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67

백성 2: 복원력

세상이 시끄럽다. 진보 대 보수, 좌파 대 우파 등등으로 갈라져서 절충점을 찾거나 중지를 모우는 지혜는 간 곳 없고 오로지 상대를 향한 삿대질 일색이다. 급격한 기후변화, 계층갈등, 빈부격차 등 범 지구적 이슈도 이들의 맞짱에 관심 우선 순위에서 밀리거나 진영 논리에 따라 그 해결책이 극단적으로 달라진다. 마치 파도에 따라 좌우로 기울어지는 태풍속을 항해하는 배를 보는 것 같아 조마조마하다. 배는 유체로 이루어진 바다나 강을 따라 이동하기 때문에 파도나 바람 같은 외부의 힘에 쉽게 노출된다. 이때 외부로부터 받은 힘으로 기울어진 선체가 본래대로 돌아오는 힘을 복원력이라고 한다. 복원력이 좋은 배는 웬만한 풍랑에도 견딜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배는 작은 파도에도 휩쓸려 전도되고 만다. 이 복원력은 그 배의..

시사 2021.12.22

안녕하세요? 코로나예요

안녕하세요. 저는 요즘 유명세를 타고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입니다. 사실 저는 제 이름도 모르고 있었지만 사람들이 ‘코로나’ 라는 예쁜 이름을 붙여주니 이제 그것이 제 이름인 줄 알게 되었어요. 우리 가족들은 사람들에게는 사실 관심이 없었거든요. 그냥 우리가 살 수 있는 곳이 생기면 그곳에 보금자리를 틀고 살았어요. 우리는 스스로 찾아갈 수는 없고 꽃가루처럼 누가 옮겨주지 않으면 제 발로 갈 수는 없답니다. 아마도 어느 분이 저를 데려오신 것 같아요. 어느 날 저는 새로운 곳으로 옮겨지게 되었어요. 어떻게 왔는지는 몰라요. 그냥 와서 보니 그런대로 살 만한 곳이었고, 이미 자리잡고 있는 친척들이 많았습니다. 그들을 통해서 제가 사람의 몸속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요. 제가 절대 무단 침입자는 아니란 것을..

시사 2021.12.15

백성 1: 욕 대신…

신부님도 사람인지라 신자들로부터 욕 먹으면 화난다. 화를 속에 쌓아 두면 병 되는 것 아니까 밖으로 토해내야 하는데 점잖은 체면에 남 보는 데서는 곤란해서 하는 수 없이 아무도 없는 새벽 성당 주위를 “~시키 ~시키” 러시아어 비슷하게 혼자 욕하며 걸었다. 이 광경을 우연히 본 신자 중 한 명이 소문을 냈다. “우리 신부님 새벽 기도하면서 은총 받아 방언하시더라.” 정치하시는 분 욕 먹을 각오해야 한다. 어떠한 정책이 되었든 간에 이해가 상충되는 개인이나 집단이 생기기 마련이다. 욕하는 입장에서 보면 욕할 이유가 있다. 이유 없이 욕하는 사람은 정신병자 취급을 받을 수 있다. ‘사람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 라는 제목의 신문 기사를 봤다. 지금은 생각만으로 전원을 on, off 시키거나 컴퓨터 화면에서..

시사 2021.12.12

이기심 백신

부스터 샷을 맞는다. 약간의 감기 기운이 있어서 망설여졌지만 얼른 맞고 싶어서 아무 소리 안 했다. 주사바늘은 언제 봐도 싫다. 그냥 팔뚝만 내밀고 눈은 살짝 감는다. 돈 많은 선진국이 주사약을 독점한다. 85% 국민들이 그 무서운 주사 먼저 맞겠다고 아우성이다. 그러나 15% 정도는 여러가지 불이익을 줘도 절대 안 맞는다고 버틴다. 가난한 제3세계 국민들은 맞고 싶어도 백신이 없어 무방비 상태로 바이러스에게 노출되고 병균은 그들을 터전으로 진화를 거듭한다. 세계가 한 몸으로 연결되어 있다. 1, 2차 접종 이후 3차 부스터 샷까지 맞아도 가난한 나라 백성들 몸에서 진화를 거듭한 바이러스를 막지 못한다. 새로운 변종을 막기 위한 주사약을 다시 만든다고 하니 사람들은 또 한 번 주사바늘 앞에 몸을 맡겨야 ..

시사 2021.12.06

리더 4: 카멜레온과 거위 친구

희한하게 진화된 녀석이다. 눈을 360도 회전할 수 있고 특히 몸의 색깔을 변화시킬 수 있는 동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상황에 따라 소신없이 자기에게 유리한 행동을 취하는 약삭빠른 자를 비유할 때 카멜레온 같다는 말을 한다. 사무실에 불이 났다. 비상 상황이다. 민주적 리더십의 신봉자인 사장님이 전 사원을 모아 놓고 의견을 묻는다. 이 상황에서 가장 좋은 행동 요령은? 여러 사람이 발표하고 사장님은 경청하며 심사숙고한다. 그러다가는 모두 죽는다. 불문곡직 “빨리 도망가”라고 외치는 독재형 리더십이 필요하다. 이상적인 리더십 유형이 한가지 일 수는 없다. 리더십의 고전인 군주론에서도 마키아벨리는 “군주는 여우와 사자를 겸비해야 한다” 라고 했다. 리더는 유연한 사고를 바탕으로 그 상황에 가장 맞는 대안을..

