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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러지는 나무

몇 년 전 경험이다. 산길 걷다가 20여미터 앞에서 빡~ 하는 소리가 나더니 큰 나무가 순식간에 쓰러져 길을 가로 막았다. 조금만 더 빨리 걸었으면 비명 횡사할 뻔했다. 갑자기 쓰러지는 나무는 대부분 속이 썩은 나무다. 겉으로 봐서는 잘 모른다. 하지만 속은 썩고 있었다. 그러니 갑자기가 아니고 사실 서서히 쓰러질 준비를 하고 있었던 나무다. 우리 주변에도 썩고 있는 나무들이 있다. 자세히 보면 그 징조가 보인다. 겉이 푸석푸석하고, 껍질에는 곰팡이가 피고, 칡덩굴이 감아 올라가고, 바람에 흔들려 유독 삐걱삐걱 소리가 많이 난다. 공원을 관리하는 곳에서 유심히 살펴보다가 내부를 확인 후 잘라내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한다. 하지만 관리소에서 모든 나무를 다 살펴 볼 수는 없는 것. 그래서 가끔씩 사고가 나서..

시사 2025.03.26

눈(目) 예찬

인체의 신비. 그 중에서 눈은 하이라이트다.내가 나를 보지 못하게 만들어진 것.조물주가 그렇게 만드셨거나 아니면 자연이 최적의 선택을 한 것이라면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내 눈의 들보 남의 눈에 티끌’ 운운하며 반성하자는 말에는 공감하지만 내 눈의 들보는 안보이게 만들어졌다. 그래서 내 어깨가 으쓱 올라간다.항상 뒤를 보고 살면 쪼그라든다. 앞을 봐야 뭔가 살 맛이 난다.내 눈으로 나를 보기 시작하면 다른 사람의 말은 믿지 않게 된다. 거울을 통해서 보는 내 모습이 진짜 나의 모습이다.내 눈으로 나를 보면 좀 슬퍼질 것 같다. T.V로 보는 것 보다 라디오로 듣고 상상하는 미인이 더 이쁘다.…곰곰이 생각하면 더 많은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내가 좋다! I like myself!앞만 ..

단상/일상 2025.03.24

내가 바쁜가?

내가 바쁜 사람일까?글쎄… 바쁘고 안 바쁘고 기준은 내가 정하니 결국 내 느낌이겠지. 분 단위로 스케쥴 관리하는 사람 본 적이 있다. 25분에 누굴 만나고 50분에 어딜 가고…거기에 비하면 지금의 나는 분명 바쁜 사람은 아니다. 왜냐하면 달력에 적힌 하루 기억해야 할 스케줄이 서너 개 이상인 경우가 드물기 때문이다 주변에 나랑 비슷한 연령대의 지인들이 많아서 Small talk로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라고물으면, 70% 정도는 “응, 좀 바빠” 나머지 30%는 “뭐 그럭저럭” 정도의 답이 돌아온다. 내일 오전에 병원 예약, 오후에 친구와 차 한잔 약속이 있으면 오늘 저녁부터 머리속이 좀 바빠진다. 내일은 조금 일찍 일어나서 아침 먹어야 하겠고 걸어서 가려면 몇 시에출발하고… 등등. 몸에 앞서 마음이 바..

단상/일상 2025.03.19

말 장난

1.떡이 좋은 이유게으른 자도 살린다: 자다가도 떡 생긴다.미운 짓 해도 얻어 먹는다: 마운놈 떡 하나 더 준다.떡 한 개 붙이면 흉한 놈도 이쁜이가 된다: 떡두꺼비 같은 내 새끼. 2.개가 억울한 이유토사구팽(兎死狗烹): 실컷 도와주고 배신 당한다.개자만 붙이면 나쁜 것이 된다: 개소리, 개살구, 개차반…개격(格)은 완전 무시된다: 애완견 그럼 ‘개떡’은 무엇인공? 원래 좋은 것이었는데 무슨 이유로 나쁜 것이 되었다?만사 좋고 나쁜 두가지 측면 다 있는데 나쁜 것이 먼저 부각된다?내 하기 따라 달라진다? 요즘 세상 개떡 같아 보인다.참 좋은 세상이 참 나빠 보인다.세상이 억울하다.고칠 방법이 있을터…

