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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난 돌이 정 맞는다

현명한 조상님들이 만드셨지만 내가 싫어하는 속담이다. 그 의미는 알고 있으니 차치하고, 돌만 놓고 보자. 이 세상 둥근 돌로만 이루어져 있지 않다. 직접 헤아려보지는 않았지만, 둥글둥글한 돌 보다는 네모든 오각형이든 뾰족삐죽하든 각진 돌들이 더 많을 것 같다. Factor는 둥글든 각 졌든 다 용도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도 각지면 정 맞으니 아프다. 그럼 각진 돌이 정 안 맞는 방법은 무엇일까? 땅속에 숨어서 안 나오며 세상을 원망한다. “나도 분명 쓸모가 있는데…” 가능한 힘을 이용해서 데굴데굴 굴러 스스로 둥글게 만든다. 아무래도 원래 둥근 돌보다는 못하다. 그럼 세상사는 어떻게 될까? 온통 둥근 돌 천지다. 주춧돌로 사용하기 위해서 둥근 돌을 애써 깎아 네모 모양 돌을 만든다. 별 쓸모 없는 수많은..

단상/일상 2023.02.20

일탈(逸脫)

누구나 가끔씩은 일탈을 꿈꾼다. 정해진 삶의 틀에서 벗어나 보는 것. 탈선과 같은 의미는 배제하고 한번 변화를 가져 보는 것. 그러나 이것저것 생각할 것이 많다. 시간, 돈, 준비물, 같이 갈 동무, 주위의 시선, 이 나이에,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불편함… 없는 용기 내라고 할 수는 없고, 그래서 그저 내가 당장 할 수 있는 것 해본다. 탈 수 있는 차 있고, 몇 백 km 달릴 휘발유 살 돈 되고, 시간도 있네. 구글에 들어가서 다다다다… 내가 사는 곳에서 300km 이내 가장 가고 싶은 곳. 한눈에 팍 들어오는 사진. 얼추 280km 되는 곳, 바다 같은 호수의 만(Bay), 절벽, 해식 동굴, 겨울철에는 인적 드뭄. 딱이다. 따뜻한 옷 입고, 도시락, 약간의 간식, 트레일 걸을 때 필요 장비 답삭..

단상/일상 2023.02.17

혼란 - Do something

# 아침에 배가 살살 아프다. 아~ 내가 배를 가지고 사는구나. 이제야 배의 존재를 느낀다. 지진이 형제의 나라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히로시마 원자폭탄 30여개 위력이라고 한다. 우리가 지진이란 시한폭탄을 깔고 살고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 다른 사람도 나처럼 당해봐야 아는가? #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뉴스를 듣는다. 전과라고 발표하는데, 하루 800여명 사살, 탱크 몇 대… 탱크에 4명씩 탔을 텐데… 형제의 나라니 한국도 발빠르게 움직여 160여명 구호단을 보내서 첫날 5명의 생존자를 구했다는 뉴스가 크게 나온다. 지구 어느 한쪽에서는 죽자사자 서로 죽이고, 다른 한편에서는 목숨 걸고 살려내고. 죽인 자 보다 살려낸 자의 수가 적다. 의미가 다른가? # 내가 가입해 있는 단톡방에 정보가 뜬다. 카카오..

시사 2023.02.09

느리게 산다는 것

♥ 블벗님과 생각 나누기로 약속한 주제인데, 쭉 연결되는 글이 안 쓰여서 그냥 떠오르는 생각을 나열해 봅니다. 무료해서 셀폰을 들여다볼 때가 있다. 누가 카톡 보내온 것 없나? 수신된 내용이 없으면 서운하다. 한창 바쁘게 일할 때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전화벨 소리에 지쳐서 도대체 이놈의 전화 한시간 동안 몇 번이나 받고 거는지 헤아려 본 적이 있었다. 20번 이상, 얼추 2~3분마다 한번 꼴. 말하는 시간 감안하면 거의 전화기를 붙잡고 있었던 셈이다. 물론 나는 그 당시 전화 상담원은 아니었다. ‘느림의 미학’을 설명하는 글에서, ‘느림’은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삶의 방식을 찾아주는 것이라고 한다. 그 ‘느림’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느림에 대한 변(辯)】 한국에서 5년이면 충분히 완공할 것 같은 지..

단상/일상 2023.02.04

낙서 30: 숨쉬세요

“당신을 보면 숨이 막힌다.” 가끔씩 듣는 말이다. 누군가로부터 물리적 힘을 받거나, 호흡기 질병이 있는 것이 아닌데도 숨 쉬기 어렵다면 내가 숨을 잘 안 쉰다는 이야기다. 내 마음의 문제다. 이런 말 듣는 사람 또 숨막힌다 할 수도 있겠지. “쉽게 갑시다”, “좋은 것이 좋다”. 행간에 있는 의미를 짐작할 수 있어서 나는 이런 말 하는 사람 안 좋아 한다. 대신 다른 표현을 권한다. “순리대로 갑시다”, “옳은 것이 좋다”. 흐르는 물을 보고 있노라면 참 쉽게 간다. 거슬러 올라가는 물 없고, 가다가 바위 붙잡고 안가겠다고 버둥대는 물 없다. 자기만 좋으면 되나? 같이 좋아야지. 같이 좋으려면 올바르게 처신해야 한다. 가슴이 좀 답답할 때는 밤하늘의 별을 본다. 무한대의 별들이 우주의 질서 대로 빛난다..

