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81

바다 건너 있는 자의 단상

왜 태평양을 건너 왔을까? 식민지 확보를 위한 것은 아닐 것 같다. 일 때문에, 더 나은 환경과 기회를 찾아서, 어떤 이유 든 한국을 떠나고 싶어서… 나열하고 보니 모두 나를 위한 것이다. 떠나고 난 후의 신분은 여러가지다. 유학생, 영주권 가지신 분, 이곳 시민이 되신 분… 공통점은 이 나라의 법을 지키고 세금 내고 이 나라가 주는 권리를 갖고 이 나라가 요구하는 책임을 지고 산다는 것이다. 즉, 내 삶의 주 무대는 이 나라다. 고국이 어수선해지니 이곳 한인 커뮤니티도 한국 정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다. 단톡방 관리자는 비속어 섞인 정치 이야기를 지우기가 바쁘고 Down town에서 궐기 대회도 열린다고 한다. 이 나라에서도 정치인들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그런 정치인들의 주된 관심사 중 하나는..

시사 2024.12.12

24.12.10 아침 단상: 집안 싸움

싸움 중에서도 조심해야 할 싸움이 집안 싸움이다.부부 싸움, 가족간 갈등, 내전, 내란…싸움의 피해는 싸우는 자들이 다 뒤집어쓴다.승패가 가려진들 남는 것은 부서진 가구, 울며 쳐다보는 가족… 죽기 살기로 받아 치고 밀어 붙이는 모습.있는 힘 없는 힘 다 써서 몰아 부치니 곧 승패는 날 것 같다.그런데 그 사이 부서지고 내려 앉는 집안은 어떻게 하나?가진 자는 훌쩍 여행을 떠나거나 더 살기 좋은 곳으로 이사하면 되겠지만오갈 곳 없는 자들은 승패에 관계없이 파괴적인 결과를 감수해야 한다.  쌓기는 어려워도 허물기는 쉽다욱하는 마음에 세간살이 다 부수고,주변의 냉소, 친했던 친구는 떠나고, 낄낄 웃는 나쁜 이웃들… 생채기난 얼굴을 서로 마주보고 있어야 할 사람들의 모습이 걱정된다.부디 싸우더라도 싸움 후의 ..

시사 2024.12.10

24.12.09 아침단상: 남 걱정

어느 신심 깊으신 분이 일주일 이상 진행된 큰 야외 행사 치르고 나서 하신 말씀.”지금껏 이렇게 남을 위해서 기도 많이 해본 적이 없었다”.“제발 참석자들 사고 안 나도록 해줍시사” 라고 매일 기도 했다. 내 기도도 가만히 들여다 보면 대부분 나를 위한 기도다.그분의 기도 역시 엄밀히 따져보면 자신을 위한 기도로 해석될 수도 있다.참석자들 사고 당하면 진행 담당자인 내 책임. 여러가지 주변 일 걱정하며 산다.내가 상당히 이타적이어서 그런가?내 걱정 별로 없으니 여유가 있어서 그런가?참견 좋아하는 습성?남이 다하니 나도 한마디? 내가 남 걱정하는 것이 얼마나 진지한지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내가 그 속 사정을 얼마나 잘 일고 있는가?내가 진정 내 일처럼 그 일을 걱정하고 있는 것인가?내가 그 일에 대한..

시사 2024.12.09

24.12.08 아침 단상: 가짜 예수

마지막 그날이 가까워 지면 가짜 예수가 많이 등장한다고 한다.“현혹되지 말고 기다려라”. 가짠지 진짠지 어떻게 알 수 있나?오로지 기도하며 처분만 기다려야 하나? 세상은 종말이 오면 어쩔 수 없다 해도세상 살아가는 동안 가짜 예수가 자주 나타난다. 내가 나라를 구하겠다.진짠 줄 알고 “예” 했다가 여러 번 실 수 했다. 머리가 투명해 졌으면 좋겠다.빙빙 돌아가는 속마음이 보이게.

시사 2024.12.09

24.12.07 아침단상: ‘본질’에서 시작된 잡상

그저께 어느 자리에서 내 취미가 ‘생각을 글로 정리하는 것’ 이라 말해버렸다.내가 쓴 글들이 작품이 아니라는, 나름 겸손함을 표현했는데 말해 놓고 보니내 생각은 잡념이 대부분인데 그걸 글로 정리할 필요가 있을까?좀 민망해진다.그러나 생각 안하고 살 수는 없으니 설사 잡념이라도 글로 표현해 놓고 들여다 보면 반성이라도 할 수 있겠지.나름 합리화한다. ‘본질’… 어렵게 느껴진다.뭐 내 식대로, 내 수준대로 해석해서 적용하면 되지. 회사에서 ‘생산성 향상’ 주제로 간부 회의를 열었다. 회의 도중에 좀 젊은 간부의 말이 짧다.나이 조금 더 든 선배가 질책한다.“왜 반말하나?” “제가 언제 반말했습니까?” “너는 평소에도…건방진 것” …‘생산성 향상을 위한 회의’ 본질과는 동떨어진, 말투를 주제로한 싸움판으로 변..

