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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밥 돌밥

아내가 차려준 흰 쌀밥이 먹음직스럽게 담긴 밥 그릇을 비우다가 돌을 몇 개 씹었다. “이 밥에는 왠 돌이 이리 많나?” 아내 왈, “아무래도 돌보다는 쌀알이 더 많겠지요.” 누구 말이 더 맞을까? 얼마전 한국의 한 고위 공직자가 모처럼 내 맘에 쏙 드는 말을 했다. “쌀밥에 돌 한 개만 있어도 돌밥이다.” 어항 속 금붕어와 같이 투명하게 국민들에게 보여지는 고위 공직자들의 바른 자세를 당부하는 말이다. 온갖 구설수에 올라도 굳건하게 자리를 지키는 자. 이런저런 핑계 대고, 요리조리 빠지고, 구차스러운 방법으로 자리를 지키는 공직자들. 쌀알 백 개에 돌 하나라도 그 밥은 돌밥이다. 오늘 아침 밥상에서 돌을 하나 씹었다. “어머나 미안해요. 이빨 괜찮아요?” “하하, 밥 짓다 보면 돌 하나쯤 들어갈 수 있지..

단상/일상 2023.11.04

쉽네

# 개념 혼동, 그 중에서 특히 우리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정치적 활동의 근간이 되는 진보와 보수의 개념에 대한 글을 쓰기로 친구와 덜컥 약속해 놓고 보니 고민에 빠진다. 학창시절 좀 들어봤던 말이지만 반백 년 가까운 세월이 지나는 동안 공부 안 했으니 어디 그 기억이 남아있나? 구글을 보고 자료를 뒤적거려보니 간단치 않다. 관련 주제를 연구한 책도 어마무시 많다. 다시 생각에 빠진다. 우리가 일상 생활을 하면서 개념에 대해 전문적 지식은 사실 불필요하고 오히려 걸림돌이 될 가능성도 있다. 우리가 수많은 점과 선으로 이루어진 세상에 살고 있지만 점과 선의 정의 혹은 개념에 대해 깊이 고민할 필요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 블로그에서 짧은 글을 발견한다. “Conservation”이란 영어 단어에 대한 ..

시사 2023.10.28

그런대로 살만하네

팍팍한 삶을 즐겁게 바꾸는 방법이 무엇일까? 즐겁다고 생각하기? Happy Ending 믿기? 긍정적 사고? 잘 안되더라. 인간은 어차피 경쟁을 통해 진화된 동물이니까. 삶 자체가 여유롭지 못하다. 힘든 것은 힘들다고 인정하고 그 사이사이 즐거운 것을 끼워 넣자. 나는 부자 아니니 가능한 돈 안드는 방법으로. 뭣 같은 삶에 드문드문 여유가 끼어 있으면 그나마 숨 쉴 수 있는 공간이 생긴다. 길 걷다 먼산 한번 쳐다보고 선잠자다 깨면 별을 본다. 수북이 쌓인 낙엽 밟으니 촉감이 좋구나. 그사이 살금살금 기어다니는 다람쥐 참 귀엽다. 찾다보니 더 많이 보인다. 공짜로 얻을 수 있는 즐거움. 이참에 사는 것은 즐겁다고 믿어볼까나?

단상/일상 2023.10.24

나 참 무식혀

캐나다가 진보적 국가 2위로 선정되었다는 신문 기사를 봤다. 이 나라에 살고 있는 나는 캐나다인들이 상당히 보수적이라고 느끼고 있는데 무슨 소린가 싶어 기사 내용을 보니, 진보임을 평가할 수 있는 항목을 정해 점수를 주고 그 총점으로 순위를 매긴 것 같다. 그래서 그 평가 항목이 궁금해졌다. 무엇이 진보의 중요한 요인인가? 그 신문기사에서 예시한 항목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기업가 정신, 국가파워, 문화적 영향, 변화적응, 국가위기 대응, 삶의 질...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진보, 보수를 구분하는 개념과는 무슨 상관이 있나 싶을 정도의 항목들도 있는 것 같다. 나의 진보와 보수에 대한 개념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진보 = 빨갱이, 보수 = 수구꼴통은 아닌 것 같다. 개념이 불명..

시사 2023.10.22

미꾸라지 단상

두가지 종류의 서명을 사용하던 임원이 있었다. 하나는 좀 복잡하게 보이는 사인, 다른 하나는 아주 간결한 모양의 사인. 처음에는 그 이유를 잘 몰랐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복잡한 것은 내가 결재했다는 의미의 사인, 다른 간단한 사인은 내가 그냥 보았다는 의미란다. 윗사람을 잘 모신는데 정평 있는 부하의 행동. 나중에 문제될 만한 소지가 있는 내용은 절대 문서로 결재 받지 않는다. 귀속말로 속닥속닥 상사는 고개만 끄덕끄덕. 문서가 꼭 필요한 경우면 문서는 자신의 전결사항으로 처리한다. 문제 생기면 내 선에서 끝낸다는 결기를 보여주니 윗분이 좋아할 수 밖에. 이심전심 방법도 있다. 예를들면, 보스가 누구를 꼭 승진시켜 주고 싶은데 규정에 어긋난다. 그럴 경우 보스는 지나가는 말로 실무 책임자에게 묻는다. ..

