서 버려진 쓰레기를 발견할 수 있었다. 쓰레기통이 쓰..

시사 2021.08.29

다수의 소실점이 존재하는 사회

요즘 유투브 강의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교수님이 자기는 소실점을 바꾸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한다. 중학교 미술 시간에 들어본 기억이 있는 단어다. 미술 선생님이 그림을 그릴 때 원근을 표현하게 되면 그림의 구도가 한점으로 모이게 된다고 하셨던 것 같다. 그 교수님이 하신 말씀의 뜻은, 사회 구성원 대다수가 지향하는 것에 무조건 추종하지 않고 나름대로 최선이라고 판단되는 다른 방향의 가능성을 모색하고 제시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것으로 이해된다. 다수의 횡포를 견제할 수 있는 소수, 아무도 일아 주지 않았던 천재의 발상도 새로운 소실점을 발견하려는 개인의 노력이나, 다수의 소실점이 존재할 수 있다는 생각이 존중받는 사회에서만 가능한 것이 아닐까? 대법원의 판결은 다수결의 원칙이 철저히 지켜진다. 하..

시사 2021.08.28

먹방 유감

옛 어르신 말씀 중 내 논에 물 들어가는 것 볼 때와 자식 입에 밥 들어 가는 것 볼 때가 가장 기쁜 때라는 말이 있다. 가뭄에 시달리고 굶는 이들이 흔했을 시절을 회상시키는 조금은 슬픈, 그래서 공감이 되는 말이다. 한국에서 남이 먹는 모습을 보며 즐거워하는 ‘먹방’ 프로그램이 인기다. 혼자서 많이 먹고 빨리 먹는 단계에서 진화해서 가족 단위로 단체 흡입하기도 하고 심지어 집에서 기르는 강아지까지 한몫 거든다. 먹방이 유행하는 원인은 다양하게 분석되지만 대체적으로 ‘대리만족’ 심리로 모아지는 것 같다. ‘혼밥’의 예에서 볼 수 있는 사회적 소외에 따른 외로움, 다이어트 스트레스, 게걸스럽게 먹고 싶은 탐식 본능 등 개인적 혹은 사회적 욕구 충족의 간접 방편이라는 것이다. 자식이 밥 먹는 모습을 보는 것..

시사 2021.08.28

철조망 너머 아기를 위한 기도

탈레반에 의해 목숨이 경각에 달린 엄마가 아이만은 살리겠다고 아프가니스탄 카불 공항 담장 철조망 너머로 자신의 아기를 미군에게 건네는 모습을 보고 그 아기의 미래의 모습을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그 아기가 자신이 겪었던 참혹했던 과거를 교훈 삼아 이 세상에서 그러한 비극이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는 역사에 남을 주인공이 될 것을 빌어 주었다. 세상이 바뀌는 시점에는 꼭 그 변화를 주도하는 사람의 이름이 등장한다. 그 사람은 영웅이거나 천재일 경우도 있고 모두가 두려워하는 악인일 수도 있다. 우리는 그 사람으로 인해 세상이 좋아진 것에 안도하거나 반대로 그러한 사람이 태어난 것을 원망하기도 한다. 카불 공항의 그 아기는 부모를 선택할 수도 없었고 그 부모가 살고 있는 환경을 만들 수도 없었다. 공항 담..

시사 2021.0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