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85

역지사지(易地思之) 허상

나는 생선이다. 아니다. 고기였는데 지금은 생선이 됐다. 푸른 바다, 깊은 바다 마음대로 돌아다니다 아차 실수하여 지금 수족관에 갇힌 신세다.어느 날 허공에 붕 뜨는 느낌이 나더니 나무 판 위에 내동댕이 쳐진다.아프다는 느낌보다는 너무 숨막히고 무서워서 몸부림친다.“허 그 놈 싱싱하다.”필사적으로 입을 크게 벌려 숨쉬려 버둥대는 내 모습을 보고 침 삼키는 자.니가 지금 내 심정 만분의 일이라도 알까? 역지사지(易地思之)잘 안되니 좀 그렇게 하라고 맹자 이래 계속 되는 가르침이다. 그러나 같이 살아가겠다는 마음이 없으면 만사휴의(萬事休矣).먹느냐 먹히느냐 갈림길에서 상대 입장에 선다는 것 자체가 꿈이다.먹는 자와 먹히는 자만 있을 뿐. 횟집에서는 그저 펄떡거리는 놈만 고르면 된다.낚시 바늘 못 보고 미끼만..

시사 2025.04.14

다수결의 함정

“다수결로 결정합시다!”의사결정이 늦어질 때 자주 나오는 제안이고 또 거부할 수 없는 힘이 느껴진다.민주주의의 원칙 중 하나가 ‘다수결’ 아닌가.“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으시오!” 라고 외쳤던 다수의 함성을 보통 사람이었던 빌라도가 물리치기 힘들었을 것이다. 100명중에 51명만 소리치면 그것이 정답이 되는 원리.다수결 만능이 직, 간법으로 가져오는 폐해가 크다.Populism, 편가르기, 가짜뉴스, 이분법적 사고…결국 통찰력 있는 리더가 필요하다는 이야기. 그런데 그런 리더가 어느 날 하늘에서 갑자기 떨어지나?사실 나도 잘 모른다.세상이 바로 되려면 훌륭한 리더가 홀연히 나타난다는 행운설도 있고비옥한 사회적 토질에서 훌륭한 리더가 육성된다는 설도 있고… 지금 지구의 토양은 비옥하지 않은 것 같다.온갖 오..

시사 2025.04.12

쓰러지는 나무

몇 년 전 경험이다. 산길 걷다가 20여미터 앞에서 빡~ 하는 소리가 나더니 큰 나무가 순식간에 쓰러져 길을 가로 막았다. 조금만 더 빨리 걸었으면 비명 횡사할 뻔했다. 갑자기 쓰러지는 나무는 대부분 속이 썩은 나무다. 겉으로 봐서는 잘 모른다. 하지만 속은 썩고 있었다. 그러니 갑자기가 아니고 사실 서서히 쓰러질 준비를 하고 있었던 나무다. 우리 주변에도 썩고 있는 나무들이 있다. 자세히 보면 그 징조가 보인다. 겉이 푸석푸석하고, 껍질에는 곰팡이가 피고, 칡덩굴이 감아 올라가고, 바람에 흔들려 유독 삐걱삐걱 소리가 많이 난다. 공원을 관리하는 곳에서 유심히 살펴보다가 내부를 확인 후 잘라내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한다. 하지만 관리소에서 모든 나무를 다 살펴 볼 수는 없는 것. 그래서 가끔씩 사고가 나서..

시사 2025.03.26

약속 2

혼자 살 수 없는 것이 인간이다. 사람과 사람, 자연과 나, 내가 인지하든 못하든 그 무엇과 관계가 맺어져 내 삶이, 이 세상이 돌아간다. 그렇다면 그 관계를 유지하는 끈은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약속’인 것 같다. 범위를 좁혀서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를 생각해 본다. 저 사람들이 나를 해치지 않을 것이라는 무언의 약속을 믿고 형형색색 다른 종류의 인간들이 모인 장소에 아무 두려움 없이 들어간다. 동물이라면 상상이 안된다.이 돈을 가져가면 상응하는 가치의 것으로 교환해 준다는 약속을 믿고 죽자사자 돈을 모은다. 따지자면 증권은 더 실체가 안보이고 가상 화폐는 문자 그대로 가상의 돈이지만, 우리는 그 약속 가치를 철석 같이 믿고 산다. 약속이 인간 관계 유지의 중요한 끈이라는 예는 차고 넘치지만, ..

시사 2025.03.08

’편 먹다’란 단어가 준 불길한 느낌

‘(속되게) 편을 짜서 한 편이 되다.’편을 가르려면 기준이 있어야 한다.분명한 기준. 그러려면 양분법이 제일 확실하다.진보 대 보수, 좌익 대 우익, 00출신 대 **출신, America First… 등등우리가 남이가! 그런데 그 기준마저 아전인수다.무엇이 진보이고 보수인지 그저 진영 논리로 단순 무식하게 정의된다.좌익은 진보/빨갱이고 우익은 보수/꼰대.요즘 쉽게 볼 수 있는 구글님에게도 물어보지 않는 오만함이 가득하다. 숫자가 힘이 되니 이것저것 가릴 것 없는 판촉 방법이 동원된다.당장 입에 사탕 넣어 준다는 말에 대중은 솔깃해 지니 눈 앞에 고기덩이 보여주면 밑밥에 고기 모여들 듯 우르르… 그 속에 낚시 바늘은 안보인다. 물론 낚시대를 드리우고 교활한 웃음을 짓고 있는 낚시꾼은 보일 리가 없겠지. ..

