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347

난 막걸리를 마시고

27세, 유학생, 여자, 한국 시골에서 태어나 명문 Y대 졸업. 캐나다 유학 후 영주권 취득을 위해 WORKING PERMIT으로 일하던 중 돌연사. 지병이 있었는데 차일피일 미루다 한국에서 수술 받기 위해 항공권까지 예약해둔 상태였음. 세례 받았고 미사도 착실히 참석. 성당 연령회에서 장례 지원. 가족은 한국에서 날아온 부모님과 여동생 한 명. 이곳 친구 소수. 관 들어줄 사람 없어서 내가 봉사. 사지 멀쩡하고 시간 많다. 이곳 문화에 따라 관 뚜껑 열려 있고 조문한다. 참 예쁜 얼굴이다. 죽은 자 예쁘든 안 예쁘든 무슨 상관이겠냐 만은 그래도 이쁘고 젊은 얼굴 보니 더 안타깝다. 부모님 보니 50대 초반. 어머니가 무척 강하시다. 장례 미사 때 떠난 딸 회고하는데 많이 울지 않음. 미사 참석한 사람들..

단상/일상 2024.03.27

시니어 글 10: 산자에게 바치는 꽃

무덤 앞에 놓은 꽃 비 맞고 시들며 썩는다. 영혼이라도 즐기실까? 누구를 위한 것인가? 바치는 자의 살아 생전 못다한 후회, 자책, 그리움… 산자에게 드리자. 향기 맡고 꽃잎 보며 위로 받을 수 있는 살아 숨쉬는 사람. 제단 보다는 눈 맞추고 향기 맡을 수 있는 따뜻한 가슴위가 제자리다. 웃음꽃, 격려화, 사랑초… 지천에 꽃이고 사람이다. 나도 그중 하나다.

시니어 2024.03.24

2024.03.22 아침 단상: 거짓말

내가 거짓말을 입에 달고 살아온 것 같다. “열심히 공부 한다.” 배움을 위해서가 아니고 좋은 직장 얻어서 잘 살려고. “부하를 위해서 내가 먼저 위험 지역에 들어간다.” 사실 장교 계급장 달고 쪽 팔리기 싫어서. “회사를 위해서 책임감 있게 헌신적으로 일 한다.” 승진 빨리 하려고. “은퇴 후 느리게 살자.” 사실 게으르거나 할 일이 별로 없어서. … 다른 사람은 어떨까? 나라를 위해서라며 잠도 안자고 뛰어 다니며 자신을 국민의 머슴으로 뽑아 달라고 한다. 그런데 뽑아 주면 머슴이 아니라 주인행세 한다. … 공상을 해본다. 만약 이마에 내 진심이 화면에 비치듯 나타난다면 이 세상은 어떻게 될까? 참 재미 있을 것 같다. 아니 거의 세상 종말이 올 것 같다. 거짓말이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나쁜 것만은 아..

단상/일상 2024.03.23

시니어 글 9 : 재미 만들기

정신없이 쫓기던 삶에서 이제 겨우 한숨 돌릴 만한 시점에 서서 보니 사는 것이 별로 재미없는 것 같다. 너무 바쁘게 살아와서 재미있는 일을 그냥 지나쳤는가 싶어 무엇이 재미 있을까 곰곰이 생각해 봐도 별로 눈에 띄는 것을 발견할 수 없다. 그나마 몇몇가지를 골라 놓고 봐도 시작하기에는 엄두가 나지 않거나 귀찮아 보이기도 하고… 그래도 재미있게 살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떠밀려 남들이 많이 하는 것 중 하나를 골라 시작해봐도 작심 삼일이다. 인생 60줄 이상에 들어선 분들이 많이 겪는 일이다. 한 조사 결과에 의하면, 우리나라 성인은 하루 평균 10회 이하 웃고, 아이들은 300~400번을 웃는다고 한다. 우리가 행복하다는 느낌이 들면 뇌가 복잡하고 오묘한 신체 시스템을 가동해서 웃음이라는 동작을 만들게 되..

시니어 2024.03.17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땅이 녹아 꽃은 망울을 터뜨리고 아이들은 그 위에서 뒹굴며 논다. 그러나 북방 언 땅에 살던 미녀의 가슴은 여전히 겨울이다. 춘래불사춘. 봄이 와도 봄 같지 않구나. 새싹 돋는 들판에서 죽고 죽이는 싸움이 벌어진다. 귀 간지럽게 들려야 할 새소리가 사람들의 악다구니에 묻혔다 춥습니다. 하늘이여 봄을 주소서 황당한 것은 그분도 마찬가지다. 잘 먹고 즐기라고 봄 밥상을 차려줬더니 엎어버리고 머리끄덩이 잡고 싸우네. 차려준 것도 못 먹는 자식들 이제 보기 지겹노라. 한 많은 여인의 가슴은 아직 차갑지만 대지는 이미 봄의 열기에 들뜨기 시작한다. 전쟁통에도 생명은 태어나고 귀 기울이면 차가운 얼음장 아래 물 흐르는 소리 들린다. 감사합니다. 차려 주신 진수성찬 잘 먹고 힘내서 밭고랑 하나부터 갈겠습니다. 지지고..

