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67

2024.03.06 아침 단상: 직업윤리

모두 직업을 갖고 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돈 받는 직업이 아니더라도 가장(家長) 이라는 위치, 어머니로서 하는 일도 직업의 범주에 든다고 믿는 사람이다. 직업에는 윤리가 있다. 모두 동의할 것이다. 그럼 개인적, 사회적 윤리와 직업 윤리는 뭐가 다를까? 궁금해서 자료를 찾아보니 대단히 복잡하고 장황하게 설명되어 있다. 특유의 교만심이 발동된다. 내가 쉽게 정하자. ‘본인의 직업을 수행하기 위해서 가져야 할 윤리관’ 그럴듯해 보인다. Point는 특정 직업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그 직업에서 요구되는 윤리관/도덕심을 가져야 제대로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르게 생각하면 그 직업을 하지 않으면 그 직업 윤리관은 가지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 된다. 물론 각 직업마다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윤리가 있을 수도 있겠..

시사 2024.03.04

고스톱 유감

대한민국은 비교적 “공평한 사회”다. 공평이란 단어가 추상적이고 포괄적이므로, 범위를 좁혀 말한다면, 대한민국은 “계층 간의 간격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사회”로 이해할 수 있다. 반대 댓글이 벌떼 같이 달릴 것 같아 걱정된다. 그래서 도망갈 구멍을 만들어 둔다. 내 말이 아니고 어느 교수님의 말을 인용한 것이다. 그분의 논지인 즉, 어느 사회나 계층이 있어 왔고 현재 존재하고 있다. 한국도 조선시대만 봐도 양반, 중인, 상민의 3개 계층으로 구분되어 왔는데, 구한말 이래 사회구조가 붕괴되고 해방 후 새로운 구조 형성이 시작되었으므로 계층 구분이 오래전 부터 확실하게 자리잡은 서구 다른 나라들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계층간 간격이 적고 이동도 비교적 용이하다는 이야기다. 일명 선진국이라는 나라로 오래전 이민..

시사 2024.02.29

닭싸움

치킨게임(chicken game)이란 두 명의 운전자가 각각 마주보고 서로를 향해 돌진하면서 ‘계속 돌진할 것인가’ 아니면 ‘핸들을 돌릴 것인가’를 결정하는 게임을 말한다. 상대방이 돌진할 것에 겁을 먹고 핸들을 돌리면 게임에서 지게 되고 겁쟁이가 된다. 반면 핸들을 돌리지 않고 돌진한 사람은 승리의 기쁨을 맛보게 된다. 만약 두 사람이 모두 비키지 않는다면 둘 다 크게 다친다. 정부 닭과 의사 닭이 싸우고 있다. 결과는 어차피 나게 되어 있다. 어느 한편이 이기거나 지든지 아니면 둘 다 죽든지. 나랑 상관 없는 싸움이라면 재미있을 수도 있다. 사실 인간의 본성에는 피 터지거나 고통받는 제삼자를 구경하면 흥분되는 못된 것이 숨어있으니까. 불구경, 부부싸움 구경, 남의 나라 전쟁 구경… 문제는 이 두 마리..

시사 2024.02.20

불량품 or 걸작

# 배드민턴 리시브 하려고 자세 잡고 서 있는데 갑자기 오른쪽 다리 종아리를 누가 때린 듯 날카로운 통증을 느낀다. 후위에 서 있는 파트너가 실수로 라켓으로 내 종아리를 쳤는가 싶어 뒤돌아 보면 무안해할까봐 모른척하고 게임 끝내고 의자에 앉아서 보니 종아리가 탱탱 붓고 쥐가 난듯 걷기 불편하다. 며칠 견디다가 안되겠다 싶어 병원가서 검사해보니 종아리 근육 파열이라고 한다. 이럴 수가… 400km를 열흘만에 걸어서 주파하고 평지보다 산길 걷기를 더 좋아하는 내가, 그냥 서 있었는데 종아리 근육이 파열되다니 잘못 만들어진 물건인 것 같다. 가만히 세워 둔 차가 고장 났다면 불량품 아닌가? # 하늘 위 그분의 자녀들이 죽고 죽이고 난리다. 어느 한쪽이 멸족될 때까지 안 끝날 기세다. 거슬러 올라가면 수천년 그..

시사 2023.11.17

쉽네

# 개념 혼동, 그 중에서 특히 우리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정치적 활동의 근간이 되는 진보와 보수의 개념에 대한 글을 쓰기로 친구와 덜컥 약속해 놓고 보니 고민에 빠진다. 학창시절 좀 들어봤던 말이지만 반백 년 가까운 세월이 지나는 동안 공부 안 했으니 어디 그 기억이 남아있나? 구글을 보고 자료를 뒤적거려보니 간단치 않다. 관련 주제를 연구한 책도 어마무시 많다. 다시 생각에 빠진다. 우리가 일상 생활을 하면서 개념에 대해 전문적 지식은 사실 불필요하고 오히려 걸림돌이 될 가능성도 있다. 우리가 수많은 점과 선으로 이루어진 세상에 살고 있지만 점과 선의 정의 혹은 개념에 대해 깊이 고민할 필요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 블로그에서 짧은 글을 발견한다. “Conservation”이란 영어 단어에 대한 ..

