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4

리더 1: 돈 안되는 골프

자신만만하고 고집이 셌던 사나이가 난생 처음 친구를 따라 골프장에 왔다. 여러가지 골프채를 가방에 잔뜩 짊어지고 공을 치는 모습을 보던 그가 호기롭게 나섰다. 나는 골프채 한 개만 가지고 쳐보겠노라고. 대충 중간 길이 아이언 한 개를 뽑아 들고 첫번째 홀, 티 샷부터 시작했다. 원래 운동 신경이 좋았던 그였는지라 타수에는 관계없이 공은 앞으로 맞아 나가고 마침내 그린위에 도달하여 여러 번 시도 끝에 홀컵안에 공을 넣을 수 있었다. 이후 그는 다음 홀로 이동하기를 기다리던 친구를 보며 울상을 짓고 있었다. 의아해하며 이유를 묻자, 그가 하는 말, “다른 것은 다 알겠는데 이 컵 안에 든 공은 어떻게 치는지 모르겠어.” 드라이버만 잘 친다고 점수가 좋아지는 것이 아니다. 우드나 아이언 어느 것한개만 삐끗해도..

시사 2021.11.05

쉬어가는 것

Thanksgiving Day도 지나고 이제 곧 눈발이 날릴 것 같으니 골프장도 하나둘씩 문을 닫고 필드는 깊은 눈 속에 묻혀 겨울을 날 것이다. 이민 와서 지인의 권유로 집 가까운 곳 클럽의 멤버가 되어 한동안 매우, 열심히 그리고 재미있게 골프 쳤던 기억이 난다. 사는 지역이 온난하여 일년내내 라운딩이 가능했다. 지금 생각해 보니 골프 자체가 재미있기도 했지만 형편에 비해 과용한 것이 아까워서 거의 의무감으로 골프장으로 매일 출근한 것 같아 조금 민망하다. 어느 것 한가지에 몰두하는 것 좋다.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나의 전문 분야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취미 생활만큼은 조금 달리 생각해 본다. 자신의 업으로 삼지 않을 바에야 두루 섭렵도 좋은 방법으로 생각된다. 세상에 좋은 음식이 한가지가 아니듯이 ..

단상/일상 2021.10.25

잘 안되는 골프 그래도 쳐야 하나?

나는 프로 골퍼가 아니고 심리학을 전공한 자도 아니다. 자주 골프 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본다. 왜 공이 생각대로 맞지 않을까? 그래도 해야할 가치가 있을까? 1. 왕년에는 내가… 100번 친 것 중 가장 잘 맞은 공을 자신의 실력이라고 착각한다. 매번 그렇게 맞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니 99번 실망하고 좌절한다. 2. 염불 보다는 잿밥에 과정을 거쳐 결과가 나온다. 좋은 스윙이 이루어져야 공이 원하는 곳으로 간다. 스윙에 집중하지 않고 공이 핀에 붙는 장관을 연상하며 고개를 먼저 들고 본다. 3. 농부의 수고를 모르고 최경주 선수의 굳은살 투성이 손을 보자. 많아야 일주일에 한번, 그것도 준비운동 생략하고 허겁지겁 티 박스에 올라서서 그림 같은 드라이버 샷을 기대한다. 좋은 점수를 ..

단상/재미 2021.09.24

오랜만의 라운딩

골프는 참 좋은 운동이다. 돈과 시간이 좀 많이 든다 싶어 그렇지 70이 넘어도 age shooter를 노려볼 수 있는 운동이라서 더 매력이 있다. 아주 오랜만에 필드에 나갔다. 후배분들이 고맙게도 초청해준 덕이다. 약속일 전 평생 잔소리꾼인 아내가 조언을 준다. 옛날 생각 잊어버리시고 마음 편히 즐기다 오세요. 맞은 말이다. 당연히 그래야지. 티 박스에 서니 약간 현기증이 난다. 주위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고 나무와 풀들도 나를 지켜보는 것 같다. 순간 몸이 뻣뻣해지고 드라이버의 바람 가르는 소리에 비해서 공은 초라하게 러프로 힘없이 휘어져간다. 세컨드 샷 거리가 많이 남았다. 조금이라도 더 가야지 하는 마음에 평소 잘 안 썼던 3번 우드를 잡는다. 공이 놓인 곳이 풀이 긴 러프임을 깨닫지 못한다..

단상/반성 2021.0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