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일상 132

난 막걸리를 마시고

27세, 유학생, 여자, 한국 시골에서 태어나 명문 Y대 졸업. 캐나다 유학 후 영주권 취득을 위해 WORKING PERMIT으로 일하던 중 돌연사. 지병이 있었는데 차일피일 미루다 한국에서 수술 받기 위해 항공권까지 예약해둔 상태였음. 세례 받았고 미사도 착실히 참석. 성당 연령회에서 장례 지원. 가족은 한국에서 날아온 부모님과 여동생 한 명. 이곳 친구 소수. 관 들어줄 사람 없어서 내가 봉사. 사지 멀쩡하고 시간 많다. 이곳 문화에 따라 관 뚜껑 열려 있고 조문한다. 참 예쁜 얼굴이다. 죽은 자 예쁘든 안 예쁘든 무슨 상관이겠냐 만은 그래도 이쁘고 젊은 얼굴 보니 더 안타깝다. 부모님 보니 50대 초반. 어머니가 무척 강하시다. 장례 미사 때 떠난 딸 회고하는데 많이 울지 않음. 미사 참석한 사람들..

단상/일상 2024.03.27

2024.03.22 아침 단상: 거짓말

내가 거짓말을 입에 달고 살아온 것 같다. “열심히 공부 한다.” 배움을 위해서가 아니고 좋은 직장 얻어서 잘 살려고. “부하를 위해서 내가 먼저 위험 지역에 들어간다.” 사실 장교 계급장 달고 쪽 팔리기 싫어서. “회사를 위해서 책임감 있게 헌신적으로 일 한다.” 승진 빨리 하려고. “은퇴 후 느리게 살자.” 사실 게으르거나 할 일이 별로 없어서. … 다른 사람은 어떨까? 나라를 위해서라며 잠도 안자고 뛰어 다니며 자신을 국민의 머슴으로 뽑아 달라고 한다. 그런데 뽑아 주면 머슴이 아니라 주인행세 한다. … 공상을 해본다. 만약 이마에 내 진심이 화면에 비치듯 나타난다면 이 세상은 어떻게 될까? 참 재미 있을 것 같다. 아니 거의 세상 종말이 올 것 같다. 거짓말이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나쁜 것만은 아..

단상/일상 2024.03.23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땅이 녹아 꽃은 망울을 터뜨리고 아이들은 그 위에서 뒹굴며 논다. 그러나 북방 언 땅에 살던 미녀의 가슴은 여전히 겨울이다. 춘래불사춘. 봄이 와도 봄 같지 않구나. 새싹 돋는 들판에서 죽고 죽이는 싸움이 벌어진다. 귀 간지럽게 들려야 할 새소리가 사람들의 악다구니에 묻혔다 춥습니다. 하늘이여 봄을 주소서 황당한 것은 그분도 마찬가지다. 잘 먹고 즐기라고 봄 밥상을 차려줬더니 엎어버리고 머리끄덩이 잡고 싸우네. 차려준 것도 못 먹는 자식들 이제 보기 지겹노라. 한 많은 여인의 가슴은 아직 차갑지만 대지는 이미 봄의 열기에 들뜨기 시작한다. 전쟁통에도 생명은 태어나고 귀 기울이면 차가운 얼음장 아래 물 흐르는 소리 들린다. 감사합니다. 차려 주신 진수성찬 잘 먹고 힘내서 밭고랑 하나부터 갈겠습니다. 지지고..

단상/일상 2024.03.12

그것은 이론이고…

“그건 이론이고…” 용어 선택이 정교하지 않을 수 있지만 그 뜻은 이해된다. 세상사 법대로, 논리대로 대로 안된다는 의미다. 법은 그물과 같아서 가로 막히는 것 보다 빠져나갈 구멍이 더 넓다. 원칙에 따라 사는 사람 보다 그러지 않은 사람들이 더 잘 사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큰 길로 가고 안가고는 본인 마음이다. 다른 지름길이 있다고 생각하면 그리로 갈 것이고 분명 틀린 방향이라고 확신하면 딴 길을 택할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니는 길이 목적지까지 가장 쉽게 갈 수 있는 길일 확률이 높다는 것은 맞다. 이론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해서 이론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율법이 나쁜 것이 아니고 율법에 매이는 것이 나쁜 것이다. 세상살이 기준이 없으면 옳고 그름을 가리는 ..

단상/일상 2024.02.26

앉은뱅이 용쓴다

https://www.youtube.com/watch?v=yKRWUGOF9ZM&list=RDyKRWUGOF9ZM&start_radio=1 ‘앉은뱅이 용쓴다’란 말이 있다. 참 슬픈 말이다. 아무리 정신력이 강해도 앉은뱅이가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생각에는 한계가 없다. 그러나 세상일은 생각만으로 이루어 지지는 않는다. 그것이 세상 돌아가는 이치다. 이러쿵 저러쿵 내 생각을 펼쳐본다. 공허하다. 나의 생각은 내 위에서 놀고 있는 그들의 세상을 넘어서지 못한다. 그들은 히죽히죽 웃을 것이다. “앉은뱅이 용쓰고 있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그들 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나의 한계를 절감한다. 그러나 앉은뱅이는 용쓰고 싶다. 잘려질지라도 독사처럼 머리를 곧추 세우고 싶다. 앉은 채..

