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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빠른 새 1

버나드 쇼 묘비  ‘눈 깜짝할 새’눈 한번 깜빡하는 시간은 보통 0.2~0.3초라고 한다.그 보다 더 빠른 새가 있다.‘어느새’ 마음의 시간은 인간이 만든 시간과는 다르다.일각여삼추(一刻如三秋)처럼 시간이 더디게 갈 수도 있지만‘어느날 거울 앞에 서니 왠 할배가 나를 보고 있더라’ 라는 말이 가슴에 더 와닿는다. 어느새 여름이 되고 어느새 한 해가 저문다.어느새 아들 입학식, 어느새 낯선 여인이 며느리라고 인사하고.어느새 머리가 희끗희끗. 어느새 손주 안고 그러다가 어느새… 어~어~ 하는 사이 시간의 가속 페달이 밟혀서 40, 50, 60km…로 속도가 오른다.너무 빨라서 어지럽다 싶으면 바닥에 누워있는 나를 보고“내 이렇게 될 줄 알았지” 라며 때 늦은 후회를 할 것 같다. 그러나 내가 ‘어느새’ 등에..

단상/일상 2024.07.01

했다치고

신병 훈련 중 지휘관들이 가장 꺼리는 것이 수류탄 투척훈련이다. 폭발하면 사방팔방 파편이 튀는 위력도 센 무기지만 순전히 손으로만 조작하고 던지는 것이라서 아차 실수하면 여럿 죽거나 다치는 사고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내가 군에서 근무할 때 소대원 중 몇몇은 진짜 수류탄은 직접 던져보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조교가 던지는 것을 구경만 하고 훈련병들은 모의 수류탄으로 연습하는 것. 군대 용어로 ‘했다치고’. 자대에 배치되었어도 병사들은 진짜 수류탄을 던져볼 기회가 없었다. 간혹 중대에서 보관된 수류탄 중 안전핀이 부러진 것 등의 이유로 폐기해야 할 것이 생기면 중대장이 소대장들 불러서 던져 없애라고 하고, 패기 왕성한 소대장들만 겁도 없이 신나게 던졌다. 철책선 근무 중 상급부대에서 경계근무 점검 순찰..

시사 2024.06.28

화석정

한국 남자는 대부분 군 복무 경험이 있으니 알 것이다.‘군인은 명예를 먹고 산다.’ 역사를 보더라도 군인이 군인으로서 자부심 잃으면 나라가 뒤집히거나 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자부심을 잃은 군대는 가야 할 방향을 잃은 집단이 되거나 책임감 없는 집단이 되기 쉽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라다운 나라는 군인들의 자부심을 세워주기 위해서 무지 노력한다.전쟁터에서 돌아가셨거나 부상당한 군인에 대한 극진한 예우, 퇴역 군인에 대한 존경, 유사시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 거는 군인들에 대한 합당한 대우가 군대의 사기를 높이는 기반이다. 제대로 된 나라는 군인들을 대 놓고 모욕하지 않는다. 모욕은 그들의 자부심을 바로 망가뜨리고 이로 인해 사기가 저하되기 때문이다. 군인이 잘못한 것이 있으면 법에 따라 상응하는 책임을 물..

시사 2024.06.28

말귀 3

한 연구 기관의 조사에 의하면 메시지 전달에 있어서 음성언어가 차지하는 비율은 40% 이내이고, 몸짓, 표정 등과 같은 동작 언어가 차지하는 비율이 약 60%라고 한다. 그러니 말귀 못 알아 듣는다고 욕먹는 귀는 좀 억울하다. 말귀 잘 알아듣기 위해서는 내 몸 전부가 필요하다. 이목구비뿐만 아니라 내 머리와 가슴으로 상대가 보내는 신호를 받아들이고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내게 전해오는 메시지가 꼭 사람에게서만 오는 것도 아닌 것 같다. 비가 오기전에 하늘이 흐려지고, 나이에 걸맞지 않게 욕심내서 무리하게 운동하면 근육에 통증이 온다. 구름 끼면 우산 준비하라는 신호이고 몸이 뻣뻣해 지고 아프면 좀 쉬라는 충고다. 이런 것들을 제때 제대로 못 알아 들으면 홍수에 휩쓸려 가고 감기 몸살로 자리에 눕게 ..

단상/소통 2024.06.26

말귀 2

“들을 귀 있는 자는 들어라.” 귀란 원래 듣기 위해 만들어진 기관 아닌가? 그럼 들을 귀 있고 못(안)듣는 귀 따로 있다는 말인가? 내가 약속된 언어로 ‘A’라고 말했는데 왜 상대는 ‘B’ 혹은 완전히 다른 ‘Z’로 이해할까? 1.듣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안 듣는 경우가 있다. 상대의 말이 듣기 싫거나 존중하지 않는 경우 내 귀는 열려 있어 소리는 받아들이지만 그 소리가 머리나 가슴으로 전달되지 않고 반대편 귀로 흘러 나간다. 그러니 상대가 하는 말에 동문서답하거나 눈만 멀뚱멀뚱한다. 2.내가 듣고 싶은 대로 듣는 경우. 나의 프레임에 갇혀 있을 때 그렇다. 이럴 경우 내가 원하는 단어나 문장만 들리고 기억된다. 고약한 기자가 상대가 말한 내용 중 자기가 의도한 단락만 잘라서 본인의 뜻대로 편집하여 기..

