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글쓰기 12

되새김

블로그 시작한지 2년하고 반년이 더 지났다. 그동안 이리저리 모아둔 글들이 323개로 표시된다. 처음 시작할 때 100편 써보자는 목표를 가졌는데 숫자상 초과 달성이다. ‘시니어’란 카테고리로 묶을 수 있는 글들이 꽤 되는 것 같아서 별도 파일 만들고 모아서 다시 읽어보니 마음에 드는 것이 소수다. 내 눈 높이가 높아진 것인지, 생각이 바뀐 것인지, 성급했던 것인지… 헌 글들 먼지 털어 다시 펼쳐볼까 생각 중이다. 내가 반추(反芻)하는 것이 주 목적이니, 내 서고에서 꺼내서 광택내서 다시 포스팅 하는 것이 문제 될 것 같지는 않다. 생각이 달라진 부분을 보는 것도 재미있다. 좀 유치했다 싶으면 버리고. 어차피 댓글 비허용으로 할 것이니 옛 글에 이미 댓글 다신분들에게 덜 죄송스럽다. 그러고보니 댓글 최소..

단상/글쓰기 2024.01.07

댓글이란 것

나랑 오래 티격태격하며 같이 살아온 힘센 분이 자주 하는 조언. “나서지 마세요.”, “좀 지켜보세요.”, “이론과 실제는 달라요.” “당신도 실수 할 수가 있어요.”, “나랑 다른 생각에 좋아할 사람 별루 없어요.” … 내가 즉각 반박하는 말들. “맞는 것은 맞다고 하지 그럼 뭐라카노?”, “남의 말 듣고 가만히 있기만 한 사람 중에는 비겁하거나 책임감 없는 사람 많다.” “이론과는 다른 행동하니 문제가 생기는 것이야.” “실수를 통해서 배우는 것이지.”, “각자 생각 다른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 이러다가 또 싸움 직전까지 간다. 어느 한편이 “당신 맞소.” 라는 말이 안 나온다. 둘 다 그 이유는 알고 있다. 왜냐하면 다 맞는 말이기 때문이다. 블로그 열 때 프로필에 다는 멘트를 뭘 할까 고민하다..

단상/글쓰기 2024.01.05

약속글 2: 익명

마스크 쓰니 좋은 점도 많더라. 그 중 하나는 난 남의 얼굴 볼 수 있는데 상대는 내 얼굴 못 본다. 은근히 내 패는 감추고 남의 패를 읽는 듯한 느낌이 온다. 조금 기부하고 오래 서서 사진 찍는 사람도 많지만, 억대 기부하고 말 없이 사라지시는 분들도 계신다. 인터넷 실명제 논란이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악법이다’. 익명의 가면 뒤에서 하는 무책임한 언동은 막아야 한다. 모두 일리 있는 주장이다. 나의 경우, 블로그에서 이름은 영어 본명을 사용하지만 얼굴은 안 내민다. 이유를 생각해 본다. ☞내 글의 내용과 내 마음, 내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아니 잦다. 그러니 내 얼굴 내보이기 민망하다. 나를 잘 아시는 분들이 웃을 것 같다. ☞글의 수준이 자신 없다. 말로는 ..

단상/글쓰기 2022.12.29

왜 글을 쓰는가 4 : 적자생존

다윈 할아버지는 우리에게 참 친숙한 분이시다. 어느 분야나 불쑥 나타나셔서 꼭 필요한 이론을 제공해 주신다. 글쓰기 분야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바로 ‘적자생존’ 이론이다. '적는 자만이 살아 남는다'?. 이 말을 사실 그대로 믿을 분은 없을 것으로 본다. 많이 알고 있는 아제 개그다. 정권 잡고 500년 동안 일기 쓴 정부는 유사이래 ‘조선 왕국’이 유일하다고 한다. 사관이 왕을 따라다니면서 왕과 주변 신하들이 하는 행동을 빠짐없이 적은 기록물인 사초(史草)를 만들고, 왕조차 볼 수 없는 비공개 문서로 관리해 왔다. 누가 내 옆에서 내 언행을 낱낱이 기록하고 그 기록을 대를 이어 남기고 또 그것을 후세 사람들이 반면교사로 삼는다고 생각하면 언행 조심 안 하고는 못 배길 것 같다. 만인지상 왕들이 자기 하..

단상/글쓰기 2022.09.17

댓글 단상 2

입사한지 3개월 미만은 통상 수습사원으로 분류된다. 수습기간이 아직 끝나지 않았으므로 엄밀히 말하면 정식 사원이 아니다. 블로그 시작한지 석달이 채 안 됐으므로 이 분야에서 나는 아직 정식 사원이 아니다. 생각을 나누고 싶어서 블로그를 시작했다. 혼자 생각한 것을 정리해서 차곡차곡 쌓아 두는 것도 소중할 것 같았지만, 내 생각과 다른 사람의 생각을 비교해 보고 싶은 욕심도 들었다. 댓글이 좋은 기회다. 상대의 생각이 맞고 틀림을 주장하기 보다는 “나의 관점은 이렇소” 하는 댓글이 기다려 진다. 동일 사안에 대해 사람마다 관점이 다르고 다른 관점을 보면서 나의 사고가 성장되기를 바란다. 많은 분들이 고마운 댓글을 달아 주신다. 기대가 실현된다. 아쉬운 점도 있다. 섬찟할 정도의 독한 댓글을 여러 곳에 뿌리..

