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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속에 갇힌 사람

정중지와(井中之蛙), 우물 안 개구리다. 이어서 정중지인(井中之人)을 상상해 본다.사람이 우물안에 갇혀 지내면 개구리처럼 될까? 좀 다를 것 같다. 인간을 의미하는 호모 사피엔스는 ‘슬기로운 사람’이란 뜻이고,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라는 철학적 표현도 있다. “하늘은 동그랗고, 지금 내게 보이는 만큼 크고, 세상은 내가 사는 이곳 바닥 만하다.”"저 하늘의 높이는 얼마나 될까? 내가 느끼는 바람은 어디에서 올까? 저 높은 곳을 올라가면 또 무엇이 보일까?" 이와 같이 개구리와 인간의 생각은 달라질 것 같다. 인간은 직접 경험하지 않은 것을 이성과 논리로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세상에는 개구리 닮아가는 ‘정중지인’이 보인다.내가 가진 생각과 경험만이 전부라고 착각하는 사람들. ..

단상/일상 2024.09.11

아침 단상: 밤새 안녕

날씨가 추워졌다.아니, 춥게 느껴진다.며칠전까지만 해도 영상 20도 이상이었는데갑자기 새벽에는 10도 가까이로 떨어지니 파카를 껴입고 싶다. 아침에 눈 뜨니 오늘이다.어제와 오늘 사이에 막이 내려진 것인지잠자는 동안은 몇몇 연결되지 않는 꿈속 장면만 기억나고 나머지 시간은 사라져 버렸다. 막간에 내가 무탈했으니 오늘 청명한 가을 하늘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그런데 막이 내려진 동안에 진정 내게 아무일 없었을까?모를 일이다. 내가 모르는 사이에 암세포가 자리 잡았을 수도 있고얼마인지는 모르지만 내게 주어진 날들 중 하루가 사라져 버렸다.나는 그냥 내 눈에 보이는 대로 안녕하다고 믿는 것이다. 얼마전 댓글에서 미래를 알 수 있으면 좋아질 것이라는 뜻의 글을 읽은 것이 기억된다.지금 생각으로서는 아닌 것 같다..

단상/일상 2024.09.08

해서는 안 되는 이야기

Communication 방법이 변하고 있다. 요즘 사람들은 웬만하면 단톡방 서너 개 이상에 가입되어 있다. 단톡방 마다 암묵적으로 정해져 있는 공통적 금기 사항 한가지. 정치와 종교 이야기 하지 말기. 그 이유는 모두 알고 있다. 거론하면 싸움이 되기 쉬우니까. 그렇다면 정치 종교 관련 주제에 대해서는 모두가 입 닫고 사는가?  실상은 그렇지 않다. 한인들이 모여 이야기하는 곳, 특히 남성들이 이야기하는 곳 지나치며 들어보면 정치 이야기가 제일 많이 들린다. 한인 커뮤니티 중 가장 왕성한 활동을 하는 곳이 종교 단체이니 종교 관련해서도 할 이야기가 많을 것이다. 이렇듯 우리 생활과 밀접해 있고 큰 영향을 미치는 2가지 주제에 대해서 제대로 된 토론이 잘 안되고 그래서 짐짓 금기시 되는 이유를 생각해 본..

시사 2024.09.03

밀알 한 개 심는 것

일본이 매년 300마리가 넘는 고래를 잡고 있다는 사실은 잘 몰라도, 세느강에 올라온 돌고래 한 마리를 살리기 위한 노력은 전세계 토픽감이 된다. 빌딩 유리창에 부딪쳐 철새들이 낙엽처럼 떨어져 죽는데, 교각 공사 중 발견된 새집에 살고 있는 새끼새를 보호하기 위해서 공사가 장기간 중단된다. 되풀이되는 일상에는 무관심하지만, 뭔가 새로운 일탈은 사람들의 관심 버턴을 확 누르는 법이다.   그래서 누군가 말했다. 개가 사람을 무는 것은 토픽감이 안되지만, 사람이 개를 문다면 토픽감이다 그래도 하수구에 빠진 강아지 한 마리 구하기 위해 여러 명의 소방관들이 땀 흘리는 수고를 단순히 뉴스감으로만 보는 것은 뭔가 미진한 느낌이 든다. 황량한 밭에 밀알 한 개 심는 것. 언젠가 이 불모지에 밀이 싹틀 가능성이 남겨..

