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영웅 만들기

Chris Jeon 2021. 10. 23. 05:28

 

  난세에 영웅이 난다. 영웅이 난세를 기다렸다가 홀연히 나타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 영화에서, 미행정부가 4형제 모두가 전장에 참여한 라이언가의 마지막 생존자 라이언 일병을 구해내라는 지시를 한 목적이 자녀 네 명을 모두 저 세상으로 떠나보낼 수도 있는 부모의 마음을 헤아린 것으로만 볼 수 있을까? 시청자들마다 영화에 대한 이해는 다르겠지만 미국이 유독 잘하는 것 중 하나인 ‘영웅 만들기’가 그 영화의 바탕에 한 자락 깔려 있음이 나는 느껴진다.

 

  이러한 영웅은 태어나는가? 만들어지는가? 아니면 태어나서 만들어지는가? 이순신 장군은 어릴 때부터 나라를 걱정하고 문과 무를 꾸준히 연마하며 때를 기다렸다고 한다. 태어날 때 부모로부터 총명한 머리와 바른 심성, 건강한 육체를 타고 났다. 하지만 이순신 장군이 그 당시 계층 이동이 사실상 불가능한 백정의 자식으로 태어났다면 본인이 나라를 구할 의지가 강했을지라도 의병의 하급 군사 정도의 역할을 하고 끝났을 가능성이 크다.  무과에 급제 후 유성룡을 포함한 여러 사람들의 발탁과 추천으로 전라좌도수사 역임 중 임진왜란이 터져 그의 비축된 힘이 폭발했다. 이렇게 볼 때 영웅은 자질을 타고난 인물이 다가올 난세에 부합된 준비를 하다가 마침내 기회를 얻었을 때 나타난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기회는 무엇인가? 자질은 타고 나는 것이고 준비는 내가 하는 것이지만 기회란 내가 통제할 수 없다. 난세에 영웅이 나타날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주요 요소가 여럿 있겠지만 여기서는 대중의 지지를 생각해 보기로 한다. 대중이 그들이 절실히 갈구하는 것을 해결해 줄 수 있을 것 같은 자의 등장을 기다리고 지지하는 힘이 곧 기회가 된다. 악인의 대명사로 지칭되는 히틀러 역시 그 당시에는 독일 국민에게는 영웅이었다. 그에 대한 지지가 히틀러에 의해 유도되어진 것인가 아니면 독일 국민의 자발적 지지인가에 대한 논의는 차치하고서라도 그가 여하튼 그러한 지지의 기반위에 서 있었던 존재였음은 분명하다.

 

  한시대에 영웅으로 추앙 받던 인물이 이후 역사의 평가에 따라 진정한 의미의 영웅이 될 수도 있고 반면에 간웅으로 낙인 찍힐 수도 있다. 영웅이 됐던 간웅이 됐던 그 사람은 그 시대 사람들이 요구하는 자질을 갖고 태어났고 준비했으며 그 당시 기회, 즉 대중의 지지를 움켜진 것이다.

 

  코로나19가 가져온 난세에 영웅은 있는가? 현재 사태 속에서 실질적인 파워를 행사하는 힘이 센 나라들, 이전에는 선진국이라 불렀지만 코로나 사태 이후 선진국의 기준이 혼란스러워서 그냥 힘이 센 나라로 부르겠다, 의 지도자의 면면을 볼 때 아직 영웅이 나타난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지금의 지도자 중 누군가가 영웅이 될 수도 있고 아니면 멀지 않은 장래에 영웅이 나타날 수도 있겠지만, 그가 진정한 영웅이 되든 아니면 간웅이 되든 그 결과에 대한 책임에서 국민들은 자유로울 수 없다. 왜냐하면 그에게 기회를 준 주체는 국민이기 때문이다.

 

20205. 어느 힘센 나라 지도자의 막말 트윗 기사를 읽고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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