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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이름

캐나다에 이민 와서 local people에게 아내와 나를 소개할 때 이름을 알려주면 우리 둘 사이의 관계를 궁금해하는 느낌을 받고 조금 의아해했던 경험이 있다. 나로서는 당연히 부부로 알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중에는 은근히 partner, 즉 정식 부부가 아닌 동거하는 사이냐고 묻는 사람도 있었다. 나중에 그 이유를 알고 보니 나와 아내의 성이 달랐기 때문이다. 서양에서는 여자들이 결혼하면 대부분 남편의 성을 따른다. 이민오신 여성분들 이름이 복잡하다. 한국에서는 이** 살다가 이곳 관습을 따른다고 남편 성을 따라 김**으로 바꾸고, 영어 닉네임 하나 정하면 벌써 이름이 3가지가 된다. 영어 닉네임이 Helen이라면 Helen Lee도 가능하고 Helen Kim도 가능하니 잘 모르는 사람들은 같은 얼..

시사 2022.05.16

하루 평균 35km씩 400km 걷기

#1 새벽 5시경 눈을 뜬다. 발가락을 꼼지락거리고 무릎을 굽혔다 폈다 하면서 오늘도 35km 아스팔트길을 걸을 수 있을까 걱정한다. 어제도 걸었으니 오늘도 어찌 되겠지. 사실 이런 걱정할 필요가 없는 아침이다. 어제부로 ‘토론토 한인회 주관 국토대장정 행사’는 끝났다. 그런데도 몸은 아직 어제를 기억하나 보다. 같이 걸은 친구들과 길 풍경이 그립다. 발이 근질거린다. 나의 국토 대장정은 계속 진행형이다. #2 토론토에서 수도 오타와까지 걷는다. 구글로 잰 거리는 403km. 이리저리 추가로 걷는 거리까지 합하면 조금 더 되겠지. 주관하는 한인회에서 행사의 목적을 나타내는 몇 가지 좋은 슬로건을 제시했다. 이를 본 아내가 나를 부추긴다. “한번 해보자. 우리 잘 걷잖아요. 지금 안 하면 평생 못해보고 죽..

단상/일상 2022.05.09

마지막날 부를 이

Mother’s Day가 다가온다. 한국에서는 1973년 어버이날로 바꿨다. 아버지들의 입김이 작용한 것 같다. 좀 그렇다. 두 번하기 번거로우니 한꺼번에 묶었다는 느낌도 든다. 아버지는 원래 묵묵히 헌신하는 멋이 있는데… 차라리 다른 나라처럼 ‘어머니 날’ ‘아버지 날’을 따로 두어 두 번 기리는 것이 나았을 것도 같다. 2차 대전 때 일본 제로 전투기 조종사로 수많은 전투에서도 살아남은 파일럿이 쓴 회고록 중에, 최후를 맞이했던 동료 파일럿이 죽음 직전 질렀던 말이 한결같았다는 내용이 있다. “엄마”였다는 것이다. “천황폐하 만세”는 물론 아니고, 그들이 믿던 신을 찾았던 것도 아니었다. 아기가 태어나서 처음 배우는 단어도 “엄마”다. 인간이나 동물이나 태어나서 눈을 맞추고 안기고, 그분의 젖을 먹으..

단상/일상 2022.04.20

300만원에 목숨거나?

흉기 휘두르는 난동범 피해서 도망간 경찰관을 두둔하는 댓글이다. 2차 연평해전에서 순국한 병사의 월급은 얼만지 아는가? 갇힌 배에서 도망갈 길 없어서 그랬다 치면, 탁 트인 벌판에서 싸우는 우크라이나 병사의 월급은? 오래전 일이다. 1개 분대 끌고 수색나갔다. 임진강변에서 누군가 왔다갔다 했다고 하는 신고가 들어왔다. 중대장님이 맡은 섹터를 좍~ 수색하랍신다. 중간에 토끼굴이 있다. 내가 본능적으로 말한다. 들어갈 테니 뒤에서 엄호해. 평소 꼬장 부리던 병장이 나선다. 제가 들어갑니다. 소대장님은 지휘하십시오. 쪽 팔리지 않는가? 300만원 이하면 목숨을 걸지 않는다. 그러면 3백 1만원 줄께 목숨걸래?

시사 2022.04.18

뿌리칠 수 없는 유혹

영화 감독들은 천재라는 생각이 든다. 그들이 상상했던 세계는 많은 경우 비슷하게 현실이 됐거나 되고 있다. 스타워즈가 점점 현실이 되고 있는 것처럼. 매트릭스 영화를 몇 번 돌려서 봤다. 미래에 인간들이 컴퓨터 가상 세계에 갇혀 사는 내용이다. 그냥 상상으로만 끝날까? 인간의 뇌파를 컴퓨터로 이식하면 매트릭스처럼 컴퓨터 가상 공간에서 생활하는 환경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는 어느 과학자의 글을 읽었다. 내가 사는 나라에서 팬데믹 기간 중 술과 마리화나 소비가 엄청 늘었다는 기사를 봤다. 그것도 젊은 층에서. 유사 이래로 성공하지 못한 법이 금주법과 매춘금지법이라고 한다. 고통에서 도피하고 쾌락을 즐기고 싶은 것은 인간 본능이다.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는 것 보다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더 많은 ..

시사 2022.04.14

아나운스의 기도가 더 잘 응답 받는다?

목소리가 낭랑하고 표준말 쓰는 아나운스가 하는 기도는 그분께서 듣기 좋기 때문에 더 잘 응답해 주신다? 당연히 동의하실 분 없을 것이다. 상상력을 발휘해 본다. 많은 신자수를 자랑하는 큰 종교단체에서 특별한 날 그동안 소외감을 느꼈던 할머니 신자들이 의기 투합하여 수수한 옷을 차려 입고 신자들 앞에 서서 알아듣기 어려운 목소리지만 최선을 다해 특송을 불렀다면 신자들의 반응은 어떨까? “참 좋았다” 아니면 “듣기 괴로웠다” 여러분의 의견은? 여러 분야에서 봉사자 구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팬데믹 상황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봉사자 구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는 그 이전부터 들어왔다. 가끔씩 봉사일 담당하시는 분들로부터 듣는 이야기다. “하려고 하는 사람은 있어도 수준이 좀 미달돼서… ”특히 앞에 나서서 해야 하는 ..

단상/일상 2022.04.11

옷이 날개

사자성어를 보면 그것을 만든 이가 무엇을 더 중요시하는지 알 수 있다. 권선징악(勸善懲惡). 선이 악보다 먼저다.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 일체를 강조하지만 임금님이 제일 앞이다. 그렇다면 의식주(衣食住)와, 사람의 됨됨이를 판단하는 기준인 신언서판(身言書判)은 왜 의(衣)와 신(身)을 제일 앞쪽에 두었을까? 살아가기 위해서는 옷(衣) 보다 먹는 것 식(食)이 더 중요할 것 같고, 사람을 평가함에 있어서 외모인 신(身) 보다 사리를 분별할 수 있는 판단력(判)이 더 중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의식주와 신언서판의 어순을 보면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옷이 중요하고 사람의 됨됨이를 판단하는데 있어서는 풍모가 중요하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즉 인간이 살아가면서 외형이 내부의 모습에 우선한다는 현..

시사 2022.0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