단상/일상 2024.03.12

시니어 글 8: 브레이크 살짝 밟기

이유 없이 만사가 심드렁할 때 생각하면 할수록 서운한 감정 생길 때 움직이기 싫고 불편할 때 갑자기 기분이 찜찜해 지고 누가 뒤로 잡아당기는 느낌이 들 때… 차를 몰고 먼 거리 가면 타성에 의해 운전은 하지만 의식은 졸 경우가 있다. 그래서 주기적으로 속도계 보는 습관을 들인다. 100km 넘으면 브레이크 살짝 밟으려고. 인간의 몸은 조물주의 걸작이다. 쉬어야 할 때, 늦춰야 할 때 지가 알아서 신호를 준다. 부정적 느낌이 슬슬 일어나는 것. 이때 브레이크 살짝 밟았다가 다시 가속해야 한다. 짐짓 잊어버린 체 숨 한번 크게 쉬고, 가야 할 길 머리속에 그려보고 먼..

시니어 2024.03.09

시니어 글 7: 짐이 아니다

노령인구 증가, 인구절벽, 연금고갈, 고독사, 세대간 갈등… 자주 접하게 되는 당면한 사회 문제 제목들이다. 인간들이 오래 살아서 생기는 문제다. 예수님 살아 계실 때는 태어나자 마자 죽는 영아 사망을 빼면 대충 40세 정도까지 살았다고 한다. 지금은 거의 2배 오래 산다. 특히 근자에 확 늘었다. 사회 시스템이나 제도는 항상 현 상황을 뒤쫓아간다. 그러니 세상 변하는 속도 보다는 늦고, 특히 급변의 시기에 사는 사람들은 변화된 현실과 이를 뒷받침해주는 제도와의 괴리로 인한 문제를 많이 겪는다. 한 세기 전만 하더라도 노인은 존경의 대상이었다. 환갑 잔치 크게 하고 조선시대에는 80세 이상 장수하는 노인에게는 나라에서 명예직이기는 하나 벼슬을 내렸다. 지금은 ‘노인 존경’ 사상은 희미해지고, 그나마 대신..

시니어 2024.03.07

2024.03.06 아침 단상: 직업윤리

모두 직업을 갖고 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돈 받는 직업이 아니더라도 가장(家長) 이라는 위치, 어머니로서 하는 일도 직업의 범주에 든다고 믿는 사람이다. 직업에는 윤리가 있다. 모두 동의할 것이다. 그럼 개인적, 사회적 윤리와 직업 윤리는 뭐가 다를까? 궁금해서 자료를 찾아보니 대단히 복잡하고 장황하게 설명되어 있다. 특유의 교만심이 발동된다. 내가 쉽게 정하자. ‘본인의 직업을 수행하기 위해서 가져야 할 윤리관’ 그럴듯해 보인다. Point는 특정 직업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그 직업에서 요구되는 윤리관/도덕심을 가져야 제대로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르게 생각하면 그 직업을 하지 않으면 그 직업 윤리관은 가지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 된다. 물론 각 직업마다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윤리가 있을 수도 있겠..

시사 2024.03.04

시니어글 6: 잠이 줄어드는 이유

몇 년 전만해도 내가 가장 자신 있었던 분야가 3가지 있었다. 먹고, 마시고, 자는 것. 이제는 이 3가지가 나의 취약 분야가 되어가고 있다. Because of aging, 나이를 먹어 감에 따라. 신체적 변화는 생존을 위한 본능이라고 한다. 소화 기능이 약해졌으니 음식물을 적게 넣어야 하고 그러니 입맛이 떨어진다. 맞다 간이 망가졌으니 알코올은 매우 해롭다. 그래서 조금 먹어도 많이 취한다. 맞다 그러면 잠은 왜 줄어드나? 내 의학적 상식이 부족하다. 구글에 물어보기 전에 나름대로 이유를 상상해 본다. 1. 떠날 시간이 길게 남지 않았으니 일어나서 해야 할 일을 빨리 끝내라는 재촉. 2. 나이 들었다는 이유로 게을러졌으니 몸 더 굳어지기 전에 움직이라는 신호. 3. 하는 일이 별로 없으니 일찍 일어나..

시니어 2024.03.03

고스톱 유감

대한민국은 비교적 “공평한 사회”다. 공평이란 단어가 추상적이고 포괄적이므로, 범위를 좁혀 말한다면, 대한민국은 “계층 간의 간격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사회”로 이해할 수 있다. 반대 댓글이 벌떼 같이 달릴 것 같아 걱정된다. 그래서 도망갈 구멍을 만들어 둔다. 내 말이 아니고 어느 교수님의 말을 인용한 것이다. 그분의 논지인 즉, 어느 사회나 계층이 있어 왔고 현재 존재하고 있다. 한국도 조선시대만 봐도 양반, 중인, 상민의 3개 계층으로 구분되어 왔는데, 구한말 이래 사회구조가 붕괴되고 해방 후 새로운 구조 형성이 시작되었으므로 계층 구분이 오래전 부터 확실하게 자리잡은 서구 다른 나라들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계층간 간격이 적고 이동도 비교적 용이하다는 이야기다. 일명 선진국이라는 나라로 오래전 이민..

시사 2024.0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