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소통 6

열린 귀

기왕 시작했으니 듣는 이야기 계속해 보자. 신체기관 중 항상 열려 있는 것은 2개다. 코와 귀 항상 숨쉬어야 사니까 콧구멍은 열려 있어야 한다. 그럼 귀는? 궁금해진다. 귀 닫으면 숨 안 쉬는 것만큼 위험하다는 뜻인가? 귀 닫고 사는 사람들이 많다. 당장 죽지는 않겠지만 본인도 위험하고 주위 사람들을 해친다. 가까운 곳에서부터 예를 들어보자. 아무리 타일러도 말 안 듣던 자식이 불량배가 되어서 부모 가슴에 못을 박는다. 주위 참모들의 간언을 무시한 리더의 독선으로 수많은 병사들이 죽고 나라가 망하기까지 한다. 네 이웃을 사랑하라는 그분의 말씀을 귀담아듣지 않으니 세상 도처에서 총소리와 화약 냄새가 자욱하다. 가만이 생각해보니 앞 못 보는 장님 보다 귀 막고 사는 자발적 귀머거리가 더 무섭다. 열린 귀 막..

단상/소통 2021.10.30

아니되옵니다

“아니되옵니다.” 만인지상(萬人之上) 임금님이 가장 스트레스 받았던 말이다. 조선시대 왕의 잘못에 대한 간쟁, 논박을 담당하던 국가기관, 사간원(司諫院) 이야기다. 서슬이 시퍼렇던 연산군 앞에서도 바른말을 해대던 관리들이 일하던 기관이었다. 안가 폐지를 약속했던 대통령 후보자가 막상 당선돼서는 슬그머니 그 약속을 없었던 것으로 한 경우가 있었다. 막상 대통령직을 수행하고 보니 외부와의 사적인 통로 역할을 하는 ‘안가가 필요하더라’는 것이 그 이유다. 청와대로 들어서는 순간부터 감옥이 된다는 말이 있다. 한점의 허점도 있어서는 안 되는 경호 특성상 모든 외부로부터의 유입이 철저히 걸러지는 시스템으로 생겨나는 일이다. 그러다 보니 대통령은 고립되고, 더 큰 문제는 통상 집권 말기쯤 주변이 인의 장막으로 둘러..

단상/소통 2021.10.29

내 맘 니가 알고 2

개도 사람 마음을 읽는다. 독일의 한 연구소에서 나온 실험 결과를 소개하는 신문 기사의 제목이다. 내용을 보니, 개는 주인의 행동을 보고 최소한 그것이 의도적인 것인지 아니면 우연한 실수에 의한 것인지를 구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가 아니지만 나는 기사를 읽고 한가지 의문을 가졌다. 그 연구 결과로 인해 ‘개는 인간의 행동을 100% 읽는다고 단정할 수 있는가’ 라는 것이다. 전문을 원문으로 읽지 못한 나로서는 그냥 의문을 가져보는 수준이지만,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개가 인간의 마음을 읽을 수도 있다’ 정도로 이해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영화 장면 중 한참 사랑을 나누던 여인이 연인에게 돌연 살해당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 연인이, 사실은 살해 목적을 가진 킬러였다는 것이다. 물론 영화 속 이..

단상/소통 2021.09.13

불완전한 경청

카톡으로 글을 쓸 때 평소 잘 안 쓰는 단어나 신조어를 타이핑하면 프로그램이 오타로 인식하고 스스로 알아서 가장 그럴듯한 단어로 바꿔준다. 뜻은 고맙지만 확인 안하고 발송하면 내 의도와는 전혀 다른 문장이 전송되어서 당황했던 경험이 있다. 배려하는 마음이 섣부른 예단(豫斷)으로 인해 오히려 화근이 된 셈이다. 경청이란 의미가 궁금해서 자료를 찾아본 적이 있다. 잘 듣는다는 사전적 의미는 짐작이 되는데, 잘 듣는다는 것이 어떻게 듣는 것인지 궁금했던 것이다. 대략 공통적으로 이야기되는 경청의 다섯 등급의 수준을 인용해 본다. 5등급 수준: 상대방을 무시한다. 전달되는 내용이 하나도 없다 4등급 수준: 듣는 척한다. 자신의 생각 속에 빠지고 집중하지 않음으로 대화 상대가 불편해진다. 3등급 수준: 선택적으로..

단상/소통 2021.09.08

"내 맘 니가 알고 1"

“가가 가가가?” 경상도 분들은 무슨 뜻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표준말로 바꾸면, “그 아이의 성이 가씨 인가?” 정도로 번역할 수 있다. 사투리는 각 지방마다 동식물이 다르듯 언어가 달라져 온 것이고 고유함을 가지고 있으므로 보존 되어야 할 가치가 있다. 여기서 언급하고자 하는 것은 사실은 사투리에 관한 것이 아니고, 대상을 구체적으로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화시켜 말하는 대명사의 사용에 관한 것이다. 영어에 있는 He, She, That, It 같은 것이다. 우리가 대화하는 것은 의사소통을 목적으로 한다. 내가 말하는 것을 상대가 이해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어린 아이가 손가락으로 달을 가리키자 부모가 “저 달 참 이쁘지?” 라고 반응할 때 실상 아이는 손가락 끝에 묻은 코딱지를 떼달라고 ..

단상/소통 2021.09.01

나를 본다는 것 1

1902년 사회학자 Charles Horton Cooley는 Mirroring effect이론을 제기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자아 관념은 타인과 교류하면서 형성되고 타인의 견해를 반영한다. 또한 자신에 관한 생각은 타인으로 인해 생기며 타인의 태도로 결정된다.” 내가 나름대로 이해한 포인트는, '내가 나라고 생각하는 것이 실제 나의 모습이 아니고, 남이 나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이 실제 나의 모습이라는 것이다.' “나는 다른 사람이 뭐라고 하든 상관 없어”라고 말하는 사람을 ‘자아의식이 강한 사람’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Mirroring effect 이론에 의한다면 이것은 틀린 말이다. 내 생각은 타인의 나에 대한 피드백에 의해서 결정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즉 나라는 존재는 타인이 ..

단상/소통 2021.0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