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장님이 코끼리를 아는 방법

Chris Jeon 2021. 10. 27. 11:28

  ‘장님 코끼리 만지기’란 말이 있다. 사물의 어느 한 부분을 아는 것으로 전체를 아는 것처럼 행동하는 것을 꾸짖는 말이다. 어차피 우리는 사물의 전체를 완전히 알기는 어렵다. 사과를 예로 들어봐도, 사과의 모양과 맛은 대충 알아도 그것을 이루고 있는 성분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사과라는 과일이 속해 있는 식물의 분류표, 성장 메커니즘 등등 따지고 들면 우리가 사과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사과 전체 중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음을 알게 된다. 아인슈타인은 말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은 원의 내면과 같아서 알고 있는 부분이 커지면 모르는 바깥 부분은 더 커진다고… 맞는 말이다. 우리는 어차피 무한대의 우주만물에 대해서 눈뜬 장님이다.

 

  장님이 코끼리를 만지는 것으로 코끼리 전체의 형상을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여러 명의 장님들이 힘을 합쳐서 가능한 손 닿는데 까지 만져봐서, 자신이 알아낸 것을 합치는 것이다. 앞쪽은 뱀처럼 생겼고, 아래쪽은 기둥같다 등등. 수집 가능한 정보를 합리적인 방법으로 모우다 보면 그들이 인지하는 코끼리의 모양은 점점 실체와 가까워질 것이다.  거대한 코끼리의 모습을 단박에 알아내겠다는 욕심과 만용을 버리고 대신 “제가 지금까지 알아본 바로는 ~입니다. 당신의 의견을 기대합니다.” 겸손한 과학자만 가져야할 자세는 아니다.

 

  총론은 찬성하는데 각론에 들어서면 다툰다. 공정한 사회 건설이라는 담론에는 누구나 공감하지만 그 실천에 있어서는 정 반대의 길을 주장하는 경우를 본다. 우리 사회를 리더하시는 분들도 자신이 장님인 것에 우선 공감하는 겸손함이 필요하다. 내가 생각하는 것만이 옳다고 주장하는 순간 그는 코끼리를 만지는 단한명의 장님이 될 뿐이다. 여론을 경청하고 전문가의 의견을 존중하고 반대편 사람과도 협력해서 가능한 실체 파악에 가까워지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세상이 점점 더 시끄러워지는 것 같아 불안해진다. 기후변화, 코로나 바이러스 등 겪어보지 못한 재난들이 가까이 있는데 이를 타개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리더들의 처방이 다름을 본다. 내가 편하게 느끼는 참모들만 가까이 두는 리더, 자신의 직관을 우선적으로 믿는 리더, 내 입맛에 맞는 정보만 선택하는 리더, 경직된 사상을 신념으로 오인하는 리더, 나와 다름을 곧 틀림으로 연결 짓는 리더가 이끄는 집단은 수많은 장님들이 한 명의 눈뜬 장님에게 이끌려 가는 무리와 같다.

 

  만약 현실이 그러하다면 우리는 그러한 리더가 오도할 수 없도록 모두의 손을 더욱 굳게 잡고 바른 방향으로 흐르는 큰 물줄기를 만들기 위해 각자 가진 능력과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리더가 아무리 다른 방향을 외쳐도 결국 도도한 물줄기의 흐름을 거슬러진 못할 것이다. 아무리 장님이라도 수십명만 힘을 합치면 코끼리 한 마리 정도는 형상을 파악할 수 있다. 나부터 당면한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는데 내 손을 얹자.  더듬는 손이 많으면 많을수록 우리는 본질에 더 가까이 다가설 수 있다.

 

2021년 7월 18일

범 지구적 재난에 대해 선진국들의 처방이 상이함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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