단상/글쓰기 2021.11.18

묵은지

고등어와 묵은지를 듬뿍 넣어 자글자글 끓여낸 고등어 찌게는 겨울철 별미다. 이 맛은 6개월 이상 저온에서 숙성 시킨 김치가 내는 맛이다. 글도 숙성과정을 거치는 것 같다. 번득이는 영감에 의해 일필휘지로 작성된 좋은 글도 있겠지만 나의 능력으로는 언감생심이다. 한참 고민하여 쓴 글이라도 다시 보면 풋내가 난다. 오자 탈자는 기본이고 문장의 연결도 어색하다. 심한 경우 내가 봐도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모호할 경우도 있다. 생각도 바뀐다. 가슴이 뜨거워서 썼지만 며칠 지난 후 보면 내 주장이 너무 과했다는 느낌도 든다. 독선과 아집이 느껴질 때도 있다. 그래서 글을 저장하는 파일을 둘로 갈라서 ‘숙성방’ 파일을 따로 만들었다. 쓴 글은 일단 그 방에 넣어두고 틈나는 대로 되새겨 본다. 내용을 다시 음미하고 ..

단상/글쓰기 2021.11.09

댓글 단상1

블로그 시작한지 두 달쯤 된다. 사실 조금 심심하기도 했지만, ‘내 생각을 정리하고 남기고, 가능하다면 나누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한 것이다. 시작하고 보니 댓글이라는 것에 관심이 간다. 이전에는 말만 들었지 댓글은 단 적도 드물었고 댓글을 받아본 적도 거의 없었던지라, 하룻밤 자고 나면 내가 쓴 글에 반응이 달리는 모양이 흥미롭다. 그래서 새로운 느낌도 생긴다. 내가 쓴 글에 가능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여주는 것을 기대한다. 그래서 댓글 ‘0’이 거나 ‘좋아요’ ‘0’인 경우 조금 섭섭하다. ‘내가 봐도 참 잘 쓴 글인데, 보는 안목들이 없군” 그래서 댓글 많이 달린 블로그를 찾아 요령을 배워볼 생각도 들고, 제목을 정할 때 관심 끌 수 있는 자극성을 고려해 보기도 한다. 일기 쓰듯 쓰겠다는 내 초..

단상/글쓰기 2021.10.17

왜 글을 쓰는가 3

‘숙성’이란 단어의 뜻을 천천히 익어가는 과정으로 이해하는 것이 멋스러워 보인다. 글자 순서를 뒤집으면 ‘성숙’이 되니 더욱 그렇다. 글쓰기를 하면서 컴퓨터에 ‘숙성방’을 만들어 현재 작업 중인 글을 넣어 둔다. 불완전했던 글이 술 익어 가듯 천천히 맛있게 익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드러내고 싶은 교만, 곰곰이 생각 않는 조급함, 너무 뜨거웠던 감정. 이런 것들이 곰삭아 내 글이 성숙되어 가는 모습이 대견하다. 이번 글이 부족하면, 다음 글의 키가 더 자랄 것을 기대하면서. 아이를 키우듯, 만사가 제대로 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기다리는 지루함 보다 자라나는 모습을 보는 즐거움이 더 크다 조용히 때를 기다리는 지혜를 글을 쓰며 배운다.

단상/글쓰기 2021.09.09

나를 본다는 것 2

가끔 내 손가락 끝에 눈이 하나 더 달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얼굴을 비춰주는 거울이 없을 때도 그렇고 비보호 좌회전할 때 차창 밖으로 왼손을 내밀어 보면 상대편 차선에서 달려오는 직진차를 훨씬 쉽게 볼 수 있을 것도 같다. 그러나 나는 나를 직접 볼 수 없다. 내가 내 모습을 보기 위한 방법은 몇 가지 있다. 첫째, 거울에 비쳐보는 방법이다. 가끔 거울 표면이 고르지 못하여 일그러진 모습을 보일 때도 있지만 비쳐진 모습이 현재의 내 것이라고 믿을 만하다. 단지 내 생각과 마음은 비쳐지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다. 둘째, 사진을 찍어 보는 방법이다. 엄밀하게 말해서 현재의 내모습은 아니다. 금방 찍은 사진도 수초전의 내 모습이다. 특히 요즘은 포토샵 기술이 발전해서 나 보다 훨씬 젊고 아름다운 얼굴이 ..

단상/글쓰기 2021.0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