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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장수 3: 몰약

‘모르는 것이 약이다’ 대부분 약간의 마취효과나 수면제 효과가 있는 약 정도로 알고 있다. 문제임을 모르니 가만히 있게 돼서 마음이 편하고 불필요한 사단에 말려들지 않는다. 눈 감고 있으니 내 세상이다. 이런 효능 외에 이 약이 갖고 있는 숨은 효능이 대단하다. 모른다고 하는 것은 겸손의 시작이다. 내가 알고 있으니 남의 말이 귀에 들리지 않고, 나 보다 모르는 자는 내 발아래로 보이고, 더 이상 배울 것이 없다. 겸손의 반대 끝인 교만 쪽으로 마구 달린다. 모른다고 생각하니 세상 모든 일이 궁금하고 호기심이 생긴다. 알고 계시는 분들이 대단해 보인다. 배움이 즐겁고 커가는 내가 대견스럽다. 교만에서 뒤돌아 반대 끝 겸손 쪽으로 내려온다. 편견과 고집이 사라진다. 모른다고 생각하니 머리가 시원하다. 창고..

단상/일상 2021.11.13

약장수 2: 체하는 약

“조석(朝夕. 아침 저녁 밥)은 굶고도 이는 쑤신다” 굶고도 먹은 체하거나 없으면서도 있는 체하며 허세를 부리는 꼴을 비꼬는 말이다. ‘~인체’ 하는 것은 통상 나쁜 행동으로 치부된다. 독약도 잘 쓰면 명약이 될 수도 있는 법. ‘~인체 하는 약’의 효능이 굉장하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모든 것은 오직 마음이 지어낸다. 주위 환경이 행복하기 때문에 내가 행복한 것이 아니고 내가 행복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내가 행복하다. ‘내가 행복한체 하는 것’ 말장난 같이 들리기도 하겠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일리 있는 말이다. ‘내가 두렵지 않은 체할 때와 내가 두려워 벌벌 떠는 모습을 보일 때의 상대방 반응이 달라진다. 내가 착한 체하면 나쁜 일 하기가 어려워진다. ‘~인체’하는 것을 단지 허세라고만 생각하지..

단상/일상 2021.11.13

약장수 1: 만약

영어 배울 때 가정법 문법이 제일 헷갈렸다. 한국말의 가정법은 상대적으로 쉽다. 시제와 관련 없이 ‘만약’만 붙이면 대충 뜻이 통한다. 그런데 이 ‘만약’의 효능이 대단하다. 상상력을 자극하고 상대를 이해하는 효과가 탁월하다. "만약 내가 빛의 속도로 날아가면 세상이 어떻게 보일까?" "만약 내가 그였다면 나를 어떻게 생각했을까?" 창조적인 사람이 되고, 갈등을 줄일 수 있다. 이 약을 상용화하면 큰 돈 벌 것 같다. 약장수가 되기로 한다. “신묘한 약이 왔어요. 창의력을 높여주고 사람과의 갈등을 없애 주는 신기한 약. 아이도 오고 어른들도 와서 먹어 봐요.” 관심 있으신 분은 이 ‘만약’의 효능을 시험하는 임상 테스트에 참여해 주시기 바란다.

단상/일상 2021.1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