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347

가짜뉴스

‘오보는 언론사가 어떤 사실을 보도했는데 내용상 사실 관계가 잘못된 경우를 말한다. 반면 가짜 뉴스는 누군가 특정 목적을 위해 사실이 아닌 것을 뉴스의 형식으로 만든 것이다. 보통 오보가 실수에 기인한다면 가짜뉴스는 실수가 아니라 애초부터 의도를 갖고 만들어지는 것이다.’ 필자가 자료를 찾아보고 나름대로 정리한 가짜 뉴스의 정의다. 최근 가짜 뉴스란 용어가 부쩍 많이 사용되고 실제로 가짜 뉴스로 짐작되는 소식들이 귀에 자주 들린다. 시비지심(是非之心)까지 거론하지 않더라도 진짜와 가짜를 가리는 일은 인간사에서 매우 중요한 일이다. 사슴이 말이 되고 선한이가 악한으로 뒤바뀌는 세상은 제대로 된 세상이 아니다. 오보가 실수에 의한 것이라면, 실수한 자가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사과하면 대략 마무리된다. 하지..

시사 2021.09.10

추수

봄에 씨를 뿌리고 가을에 곡식이 익으면 추수를 한다. 씨를 뿌리고 거름을 주고 잡초를 뽑고, 가뭄이 들 때면 등짝이 타는 듯한 땡볕 아래 물을 주는 것은 농부의 일이지만, 사실 알고 보면 곡식이 익어가는 대부분의 과정은 하늘이 하는 일이다. 그 누가 뿌리로부터 볍씨까지 영양분을 나를 수 있으며 알곡이 적당히 익도록 만들 수 있을까? 모든 것은 하늘이 주관하고 인간은 거저 하늘이 주신 잔심부름만 할 뿐이다. 때가 되면 알곡은 거둬진다. 밑동이 잘리고 볍씨가 털려 가마니에 모아지고 배고픈 인간들의 입속으로 들어가서 우리가 산다. 잘려진 몸통은 볏단이 되어 지붕이 되고 지푸라기는 거름이 된다. 볍씨 중 실한 놈은 내년을 위한 종자로 선택되어 창고에 갈무리된다. 한 알의 볍씨에서 출발해서 모가 되고, 커서 벼가..

요설 2021.09.10

왜 글을 쓰는가 3

‘숙성’이란 단어의 뜻을 천천히 익어가는 과정으로 이해하는 것이 멋스러워 보인다. 글자 순서를 뒤집으면 ‘성숙’이 되니 더욱 그렇다. 글쓰기를 하면서 컴퓨터에 ‘숙성방’을 만들어 현재 작업 중인 글을 넣어 둔다. 불완전했던 글이 술 익어 가듯 천천히 맛있게 익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드러내고 싶은 교만, 곰곰이 생각 않는 조급함, 너무 뜨거웠던 감정. 이런 것들이 곰삭아 내 글이 성숙되어 가는 모습이 대견하다. 이번 글이 부족하면, 다음 글의 키가 더 자랄 것을 기대하면서. 아이를 키우듯, 만사가 제대로 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기다리는 지루함 보다 자라나는 모습을 보는 즐거움이 더 크다 조용히 때를 기다리는 지혜를 글을 쓰며 배운다.

단상/글쓰기 2021.09.09

사랑도 배워야 하나?

본능과 이성을 생각할 때 사랑하는 마음은 본능일까, 배워야 하는 이성일까? 새끼를 품고 있는 제비를 보면 본능인 것 같기도 하고 제 아이를 죽이는 엄마를 보면 이성인 것 같다. 사랑을 타고 났다면 어찌 그럴 수 있겠는가? 사랑이 결핍된 가정에서 자란 아이가 문제아 되기 쉽고 이웃 사랑을 외쳐도 이웃이 미워질 때가 있으니 아무래도 본능은 아닌 것 같다. 본능처럼 보이는 것도 사실 오랜 시간 동안 이루어진 학습의 결과일 수 있다. 갓난 아이에게 독사의 ‘쉿’ 하는 소리를 들려주면 깜짝 놀란다고 한다. 오랜 기간 동안 파충류에게 당해온 인간의 공포가 DNA에 새겨진 결과다. 사랑을 배워야 한다면 어떻게 배워야 하나? 행함이 없는 믿음은 공허한 믿음이고 지식이 곧 지혜가 되는 것은 아니니 모쪼록 내 몸이 사랑을..

단상/일상 2021.09.08

불완전한 경청

카톡으로 글을 쓸 때 평소 잘 안 쓰는 단어나 신조어를 타이핑하면 프로그램이 오타로 인식하고 스스로 알아서 가장 그럴듯한 단어로 바꿔준다. 뜻은 고맙지만 확인 안하고 발송하면 내 의도와는 전혀 다른 문장이 전송되어서 당황했던 경험이 있다. 배려하는 마음이 섣부른 예단(豫斷)으로 인해 오히려 화근이 된 셈이다. 경청이란 의미가 궁금해서 자료를 찾아본 적이 있다. 잘 듣는다는 사전적 의미는 짐작이 되는데, 잘 듣는다는 것이 어떻게 듣는 것인지 궁금했던 것이다. 대략 공통적으로 이야기되는 경청의 다섯 등급의 수준을 인용해 본다. 5등급 수준: 상대방을 무시한다. 전달되는 내용이 하나도 없다 4등급 수준: 듣는 척한다. 자신의 생각 속에 빠지고 집중하지 않음으로 대화 상대가 불편해진다. 3등급 수준: 선택적으로..

