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나이 드신 분이 교육장에서 사과(謝過)의 중요성에 대한 강의를 듣고 집으로 돌아가서 가까이 있는 사람 중에 본인이 잘못한 상대에게 진정한 사과를 하는 실습을 숙제로 받았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어제 고등학생인 아들에게 공부 잘못한다고 심하게 꾸중한 것이 생각나서 사과하기로 결심했는데 어른 체면에 차마 내가 잘못했다 라는 말을 꺼낼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고민 끝에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상점에서 사과(沙果)를 한 봉지 사 갖고 가서 아들을 불러 방에 앉혀 놓고 사온 사과를 내 놓으며, “내 사과를 받아라” 라고 소리 쳤다고 한다.
내 잘못을 인정하고 상대에게 용서를 구하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내 자존심, 체면, 합리화, 이심전심 알아주겠지, 잘못 인정한 후에 내게 돌아올 불이익 걱정 등등… 복잡한 생각들이 내 머리속을 떠나지 않아서 그럴 것이다.
그러나 많은 사례에서 보듯 진심 어린 사과 후에 내게 돌아오는 결과는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난다. 내게 잘못했다고 하는 사람에게 다시 침 뱉을 사람 많지 않을 것이고 우리가 살면서 나를 기분 나쁘게 했던 상대 잘못은 사소한 것들이 대부분이니 더욱 그렇다.
요즘 여러 사람 보는 데서 사과를 하는 사람도 보이고 사과를 해야 할 측이 막무가내로 사과를 거부하고 있는 경우도 보인다. 사과 해야 할 사람이 본인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그 사람 마음이니 어쩔 수 없다고 쳐도 사과를 받고 나서도 찜찜한 이유는 무엇일까?
사과에서 진정성을 느끼지 못해서일 것이다. 내가 사과해야 할 상대는 사과(謝過)를 원하지 사과(沙果)를 먹고 싶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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