단상/소통 2024.06.24

낙서 50: 묻는 것은 죄가 아니겠지요?

어느 블로거 분의 글에 댓글 달다가 좀 답답해져서 글 씁니다. “얼마전 해질 무렵 공원 산책하다가 입에 다람쥐를 물고 가는 코요테를 봤습니다. 저녁거리 잡아서 머무는 굴로 가는 모습. 아마 굴에는 새끼들이 배고픔 참으며 엄마 오기를 기다리고 있을지도…코요테 입에 물려서 덜렁거리며 가는 다람쥐는 또 뭔가?역시 자기 새끼 저녁 먹이감을 구하러 나왔다가 이리 됐을수도...그럼 오늘 저녁 다람쥐 새끼들은 어찌하노?이리도 치열하게 살아가야 하는 세상을 만들어 놓고 "참 좋았다" 하셨던 분의 의도는 무엇이었나?막걸리 한잔 걸치고 그 블로거 분의 글 주제와는 상관없이 주절주절대는 나."그래서 어쩔래?" 묻는다면?할말이 없습니다.

단상/낙서 2024.06.22

말귀 1

마이동풍(馬耳東風), 말귀가 어둡다, 말귀를 못 알아 듣는다.‘말’이 여러 마리 등장한다. 말이 정말 귀가 어둡나? 나도 말귀를 잘 못 알아 듣는 모양이다. ‘말귀’란 단어에는 2가지 함축된 의미가 있다. “말귀 어둡다”는 ‘남이 하는 말의 뜻을 이해하는 슬기’가 부족하다는 뜻이고, “말귀를 못 알아 듣는다”에서의 ‘말귀’는 ‘말의 내용’이라는 의미다. 어찌되었든 말귀 때문에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고 사는 세상사에 어려움이 많이 생긴다.  그러면 말귀 때문에 생기는 문제는 내 탓일까 아니면 상대방 탓일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쌍방 책임일 가능성이 높다. ‘남이 하는 말의 뜻을 알아듣는 슬기’란 의미로 보면 우선 듣는 자의 탓인 것 같다. 아무리 설명해도 못 알아 듣는 우둔함, 들으려고 하지 않는 아집, ..

단상/소통 2024.06.20

낙서 49: 일하는 순서

여러가지 할 일이 있는 상황에서 내가 시작하는 일의 순서를 정할 수 있다면 어떤 일을 먼저 시작해야 할까? 지금 당장 해야 할 시급한 일이 있다면 만사 제쳐놓고 먼저해야 한다. 불 났으면 불부터 꺼야하는 것이 당연하다. 일들 중 복잡해서 시간이 좀 걸리는 일과 단순해서 빨리 처리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단순해서 빨리 처리할 수 있는 일을 먼저해서 없앤다. 그래야 복잡한 일이 확실하게 보이고 집중할 수 있다. 만약 내가 하기 어렵거나 싫은 일과, 반대로 쉽거나 하고 싶은 일이 같이 있다면?어렵고 하기 싫은 일을 먼저 처리한다. 그렇지 않으면 어렵고 하기 싫은 일은 항상 뒤로 미루어져서 실기(失機)할 가능성이 있다. ‘매도 먼저 맞는 것이 낫다’라는 격언도 있다.' 사소한 일과 중요한 일이 내 앞에 같이 놓..

단상/낙서 2024.06.18

낙서 48 : 쉬운 일은 없다

이 세상에서 가장 쉬운 일이 무엇일까?‘누워서 떡 먹기’누워서 떡 먹어보면 얼마나 힘든 지 알 것이다.‘숨 쉬기’폐에 이상이 생기면 숨 한번 쉬는 것이 참 힘들다. 이 세상에 공짜는 없다.뭔가 얻으려면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대가를 지불하고 나서도 얻는 것이 더 많다면 할 것이고 아니라면 포기한다. 포기하는데 아쉬움이 있다면 “그것 뭐 내가 그다지 원했던 것이 아니야”라며 합리화 하겠지.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생각 없이 그냥 머리 속으로만 원했던 것일 수도 있다. 그런데 막상해보려니 엄두가 안나서 포기한다. 간절함이 부족했던 경우다. 일이 힘들다고 탓하지 말자.무슨 일이든 힘들게 되어 있다. 하고 싶거나 해야 한다면 하고,아니면 ‘탓탓탓’하지 말고 깨끗이 “Forget it” 한마디로 끝내고 그 결과는 ..

단상/낙서 2024.06.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