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 4

미꾸라지 단상

두가지 종류의 서명을 사용하던 임원이 있었다. 하나는 좀 복잡하게 보이는 사인, 다른 하나는 아주 간결한 모양의 사인. 처음에는 그 이유를 잘 몰랐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복잡한 것은 내가 결재했다는 의미의 사인, 다른 간단한 사인은 내가 그냥 보았다는 의미란다. 윗사람을 잘 모신는데 정평 있는 부하의 행동. 나중에 문제될 만한 소지가 있는 내용은 절대 문서로 결재 받지 않는다. 귀속말로 속닥속닥 상사는 고개만 끄덕끄덕. 문서가 꼭 필요한 경우면 문서는 자신의 전결사항으로 처리한다. 문제 생기면 내 선에서 끝낸다는 결기를 보여주니 윗분이 좋아할 수 밖에. 이심전심 방법도 있다. 예를들면, 보스가 누구를 꼭 승진시켜 주고 싶은데 규정에 어긋난다. 그럴 경우 보스는 지나가는 말로 실무 책임자에게 묻는다. ..

시사 2023.10.20

리더 4: 카멜레온과 거위 친구

희한하게 진화된 녀석이다. 눈을 360도 회전할 수 있고 특히 몸의 색깔을 변화시킬 수 있는 동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상황에 따라 소신없이 자기에게 유리한 행동을 취하는 약삭빠른 자를 비유할 때 카멜레온 같다는 말을 한다. 사무실에 불이 났다. 비상 상황이다. 민주적 리더십의 신봉자인 사장님이 전 사원을 모아 놓고 의견을 묻는다. 이 상황에서 가장 좋은 행동 요령은? 여러 사람이 발표하고 사장님은 경청하며 심사숙고한다. 그러다가는 모두 죽는다. 불문곡직 “빨리 도망가”라고 외치는 독재형 리더십이 필요하다. 이상적인 리더십 유형이 한가지 일 수는 없다. 리더십의 고전인 군주론에서도 마키아벨리는 “군주는 여우와 사자를 겸비해야 한다” 라고 했다. 리더는 유연한 사고를 바탕으로 그 상황에 가장 맞는 대안을..

시사 2021.11.26

리더 3: 파리와 벌

파리와 벌의 지능은 어느 쪽이 높을까? 동물학자는 아니지만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벌이 더 높을 것 같다. 재미있는 실험이 있다. 과학적 실험은 아니니 아무나 관심 있으신 분은 해봐도 된다. 주둥이가 열려 있는 투명한 유리병을 거꾸로 매달고 위에 약한 조명을 단다. 빛의 세기는 유리병 밑 바닥 부분이 밝게 보일 정도면 된다. 그 다음 파리와 벌을 순서대로 거꾸로 매달린 유리병 안쪽에 넣어보자. 결과는? 파리는 탈출할 수도 있지만 벌은 잘 안된다. 파리는 천방지축 날다가 운 좋으면 아래로 향한 유리병 주둥이 밖으로 튀어나올 수 있다. 벌은 지능이 있어 밝은 쪽이 바깥이라는 사실을 안다. 밝은 쪽, 막혀 있는 병 밑바닥을 통해 나가려고만 하기 때문에 탈출에 실패한다. 나도 그 실험을 실제 해보지는 않았다. 그러..

시사 2021.11.10

철조망 너머 아기를 위한 기도

탈레반에 의해 목숨이 경각에 달린 엄마가 아이만은 살리겠다고 아프가니스탄 카불 공항 담장 철조망 너머로 자신의 아기를 미군에게 건네는 모습을 보고 그 아기의 미래의 모습을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그 아기가 자신이 겪었던 참혹했던 과거를 교훈 삼아 이 세상에서 그러한 비극이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는 역사에 남을 주인공이 될 것을 빌어 주었다. 세상이 바뀌는 시점에는 꼭 그 변화를 주도하는 사람의 이름이 등장한다. 그 사람은 영웅이거나 천재일 경우도 있고 모두가 두려워하는 악인일 수도 있다. 우리는 그 사람으로 인해 세상이 좋아진 것에 안도하거나 반대로 그러한 사람이 태어난 것을 원망하기도 한다. 카불 공항의 그 아기는 부모를 선택할 수도 없었고 그 부모가 살고 있는 환경을 만들 수도 없었다. 공항 담..

시사 2021.0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