단상/일상 2024.02.25

공부 많이 한 사람

‘공부 많이 하신 분이니까.” “공부 많이 한 사람이 어찌저럴수가…” 자주 듣는 말이다. 공부의 범위가 넓다. 고시방에 틀어박혀 밤낮으로 법전 파고 있는 것도 공부. 보리수 아래에 앉아 생로병사 면할 도를 찾는 것도 공부. 지식과 지혜는 다른 것 같다. 세상 온갖 지식, 정보 다 입력해서 스스로 학습하는 AI 로봇이 어느날 도를 깨칠 것 같지는 않다. 6법전서를 달달 외는 사기꾼도 있고. 무학이신 어머니가 못된 자식 “하늘 무서운 줄 알아라.”며 꾸짖는 한마디에 모든 진리가 다 들어있다. 지식을 얻기 위한 공부와 지혜를 구하는 공부의 차원은 다른 것이다. 지식은 기계로 대체 가능하지만 지혜는 인간만의 전유물이다. 공부 많이 했더라도 지혜 없으면 컴퓨터보다 나을 것이 없다. 공부 많이 하신분들의 이상한 언..

단상/일상 2024.02.22

이래도 되나?

연녹색 바다와 끝없이 펼쳐진 고운 모래 백사장. 새털구름 흩어져 있는 하늘과 맞닿아 있다. 반라의 살찐 사람, 날씬한 사람 긴 의자에 누어서 선탠 하거나 백사장을 거닌다. 아이들은 물장구치며 놀고. 그 사이로 바텐더들이 열심히 칵테일과 맥주를 날라 준다. 모두 무료다. 호텔에 식당이 여러 개, 식당별 디저트 종류만해도 30여개가 넘는 것 같다. 저거 많이 남으면 어떻게 처리할까? 걱정 아닌 걱정이 된다. 하루 3끼 먹으니 일주일 정도 되면 질린다. 모두 무료다. 자고, 먹고 마시고 놀고(쇼, 골프)… 북미에 사는 사람들이 겨울철에 많이 놀러가는 중남미 국가 패키지 여행 모습이다. 항공권, 공항에서 호텔까지 교통, 호텔 숙박 및 식사/ 음료 모두 포함해서 일정액 지불해서 예약하면 끝. 가격도 비교적 rea..

단상/일상 2024.02.15

반려동물 천도재(遷度齋)

천도재(遷度齋)는 돌아가신분이 불보살의 원력으로 업을 소멸하고, 깨달음을 얻을 수 있도록 기도하는 불교 의례다. 요즘 반려동물을 위한 천도재 지내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한다. 수요가 있으니 공급이 따른다는 경제학적 논리도 가능하고, '생명이 있는 존재는 동일하게 소중하다'는 스님의 종교관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일에 그렇듯이 긍정적인 반응과 부정적인 반응이 나온다. “반려동물 천도재에 쓸 돈 있으면 가난한이에게 나눠주지.” “인간관계 형성이 어려워 동물들에게 의존하는 나약한 인간들의 행태다.” “일종의 자기 과시다.” “자기가 사랑했던 동물들을 위한 기도가 뭐 나쁜가?” “동물 사랑하는 사람이 인간도 더 사랑할 수 있다.” “팻로스 증후군 같은 심리적 문제를 치료하는 효과도 크다.” 무덤 ..

단상/일상 2024.02.10

2024.01.23 아침 단상: 인구 절벽

절벽에서 한발 더 딛으면 죽는다. ‘인구 절벽’ 그만큼 절박한 현실이라는 뜻이다. 과연 그런가? 그럼 대책 있나? 진화론학자인 모 교수의 견해에 공감한다. 지금 지구가 먹여 살릴 수 있는 인구수 보다 엄청 더 많다. 인구 감소 현상은 살고자 하는 인간의 본능이 만들어낸 결과다. 특히 현명한 인간들의 본능. 고로 ‘절벽’의 느낌은 특정 민족, 국가의 사정이다. 국가간 경계가 무너지고 민족 의식도 그 의미가 퇴색되어가는데 백의 민족의 숫자만 생각하니 답이 안 나오는 것이 아닐까? 어느 미래학자의 연구 결과를 보니 미래 인류의 피부색은 섞이고 섞여 결국 청동 구리 빛이 될 것이라고 한다. 넘치면 모자라는 곳으로 흘러 균형을 맞추는 것이 자연의 순리다. 먹여 살리기 힘들어 애 안 낳겠다고 하는 젊은이들 꼭 결혼..

단상/일상 2024.01.23

2024.01.11 아침, 타고 난다는 것

선한 사람으로 태어난 사람, 반대로 악인으로 태어난 사람. 한 사람은 어떤 상황에서도 선하게 살고 다른 사람은 아무리 가르쳐도 악하게 산다. 그런 사람은 없는 것 같다. 뇌에 무슨 문제를 갖고 태어난 정신 이상자를 제외 한다면. 무슨 과학적, 학문적 근거를 갖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내게 든 생각이다. 내 가족이 어떤 민족으로 태어난 이유 하나만으로 타 민족으로부터 죽임을 당하는 광경을 목격한다면 나는 꼭지 돌 것 같다. 배고파서 도둑질해서 먹고 살던 사람이 의인 만나서 배고픔 면하고 그러면 안 된다고 가르침 받아서 개과천선한 사례 무수히 많다. 착하다고 으쓱될 것도 아니고 “이 죄인을 죽여 주소서” 라며 가슴만 칠 일도 아니지. 내가 왜 이러고 있는가? 곰곰이 생각해 보는 것이 먼저일 것 같다. 그러고 ..

단상/일상 2024.0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