시사 2024.12.08

2024.12.06 아침 단상: 흑백 논리

흑백 논리. 틀렸다.흑색으로 통칭 되더라도 엄밀히 따져보면 무수히 다른 색깔들이 모여 있다. 백색도 마찬가지. 완벽한 인간 없고 그런 인간이 만든 완벽한 시스템도 없다.장점과 단점이 공존할 뿐. 이분은 훌륭하신 분. 신이라면 모를까?보통 인간이라면 오로지 훌륭할 수 만은 없다.훌륭한 점이 많더라도 고쳐야 할 부분도 분명 있다. 그래서 너 죽고 나 살아야 한다는 논리에는 보편적인 타당성이 없다.공과 과를 이성적으로 구별해야 한다.너의 공은 인정하고 너의 과는 지적하여 고치게 한다.나도 마찬가지. 전투 의지만 왕성한 인간들이 벌리는 싸움판이 살벌하다.싸움의 목적은 간 곳 없고 적개심만 난무하는 듯 보인다.피 냄새에 눈알이 돌아버린 투견을 말릴 수 있는 자는싸움하고 있는 투견이나 판돈 건 투기꾼이 아니다.심판..

시사 2024.12.07

사과

좀 나이 드신 분이 교육장에서 사과(謝過)의 중요성에 대한 강의를 듣고 집으로 돌아가서 가까이 있는 사람 중에 본인이 잘못한 상대에게 진정한 사과를 하는 실습을 숙제로 받았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어제 고등학생인 아들에게 공부 잘못한다고 심하게 꾸중한 것이 생각나서 사과하기로 결심했는데 어른 체면에 차마 내가 잘못했다 라는 말을 꺼낼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고민 끝에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상점에서 사과(沙果)를 한 봉지 사 갖고 가서 아들을 불러 방에 앉혀 놓고 사온 사과를 내 놓으며, “내 사과를 받아라” 라고 소리 쳤다고 한다. 내 잘못을 인정하고 상대에게 용서를 구하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내 자존심, 체면, 합리화, 이심전심 알아주겠지, 잘못 인정한 후에 내게 돌아올 불이익 걱정 등등… ..

시사 2024.11.16

아침 단상: 촌놈 생각

가급적 퍼 나르기는 안 하는데 오늘 한국 신문에서 본 기사에 뭔가 꽂혀서 아래에 싣는다. 『직장인 정모씨는 최근 서울 한 러닝 크루(달리기 모임)에 가입해 첫 모임에 나갔다가 기가 죽었다. 상당수 회원들이 트레일 러닝에 적합한 최고급 전문 의류와 러닝화로 ‘풀 장착’ 하고 등장했기 때문이다. 잘 포장된 한강공원을 달리면서 체력을 기를 요량으로 러닝 크루에 가입했던 정씨는 “달리기를 하는 데 이렇게 비싼 장비들이 필요할 줄은 차마 몰랐다”고 했다.달리기는 그간 맨몸에 운동화만 있으면 할 수 있는 ‘부담 없는 운동’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요즘 달리기가 선풍적 인기를 끌면서 일부 동호인은 선수용 장비를 경쟁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인기 있는 수입 러닝화는 품귀 현상까지 빚어 50만원 안팎에서 거래되고, 수십만 ..

시사 2024.10.04

단풍이 아름다운 사회 2

더 나은 삶을 위해 캐나다로 이민 왔지만 아직도 못내 아쉬운 것이 한국의 단풍, 그 중에서도 형형색색으로 물드는 설악산 단풍을 직접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질펀한 정글 같은 느낌이 드는 캐나다 보다는 한국 단풍이 더 예뻐 보인다. 자기와 다른 종이 우글거리는 곳에 서슴없이 들어갈 수 있는 동물은 인간 밖에 없다고 한다. 예로부터 어울려서 협력할 수 있었기에 신체적으로 연약한 인간들이 살아남을 확률이 높아졌고, 남의 생각을 받아들여서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는 사고가 창조적 문명 건설의 원동력이 되었다. 가을 단풍이 모두 한 색깔이라면 어떨까? 온 산이 빨갛거나 노란색이면 장엄한 느낌은 들지 몰라도 오래 보면 좀 물릴 것 같다. 어느 잎 하나 똑같은 모양과 색깔이 없고 바위 사이로 계속물이 휘..

시사 2024.0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