시사 2021.11.26

순수하다는 것

결혼식 때 입는 신부의 웨딩드레스는 흰색이다. 아무것도 섞이지 않은 순수한 색으로 느끼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신랑은 왜 검정색 양복을 입나? 시커먼 남자의 속마음을 표현한 것인가? 웃자고 한 이야기다. 혼혈인은 예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예쁘고 덜 예쁘고는 느낌이기 때문에 그렇다 치고, 혼혈인은 의학적으로 우성유전법칙에 의해서 부모의 좋은 DNA를 받게 된다고 알려져 있다. 숲도 여러 수종이 섞여 자라면 병충해에도 강하고 산불에도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역사적으로도 헬레니즘 문화처럼 서로 다른 문화가 조합되면 더 훌륭한 문명이 탄생된다. 오염된 것과의 섞임은 주의해야 하는 것이 맞지만, 섞임을 순수하지 않음으로 바로 매도하는 것은 옳지 않다. 고유함(uniqueness)은 존중되어져야 하고 ..

시사 2021.11.22

배 멀미

배를 타고 가다 배 멀미가 날 경우 움직이는 파도를 보면 더 심해진다. 이때 육지가 보이면 움직이지 않는 육지 한 곳에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으면 멀미가 좀 덜해진다. 세상이 무섭도록 빠르게 변한다. 기술발전 측면에서 컴퓨터 하나만 보더라도 지난 40년 동안 100만배 성능 향상이 이루어졌고, 앞으로 상당 기간 동안 그 발전 속도는 점점 더 빨라질 것으로 예측된다고 한다. 너무나 많은 정보와 접촉하며 살고 있어 이제는 내가 정보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정보에 의해 내가 조종당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염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전통적인 남녀 구분 경계가 허물어지는 예에서 보듯이 이제껏 사회를 지탱해온 규범, 가치관이 무너지거나 변화되어 무엇을 기준으로 살아야 할지 혼란스럽다. 세상이 아래위로 뒤집어지고 빙..

시사 2021.11.20

리더 3: 파리와 벌

파리와 벌의 지능은 어느 쪽이 높을까? 동물학자는 아니지만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벌이 더 높을 것 같다. 재미있는 실험이 있다. 과학적 실험은 아니니 아무나 관심 있으신 분은 해봐도 된다. 주둥이가 열려 있는 투명한 유리병을 거꾸로 매달고 위에 약한 조명을 단다. 빛의 세기는 유리병 밑 바닥 부분이 밝게 보일 정도면 된다. 그 다음 파리와 벌을 순서대로 거꾸로 매달린 유리병 안쪽에 넣어보자. 결과는? 파리는 탈출할 수도 있지만 벌은 잘 안된다. 파리는 천방지축 날다가 운 좋으면 아래로 향한 유리병 주둥이 밖으로 튀어나올 수 있다. 벌은 지능이 있어 밝은 쪽이 바깥이라는 사실을 안다. 밝은 쪽, 막혀 있는 병 밑바닥을 통해 나가려고만 하기 때문에 탈출에 실패한다. 나도 그 실험을 실제 해보지는 않았다. 그러..

시사 2021.11.10

리더 2: 가면

신체 조직 중 가장 강한 곳은? 남자의 얼굴, 철면피다. 그것 보다 더 강한 것이 있다. 뭔가? 여자의 얼굴. 철면피를 뚫고 나오는 수염조차 못 뚫으니까. 아제 개그다. 두껍고 얇음의 차이는 있지만 사람들은 모두 가면을 쓰고 산다. 가면을 쓰고 진행하는 파티에 참석해본 사람들의 말을 빌리면, 파티 내내 마음이 아주 편했다고 한다. 평소와 같이 남을 의식하지 않을 수 있어서 자연스런 행동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양심이 보드라운 사람이 부끄러운 일을 하다가 들키면 “얼굴을 들 수 없다”고 한다. 반면에 잘못을 저지르고도 얼굴 들고 다니는 사람보면 “뻔뻔하다” 라고 한다. 얼굴은 남에게 드러내어진 일종의 자신의 ID이기 때문이다. 사이코패스(psychopath)와 소시오패스(sociopath)의 차이를 쉽게 설..

시사 2021.11.07

리더 1: 돈 안되는 골프

자신만만하고 고집이 셌던 사나이가 난생 처음 친구를 따라 골프장에 왔다. 여러가지 골프채를 가방에 잔뜩 짊어지고 공을 치는 모습을 보던 그가 호기롭게 나섰다. 나는 골프채 한 개만 가지고 쳐보겠노라고. 대충 중간 길이 아이언 한 개를 뽑아 들고 첫번째 홀, 티 샷부터 시작했다. 원래 운동 신경이 좋았던 그였는지라 타수에는 관계없이 공은 앞으로 맞아 나가고 마침내 그린위에 도달하여 여러 번 시도 끝에 홀컵안에 공을 넣을 수 있었다. 이후 그는 다음 홀로 이동하기를 기다리던 친구를 보며 울상을 짓고 있었다. 의아해하며 이유를 묻자, 그가 하는 말, “다른 것은 다 알겠는데 이 컵 안에 든 공은 어떻게 치는지 모르겠어.” 드라이버만 잘 친다고 점수가 좋아지는 것이 아니다. 우드나 아이언 어느 것한개만 삐끗해도..

시사 2021.1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