단상/일상 2024.08.30

조급증

“너 젊게 보인다.”이 한마디에 기분이 좋아지는 나이가 됐다. 보수적으로 생각해서 가고 싶은 곳을 두다리로 걸어서 갈 수 있을 나이 빼기현재 나이를 계산해 보니 양 손가락 두 번 쓰면 남을 정도다. 가을이 오지말래도 오고 있다.4계절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계절.맘껏 즐길 수 있는 기회가 스무 번이 안된다. 이번 가을에는 미친듯이 다녀야지.배낭을 햇빛에 말리려고 뜰에 나간다.따가운 햇살과 더운 공기가 훅 덮친다. 그러고 보니 에어컨 실외기가 돌고 있다.내가 너무 급했나?

단상/일상 2024.08.28

선상(線上) 어느 곳

날씨가 덥다. 섭씨 몇 도부터 덥다고 해야 하나? 춥다는 기준은? 명확하게 가르기 어렵다. 지극히 뜨거운 점과 차가운 점을 잇는 그 어느 선상에 있다. 내가 춥게 느끼면 추운 것이고 더우면 더운 것이다. 만약 선한 사람들만 모여 사는 세상이 있다면 그들은 본인들이 선함을 인식할 수 있을까? 악이 있기 때문에 선이란 개념이 존재한다. 이들은 별개의 것이 아니라 동전의 양면과 같은 동일체이며 어느 한쪽이 없으면 나머지도 존재할 수 없는 개념이다. 종교적 관점을 떠나서 하는 이야기임을 부연한다. 어느 동기부여 강사가 인간의 대표적인 부정적 감정 쉰 여개가 달린 나무를 그려 놓고 그 둥치를 원망심으로 설명하던 것이 생각난다. 문득 그 부정적 감정과 반대인 긍정적 감정들은 과연 별개의 것인가라는 의문이 든다. 우..

단상/일상 2024.08.26

노래에 취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cJsEeeAvN84  사이키델릭 록.가수 김정미의 노래를 좋아한다.좀 취한 것 같은 노래. 곡도 좋지만, 보기 싫은 꼴 보고는 두말 않고 사라져 버린 그녀의 배알이 좋다. 앉은뱅이 용쓰는 나를 위로하기 위해서 위스키 한잔이 동원된다.김정미님의 노래에 취하고그 속은 모르지만 절정기에 사라지고 지금껏 나타나지 않는 깡다구에 반한다. 세상만사 이론대로 되나요?흘러가는 물결 타고 가는 것도 현명한 처신.싫으면 내려서 니갈 길을 가든지.

단상/일상 2024.08.18

이전투인(泥田鬪人)

내 어릴 땐 내가 어른이 되면 문자 그대로 어른스러워질 줄 알았다. 그러나 막상 나이들어 보니 어떨 땐 아이들 보기에 민망해질 경우도 있다. 그래도 뿌리가 한국땅에서 자란 덕분에 여전히 고국에 대한 관심이 많다. 최근에 한국에서 들리는 소리와 그 모습이 근자에 유행하고 있는 단어, ‘weird’를 떠올리게 한다.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 그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어떻게 저런 행동을 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드는 경우, 또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박수 치는 사람들, 제삼자의 입장에서 보면 분명 올바르지 않은 것 같은데 직접 그 현장에 들어서는 순간 자신도 weird하게 되는 신비한 현상들… 감정이 격해져서 싸움이 시작되면 내 몸은 이성보다는 본능을 따른다. 뇌가 긴급한 상황으로 인식..

시사 2024.08.16

늙은 암컷 코끼리

코끼리 무리의 리더는 늙은 암컷이다. 살아 오면서 축적된 경험으로 무리를 이끈다. 그럼 왜 수컷은 안되나? 모르겠다. 그냥 때가 되면 죽을 곳 찾아가서 죽는다는 이야기만 들었다. 힘센 어느 나라 리더 뽑는 과정에서 두 늙은 남자분들이 치고 박고 싸우다가 조금 더 늙은이가 지쳐 쓰러지고 스물살 가량 젊은 여성 후보가 등장하니 신선한 바람 분다고 좋아하는 이들이 많다. 그러고 보니 이세상 시끄럽게 만들고 있는 분들의 나이가 꽤 무겁다. 시모씨, 푸모씨 그리고 모래 바람 속에서 피 흘리며 사생결단하고 있는 나라의 지도자들… 내 주변도 비슷한 문제가 보인다. 은퇴할 나이가 훨씬 지난 분들이 이 조직, 저 단체 옮겨가며 자리를 차지하고 즐긴다. 그러면서 자주 사용하는 말, “내가 많이 해봐서 아는데….” 시쳇말로..

단상/일상 2024.0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