시사 2023.10.20

개념과 정의

개념과 정의의 뜻의 차이가 궁금하다, 사전적 풀이는 다음과 같다. 개념(Concept): 어떤 사물 현상에 대한 일반적인 지식. 정의(Definition): 어떤 말이나 사물의 뜻을 명백히 밝혀 규정함. 또는 그 뜻. 예를 들면, 진보와 보수의 뜻의 차이가 궁금하다면 두 단어의 정의를 먼저 비교해 봐야할 것이고 이후 두 단어가 가진 기본적인 내용을 공부하고 이해하여 두 단어에 대한 개념을 정립해야 할 것이다. 나는 가끔 우리 사회의 혼란이 잘못된 개념 혹은 무개념에서 오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한다. 정의는 사전만 찾아봐도 알 수 있고 내려진 정의에 대한 시비는 거의 없다. 하지만 개념은 학습을 필요로 하고 학습 과정에서 주관이 개입될 소지가 많다. 즉 개개인의 지적, 교양수준과 가치관에 따라 동일한 사물이..

시사 2023.10.18

제자들의 싸움 2

한가지 사안에 대해서 정반대 주장이 맞서는 경우. 그 이유가 뭘까? 1. 둘다 맞다. 2. 둘다 틀린 주장하고 있다. 3. 원래 답이 없다. 4. 일단 상대에 대해 반대하고 보는 경우 … 더 있을 수도 있겠지만 오늘 아침 생각나는 것은 이 정도다. 1.2,3의 경우는 시간을 갖고 따져보면 해결될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4번이다. 감정이 개입되었거나 고정된 신념, 그래야만하는 자신만의 이유, 예를 들면 이기심 같은 개인적인 이유가 개입되어 있으므로 이성, 논리와 같은 합리적인 방법이 먹혀들 자리가 없다. 살아가면서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인간관계상 갈등, 크게 봐서도 지금 세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악다구니 같은 다툼들을 보면 논리적인 방법으로 접근해서는 안 될 것 같은 경우를 많이 본다. 결국 나를 움직이는 ..

시사 2023.10.11

제자들의 싸움 1

부처, 예수, 모하메드, 공자 이렇게 네 분이 모여 이야기 나누면, 싸울까? 웃을까? 많은 사람들이 한 번쯤 상상해 보는 장면이고, 대부분 웃는다 쪽에 한 표 던진다. 나는 여기에 더해서 그중 제일 젊고, 파티와 포도주 좋아하셨던 예수님이 바람 잡고 흥겨운 잔치를 벌리는 장면까지 상상해 본다. 바람 잘날 없는 세상이다. 며칠 전 예수, 모하메드 제자들이 서로 치고받는 싸움을 시작했다. 그냥 싸우는 정도가 아니라 철천지원수, 상대방의 씨를 말릴듯한 증오가 묻어나는 전쟁이다. 그분들이 믿고 따르는 분의 가르침은 어디로 갔나? 형제, 이웃, 사랑, 평화…는 안보이고 종교로 갈린 싸움은 어느 한 편이 완전히 없어지기 전까지 이어질 기세다. “내 문제가 아니다.”라고 외면할 수만 없는 세상이다. 세계가 엮어져 있..

시사 2023.10.10

물, 숲 그리고 하늘 2

4주간 캠핑 중 첫주는 허리케인과 함께 한다. 태풍 중심부가 현재 내가 있는 곳으로 부터 500km 정도 서쪽을 지나간다지만 Lee라는 이름의 허리케인 날개가 일으키는 바람과 비는 거세다. 덕분에 대서양의 거친 풍경은 원없이 본다. 캠핑장도 안전을 고려해서 3~4일 정도 close되고 예약자들에게는 전액 환불해 준다. 그래서 계획에 없던 모텔에서 숙박한다. '모텔핑'으로 명명하고 나름 즐겁게 지낼 궁리를 한다. 그래도 캠핑맛을 내기 위해서 캐빈형 모텔을 선택했다. 작은 deck에서 비 내리는 풍경보며 라면 끓여먹는 즐거움도 좋다. 거의 1500km 달려 왔는데 비온다고 방에만 있으면 뭔가 손해 보는 듯하다. 주변 산책로를 찾아 걷기로 한다. 가까운 곳에 동네 사람들이 이용하는 해변으로 연결되는 산책로가 ..

단상 2023.10.06

물, 숲 그리고 하늘 1

캐나다 서쪽 끝에 정착해서 가운데를 지나 이제 동쪽으로 4500km 정도 옮겨와서 살고 있다. 대서양까지 1500km 남았다. 이제 두발로 펄쩍펄쩍 마음대로 뛰어다닐 수 있는 시간이 그리 많이 남아있는 것 같지 않다. 내가 옮겨 살지는 않을 것 같은 캐나다 동부를 캠핑하면서 돌아보자고 결심한다. 10군데 국립 공원을 이어서 공원당 3박 정도씩 머물면 얼추 1달 정도면 동부를 한바퀴 돌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여행철은 9월이다. 여름 휴가철 지나고 단풍 시즌 전이어서 한가하다, 나만의 여행이 가능하다. 단, 9월 중순까지는 모기란 놈이 아직 돌아다녀서 조금 성가시다. 첫주 허리케인의 북상이 예보된다. 날씨 탓인지 수십km 해변이 텅 비었다. 좀 독특한 내가 좋아하는 찬스다. 허리에 달린 빨간 종..

단상 2023.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