단상/낙서 2023.02.03

겨울철 A/S

걸작품인 것은 맞지만 24시간 움직이는 물건이니 인간도 A/S가 필요하다. 제조처가 신비로 가려진 곳이어서 직접 찾아가기는 힘들고 대신 세상에 의사란 분이 계셔서 몸은 돈만 주면 고칠 수 있지만 정신은 좀 뭣해서 대부분 내가 직접 수리한다. 며칠사이 눈이 많이 왔다. 삐까뻔쩍과는 거리가 먼 시골스러운 나라지만 조용하고 공기가 깨끗해서 나 같은 촌놈이 살기 괜찮은 곳이다. 집에서 30KM 거리에 내가 좋아하는 Trail이 있다. 왕복 10KM 거리의 계곡을 끼고 가는 산길. 내 옆 힘쎈분과 둘이서만 가면 혹시 서열 다툼 할 수도 있으니 중재자 역할 할 지인 부부를 같이 가자고 꼬드김. 3시간 정도 걷는 동안 한국인 그룹 4명 만난 것이 전부다. 예상대로 한적하다. 다행인 것은 누가 먼저 걸어서 생긴 것인지..

단상/일상 2023.02.01

미치다

서양 사람들에게서 배울 점 중 하나가 표정 연출이 참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한참 심각한 이야기 하다가 사진 찍는다 싶으면 찰나에 입을 옆으로 쫙 찢고 활짝 웃는 모습이 나온다. 반면에 한국 사람들은 잘 안된다. 그래서 사진 찍을 때 쓰는 보조적 방법 중 하나가 ‘치즈’라고 외치는 것. “치즈”하면 자연스럽게 입꼬리가 올라가니까. 그런데 더 걸작을 봤다. ‘미친년’이다. “미친년” 하면 안 웃고는 못 배긴다. 문득 미쳤다고 하는 것이 과연 나쁜 것이기만 할까? 라는 생각이 든다. 가끔씩 미치고 싶다고도 하니까. 그럼 좋은 미침을 가려내기 위해 부정적 미침부터 잘라내 보자. 일단 자발적 미침과 비자발적 미침부터 구분한다. 비자발적 미침은 문자 그대로 질병이나 사고와 같은 외부적 요인에 의해 내가 ..

단상/일상 2023.01.29

A/S 단상

A/S 약자를 보면 먼저 After Service가 떠오른다. 물건을 팔고 난 후의 서비스(after sales service) 혹은 고객 불만족을 처리해 주는 것(customer service).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나라에 와서 가장 불만족스러웠던 것이 바로 A/S다. 이민 초기 겪은 사례 한가지. 비즈니스 할 때 꼭 필요한 물건이 제 시간에 배달 안돼서 회사로 전화 했다. 발신음 들린 후 기계로 연결되고 녹음된 목소리가 나오면서 안내가 시작된다. 가능한 인터넷으로 연락하라고 하면서 웹사이트 주소를 알려주는데 복잡한 알파벳 첫 글자 밖에 기억 안난다… 그 다음 원하는 서비스별 눌러야 할 번호가 여러 개 안내되고… 그중 하나를 누르니 통화 중 신호 뚜 뚜 뚜… 5분 동안 계속 뚜 뚜 뚜 하다가 연결..

단상/일상 2023.01.26

약속글 5: 없어지지 않는 것

♥ 어느 블벗님과 같이 생각 나누기로 한 주제의 글 올립니다. ♥ ‘한 남자가 무거운 물건을 지고 사다리 타고 지붕에 오른다. 무릎이 시큰거릴 정도로 힘을 쓴다. 그러다가 발을 헛디뎌 장독위에 떨어진다. 장독이 깨진다. 장독은 외부로부터 힘을 받아 깨진 것이다. 그 힘은 남자가 사다리 오를 때 쓴 힘이다.’ 중학교 때 물리 선생님이 ‘에너지 보존의 법칙’을 설명하면서 하신 말씀이다.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되는 것을 보니 참 적절한 예를 드신 것 같다. 내가 힘을 다하여 베풀었지만 그 상대가 내게 소홀히 하면 섭섭하다. 헌신하며 사신 분이 허망하게 유명을 달리했다는 소식을 들으면 “그렇게 착하게만 살 필요 있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내가 힘을 써 베풀었다면 내 힘은 사라지지 않고 어딘가에 있어야 한..

단상/일상 2023.01.20

어느날 일기

내일 토요일 산행 클럽 모임 있는 날. 작년 11월부터 거의 참석 못했는데 좀 미안해서 참석해야겠다는 생각은 들지만, 기상 예보 영하 13도~ 영하 4도로 춥다. 출발지까지 집에서 70Km 인데, 이제 눈길 운전은 좀 부담스럽다. 마누라 의중을 떠 보니 나랑 비슷함을 확인. 대안을 찾자. 집에서 6km 거리에 있는 트레일, 아기자기한 경관에 눈이 쌓여 있어도 걷기에 부담 없는 코스. 지인에게 번개 미팅 제안. 그들 부부도 같은 산행 클럽 멤버인데 나랑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고 해서 의기 투합. 산행은 땡땡이치고, 내일 아침에 내가 제안한 그 트레일 출발지에서 만나서 같이 걷기로 약속. 요즘 가게 접고 조금 의기소침해 있는 대학 후배에게도 전화해서 join 약속 받음. 팀으로 딱 걷기 좋은 3쌍 6명 확..

단상/일상 2023.0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