시사 2025.02.06

바다 건너 있는 자의 단상

왜 태평양을 건너 왔을까? 식민지 확보를 위한 것은 아닐 것 같다. 일 때문에, 더 나은 환경과 기회를 찾아서, 어떤 이유 든 한국을 떠나고 싶어서… 나열하고 보니 모두 나를 위한 것이다. 떠나고 난 후의 신분은 여러가지다. 유학생, 영주권 가지신 분, 이곳 시민이 되신 분… 공통점은 이 나라의 법을 지키고 세금 내고 이 나라가 주는 권리를 갖고 이 나라가 요구하는 책임을 지고 산다는 것이다. 즉, 내 삶의 주 무대는 이 나라다. 고국이 어수선해지니 이곳 한인 커뮤니티도 한국 정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다. 단톡방 관리자는 비속어 섞인 정치 이야기를 지우기가 바쁘고 Down town에서 궐기 대회도 열린다고 한다. 이 나라에서도 정치인들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그런 정치인들의 주된 관심사 중 하나는..

시사 2024.12.12

24.12.10 아침 단상: 집안 싸움

싸움 중에서도 조심해야 할 싸움이 집안 싸움이다.부부 싸움, 가족간 갈등, 내전, 내란…싸움의 피해는 싸우는 자들이 다 뒤집어쓴다.승패가 가려진들 남는 것은 부서진 가구, 울며 쳐다보는 가족… 죽기 살기로 받아 치고 밀어 붙이는 모습.있는 힘 없는 힘 다 써서 몰아 부치니 곧 승패는 날 것 같다.그런데 그 사이 부서지고 내려 앉는 집안은 어떻게 하나?가진 자는 훌쩍 여행을 떠나거나 더 살기 좋은 곳으로 이사하면 되겠지만오갈 곳 없는 자들은 승패에 관계없이 파괴적인 결과를 감수해야 한다.  쌓기는 어려워도 허물기는 쉽다욱하는 마음에 세간살이 다 부수고,주변의 냉소, 친했던 친구는 떠나고, 낄낄 웃는 나쁜 이웃들… 생채기난 얼굴을 서로 마주보고 있어야 할 사람들의 모습이 걱정된다.부디 싸우더라도 싸움 후의 ..

시사 2024.12.10

24.12.09 아침단상: 남 걱정

어느 신심 깊으신 분이 일주일 이상 진행된 큰 야외 행사 치르고 나서 하신 말씀.”지금껏 이렇게 남을 위해서 기도 많이 해본 적이 없었다”.“제발 참석자들 사고 안 나도록 해줍시사” 라고 매일 기도 했다. 내 기도도 가만히 들여다 보면 대부분 나를 위한 기도다.그분의 기도 역시 엄밀히 따져보면 자신을 위한 기도로 해석될 수도 있다.참석자들 사고 당하면 진행 담당자인 내 책임. 여러가지 주변 일 걱정하며 산다.내가 상당히 이타적이어서 그런가?내 걱정 별로 없으니 여유가 있어서 그런가?참견 좋아하는 습성?남이 다하니 나도 한마디? 내가 남 걱정하는 것이 얼마나 진지한지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내가 그 속 사정을 얼마나 잘 일고 있는가?내가 진정 내 일처럼 그 일을 걱정하고 있는 것인가?내가 그 일에 대한..

시사 2024.12.09

24.12.08 아침 단상: 가짜 예수

마지막 그날이 가까워 지면 가짜 예수가 많이 등장한다고 한다.“현혹되지 말고 기다려라”. 가짠지 진짠지 어떻게 알 수 있나?오로지 기도하며 처분만 기다려야 하나? 세상은 종말이 오면 어쩔 수 없다 해도세상 살아가는 동안 가짜 예수가 자주 나타난다. 내가 나라를 구하겠다.진짠 줄 알고 “예” 했다가 여러 번 실 수 했다. 머리가 투명해 졌으면 좋겠다.빙빙 돌아가는 속마음이 보이게.

시사 2024.12.09

24.12.07 아침단상: ‘본질’에서 시작된 잡상

그저께 어느 자리에서 내 취미가 ‘생각을 글로 정리하는 것’ 이라 말해버렸다.내가 쓴 글들이 작품이 아니라는, 나름 겸손함을 표현했는데 말해 놓고 보니내 생각은 잡념이 대부분인데 그걸 글로 정리할 필요가 있을까?좀 민망해진다.그러나 생각 안하고 살 수는 없으니 설사 잡념이라도 글로 표현해 놓고 들여다 보면 반성이라도 할 수 있겠지.나름 합리화한다. ‘본질’… 어렵게 느껴진다.뭐 내 식대로, 내 수준대로 해석해서 적용하면 되지. 회사에서 ‘생산성 향상’ 주제로 간부 회의를 열었다. 회의 도중에 좀 젊은 간부의 말이 짧다.나이 조금 더 든 선배가 질책한다.“왜 반말하나?” “제가 언제 반말했습니까?” “너는 평소에도…건방진 것” …‘생산성 향상을 위한 회의’ 본질과는 동떨어진, 말투를 주제로한 싸움판으로 변..

시사 2024.1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