시사 2023.10.28

나 참 무식혀

캐나다가 진보적 국가 2위로 선정되었다는 신문 기사를 봤다. 이 나라에 살고 있는 나는 캐나다인들이 상당히 보수적이라고 느끼고 있는데 무슨 소린가 싶어 기사 내용을 보니, 진보임을 평가할 수 있는 항목을 정해 점수를 주고 그 총점으로 순위를 매긴 것 같다. 그래서 그 평가 항목이 궁금해졌다. 무엇이 진보의 중요한 요인인가? 그 신문기사에서 예시한 항목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기업가 정신, 국가파워, 문화적 영향, 변화적응, 국가위기 대응, 삶의 질...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진보, 보수를 구분하는 개념과는 무슨 상관이 있나 싶을 정도의 항목들도 있는 것 같다. 나의 진보와 보수에 대한 개념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진보 = 빨갱이, 보수 = 수구꼴통은 아닌 것 같다. 개념이 불명..

시사 2023.10.22

미꾸라지 단상

두가지 종류의 서명을 사용하던 임원이 있었다. 하나는 좀 복잡하게 보이는 사인, 다른 하나는 아주 간결한 모양의 사인. 처음에는 그 이유를 잘 몰랐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복잡한 것은 내가 결재했다는 의미의 사인, 다른 간단한 사인은 내가 그냥 보았다는 의미란다. 윗사람을 잘 모신는데 정평 있는 부하의 행동. 나중에 문제될 만한 소지가 있는 내용은 절대 문서로 결재 받지 않는다. 귀속말로 속닥속닥 상사는 고개만 끄덕끄덕. 문서가 꼭 필요한 경우면 문서는 자신의 전결사항으로 처리한다. 문제 생기면 내 선에서 끝낸다는 결기를 보여주니 윗분이 좋아할 수 밖에. 이심전심 방법도 있다. 예를들면, 보스가 누구를 꼭 승진시켜 주고 싶은데 규정에 어긋난다. 그럴 경우 보스는 지나가는 말로 실무 책임자에게 묻는다. ..

시사 2023.10.20

개념과 정의

개념과 정의의 뜻의 차이가 궁금하다, 사전적 풀이는 다음과 같다. 개념(Concept): 어떤 사물 현상에 대한 일반적인 지식. 정의(Definition): 어떤 말이나 사물의 뜻을 명백히 밝혀 규정함. 또는 그 뜻. 예를 들면, 진보와 보수의 뜻의 차이가 궁금하다면 두 단어의 정의를 먼저 비교해 봐야할 것이고 이후 두 단어가 가진 기본적인 내용을 공부하고 이해하여 두 단어에 대한 개념을 정립해야 할 것이다. 나는 가끔 우리 사회의 혼란이 잘못된 개념 혹은 무개념에서 오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한다. 정의는 사전만 찾아봐도 알 수 있고 내려진 정의에 대한 시비는 거의 없다. 하지만 개념은 학습을 필요로 하고 학습 과정에서 주관이 개입될 소지가 많다. 즉 개개인의 지적, 교양수준과 가치관에 따라 동일한 사물이..

시사 2023.10.18

제자들의 싸움 2

한가지 사안에 대해서 정반대 주장이 맞서는 경우. 그 이유가 뭘까? 1. 둘다 맞다. 2. 둘다 틀린 주장하고 있다. 3. 원래 답이 없다. 4. 일단 상대에 대해 반대하고 보는 경우 … 더 있을 수도 있겠지만 오늘 아침 생각나는 것은 이 정도다. 1.2,3의 경우는 시간을 갖고 따져보면 해결될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4번이다. 감정이 개입되었거나 고정된 신념, 그래야만하는 자신만의 이유, 예를 들면 이기심 같은 개인적인 이유가 개입되어 있으므로 이성, 논리와 같은 합리적인 방법이 먹혀들 자리가 없다. 살아가면서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인간관계상 갈등, 크게 봐서도 지금 세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악다구니 같은 다툼들을 보면 논리적인 방법으로 접근해서는 안 될 것 같은 경우를 많이 본다. 결국 나를 움직이는 ..

시사 2023.10.11

제자들의 싸움 1

부처, 예수, 모하메드, 공자 이렇게 네 분이 모여 이야기 나누면, 싸울까? 웃을까? 많은 사람들이 한 번쯤 상상해 보는 장면이고, 대부분 웃는다 쪽에 한 표 던진다. 나는 여기에 더해서 그중 제일 젊고, 파티와 포도주 좋아하셨던 예수님이 바람 잡고 흥겨운 잔치를 벌리는 장면까지 상상해 본다. 바람 잘날 없는 세상이다. 며칠 전 예수, 모하메드 제자들이 서로 치고받는 싸움을 시작했다. 그냥 싸우는 정도가 아니라 철천지원수, 상대방의 씨를 말릴듯한 증오가 묻어나는 전쟁이다. 그분들이 믿고 따르는 분의 가르침은 어디로 갔나? 형제, 이웃, 사랑, 평화…는 안보이고 종교로 갈린 싸움은 어느 한 편이 완전히 없어지기 전까지 이어질 기세다. “내 문제가 아니다.”라고 외면할 수만 없는 세상이다. 세계가 엮어져 있..

시사 2023.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