단상/일상 2025.03.15

한 순간이다

40년여년 전 같은 중대에서 히히덕거리며 근무했던 동기가 아침에 카톡으로 재미있는(?) 자료를 일부분 사진 찍어서 보내왔다. 대법원 판결문, 판사 이회창. 인터넷 search 하다가 우연히 발견했다고 한다. 내용은, 전방 중대에서 일어난 불행 사고 책임 소재를 가리는 것. 모 사단의 주요 인물이 비무장지대(DMZ)를 통해서 이쪽에서 저쪽으로 가버렸는데 당시 DMZ로 들어가는 문(통문) 관리를 책임지고 있었던 사람들에게 대한 형사상 책임을 확정 짓는 것. 통문 관리 책임 소대장(K): 당일 사단장 포상 휴가로 부재 중이었으므로 책임을 물을 수 없다.중대장, 대대장: 책임 소대장 부재 시 대리 근무자 지정해야 하는데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것을 주 이유로 1차, 2차 책임이 있다. 사고 나기 얼마전 사단장이..

단상/일상 2025.03.10

약속 2

혼자 살 수 없는 것이 인간이다. 사람과 사람, 자연과 나, 내가 인지하든 못하든 그 무엇과 관계가 맺어져 내 삶이, 이 세상이 돌아간다. 그렇다면 그 관계를 유지하는 끈은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약속’인 것 같다. 범위를 좁혀서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를 생각해 본다. 저 사람들이 나를 해치지 않을 것이라는 무언의 약속을 믿고 형형색색 다른 종류의 인간들이 모인 장소에 아무 두려움 없이 들어간다. 동물이라면 상상이 안된다.이 돈을 가져가면 상응하는 가치의 것으로 교환해 준다는 약속을 믿고 죽자사자 돈을 모은다. 따지자면 증권은 더 실체가 안보이고 가상 화폐는 문자 그대로 가상의 돈이지만, 우리는 그 약속 가치를 철석 같이 믿고 산다. 약속이 인간 관계 유지의 중요한 끈이라는 예는 차고 넘치지만, ..

시사 2025.03.08

약속 1

약속의 사전적 의미는, ‘다른 사람과 앞으로의 일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미리 정하여 둠, 또는 그렇게 정한 내용’이라고 되어 있다. 약속에는 반드시 상대가 있다. 약속을 했으면 지켜야 한다. 누가 시켜서 한 것이 아닌 스스로 한 것이면 더욱 그렇다. 사회적 약속이라 하여 암묵적으로 정해진 것도 있지만 이것도 내가 그 사회의 구성원임을 인정하는 이상 지키는 것이 맞다. 그러나 약속이 안 지켜지는 경우가 많다. 깜빡해서, 이기심 때문에, 안 지켜도 될 것 같아서... 하지만 지키지 않으면 대부분 어떤 형태이든지 부담이 온다. 약속 중에도 잘 지켜지지 않고, 지키지 않아도 별 부담이 없고 심지어 내가 약속했는지도 까맣게 잊고 사는 그런 약속도 있다. 나 자신과의 약속 이야기다. 약속은 상대에게 하는 것이라고 ..

단상/일상 2025.03.07

단순함의 함정

단순하게 살아라. 필요 없는 것 버리고 생각 마저도. 길가다 잠 올 때 졸리다는 욕구에 끌려서 길위에서 자면 단순한 짐승,집에 가서 이불위에 누워서 자면 복잡하게 생각하는 인간이다.단순한 삶의 진정한 의미는 참다운 인간이기 위해서 꼭 필요한 것만 소유하고 사고하는 단순함을 말하는 것이다. 인간이든 짐승이든 본능이란 것은 원초적이고 강력하고 단순하다.그대로 두면 본능에 끌린다. 즉 ‘생각하는 갈대’가 돼야 인간인데 그 생각에는 힘이 든다. 그래서 의도적으로 노력해서 이성을 갈고 닦지 않으면 짐승 쪽으로 끌린다. 철학적인 의미를 가진 단순함과 얕고 좁은 천박함이 혼용된다.내편 아니면 적, 좌 아니면 우. 좋으면 안아주고 싫으면 쥐어 박고.깊게, 넓게, 멀리 생각하지 않는 천박함이 느껴진다. 세상 참 편해졌다..

단상/일상 2025.0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