단상/소통 2021.09.08

윤활유 한 방울 2

대면에서 비대면으로 커뮤니케이션 방법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일과 중 ‘까똑’ 소리가 한동안 들리지 않으면 내가 뭔가 소외된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지경이 됐다. 따라서 우리의 일상이 된 비대면 방식의 의사소통에 대한 에티켓도 필요해 졌다는 생각이 든다. 그 중에서도 카톡을 사용하는데 필요한 예절 가운데 나름대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것 10가지를 정리해본다. 예절은 사회가 부드럽게 돌아가도록 하는 윤활유와 같은 역할을 한다. 아무쪼록 편하고 즐거운 카톡 사용에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램이다. 1. 상대의 활동 시간대를 고려한 사용 시차가 있는 나라는 물론이고 외국에서 살고 있는 친구를 새벽에 깨우는 실례를 범해서는 안된다. 특히 단톡방과 같이 거주지가 다른 사람들이 한방에 모여 있을 경우 더욱 주의해..

단상/예절 2021.09.07

나를 본다는 것 2

가끔 내 손가락 끝에 눈이 하나 더 달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얼굴을 비춰주는 거울이 없을 때도 그렇고 비보호 좌회전할 때 차창 밖으로 왼손을 내밀어 보면 상대편 차선에서 달려오는 직진차를 훨씬 쉽게 볼 수 있을 것도 같다. 그러나 나는 나를 직접 볼 수 없다. 내가 내 모습을 보기 위한 방법은 몇 가지 있다. 첫째, 거울에 비쳐보는 방법이다. 가끔 거울 표면이 고르지 못하여 일그러진 모습을 보일 때도 있지만 비쳐진 모습이 현재의 내 것이라고 믿을 만하다. 단지 내 생각과 마음은 비쳐지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다. 둘째, 사진을 찍어 보는 방법이다. 엄밀하게 말해서 현재의 내모습은 아니다. 금방 찍은 사진도 수초전의 내 모습이다. 특히 요즘은 포토샵 기술이 발전해서 나 보다 훨씬 젊고 아름다운 얼굴이 ..

단상/글쓰기 2021.09.06

매년 피어나는 쓰레기 꽃

자세히 보면 모두가 쓰레기다. 한번 사용하고 버린 천막이 주종을 이룬다. 최근 영국 레딩에서 열린 뮤직페스티벌에 100만명 넘는 참가자들이 몰렸고 행사가 끝난 후 그들이 머물렀던 텐트와 쓰레기를 그대로 놓고 간 것이라고 한다. 세계적인 뮤지션들이 공연한 페스티벌이니 참 좋은 음악을 듣고 즐겼을 관중들이 남긴 흔적이 너무 처참하다. 2014년 8월 16일 프란치스코 교황 서울 방문 시 수십만명의 군중이 모여 거행된 시복식 후 광화문 광장이 깔끔하게 치워진 뒷모습이 기사화된 것을 본 적이 있다. 무엇이 이러한 극명한 차이를 가져왔을까? 첫번째는, 한국인의 질서의식과 교양 수준이 영국인 보다 높기 때문이라는 가정이다. 한국인은 기분이 좋은 가정일지 몰라도 선진국임을 자처하는 영국인의 입장에서 본다면 동의하기 ..

시사 2021.09.06

금수저 흙수저 2

흙수저를 갖고 태어난 사람이 흙수저에 만족하며 사는 법을 생각했다. 뭔가 찝찝하다. 달리는 자의 능력에 따라 골인 지점에 들어가는 시간이 다른 것은 충분히 이해되는데, 출발점이 다른 것은 뭔가 잘못된 것이 아닌가? 라는 억울한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다. 하지만 현실을 부정할 수는 없는 법. 그분의 뜻이든 확률에 의한 불운이든 내가 흙수저를 갖고 태어난 것을 부정할 수는 없으니 금수저를 훍수저를 바꾸는 꿈을 꿔보자. 꿈은 이루어진다고 했으니… 오래전의 일이다. 서울역 광장에 구두 닦는 소년 2명이 있었다. 두 명 다 장래 성공한 삶을 살고 싶은 꿈을 가졌다. “서울대에 입학하여 열심히 공부해서 사법고시 합격하고 판사가 되어 성공한 사람이 되고 사람들로부터 존경받는 사람이 되고 싶다.” 오늘도 같은 생각을 ..

단상/일상 2021.09.05

시인을 죽인 한마디 말

하늘이 조금 높아지고 겨드랑이를 스치는 바람이 서늘하다 뭉게구름 몇 개가 모여 보고 싶은 얼굴을 만든다 어느 시인이 내게 한 말 가을이 깊어 갈 때 시외버스를 타고 들판을 지나 가는데 옆 좌석 창가에 앉아 밖을 보던 어린아이가 엄마의 팔을 당기며 “엄마, 엄마, 저 들판 참 이쁘지?” 졸던 엄마가 팔을 밀치며 “조용히 해라 손님들 잠 깬다.” 이 광경을 보고 그 시인은 속으로 울었다고 한다. 아, 이렇게 한 천재 시인이 죽어 버렸구나. 우리는 모두 시인의 마음을 갖고 태어난다. 나도 모르게 켜켜이 쌓인 삶의 때가 그 순수함을 가리고 있을 뿐이다. 현실이 고단하다는 이유로 뾰족이 내미는 시인의 싹을 눌러 버리지는 않았는지… 2021년 어느 날 가을의 문지방을 넘는 계절의 모습을 보면서

여운 2021.0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