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낙서

낙서 2 : 나만 틀렸나?

Chris Jeon 2021. 12. 22. 17:54

 

마음이 변했다. 다시 낙서한다. 가슴에서 조금 뜨겁고 뾰족한 것이 올라와서 머리를 찌른다.

 

코비드가 사람 지치게 한다. 가야할 목표가 정해져 있으면 어쨌든 간다. 하지만 얼마만큼 가야할 지를 모르면 금방 질리고 지쳐서 주저 않는다. 이럴 때 힘이 되는 것이 같이 가는 자의 격려다. 같이 걷자고 약속하고, 돕고, 희망의 불씨가 꺼지지 않도록 하는 것. 한마음됨이 필요하다.

 

여러 사람 모이는 곳에 정기적으로 간다. 가서 나름 방역 수칙 잘 지키면서 일도 돕는다. 그런데 한가지 중요한 것이 빠진 것 같다. 입장하는 사람 백신 1, 2차 접종 확인 안 한다. 확인하자고 제안한다. 답은 이렇다. 조직 구성원들의 분열을 우려해서 안 한다고. 분열? 순간 화가 조금 솟는다. 솔직한 표현이다. 그럼 곰곰이 생각해보자.

 

분열이라면 백신 안 맞은 자와 맞은 자의 분열을 의미한다. 그럼 통합을 위해서는 어떻게 할 것이며 그 결과는 어찌될 것인가?

 

백신 안 맞은 자는 접종자에 비해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위험도가 현저히 높다는 것이 증명됐다. 그래서 나라에서도 비접종자에 대한 기본권을 제약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특히 지금 지배종인 오미크론은 증세가 비교적 가벼워서 감기와 혼동되고 무증상 감염도 대략 25% 이상 된다고 한다.

 

분열이 아니라 분리다. 백신 미 접종자는 감염 위험이 높으니 많은 사람 모이는 곳을 피하는 것이 좋다. 특히 나이 드신 분은 위험하다.  더 나아가서 남을 보호하는 의미에서도 나들이를 삼가하는 것이 맞다. 백신 안 맞은 자는 자신도 모르게 보균 상태로 있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본의 아니게 자신이 코로나 전파자가 될 가능성이 많다. 그러므로 조직 분열을 우려해서 백신 비접종자와 접종자를 같이 안고 가자는 것은  결과적으로 모두가 감염자가 되는 통합을 이룰 가능성이 많다.

 

이웃사랑을 지고의 가치로 내세우는 조직에서 내가 감염 고위험군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도 나로 인해서 내 이웃이 감염 위험에 처하는 것은 고려하지 않는 것은   나만 생각하는 이기심이 깔려 있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몸이 안 좋은 사람은 집에서 비대면으로 활동할 것을 권장하는 책임자의 메세지를 봤다. 몸이 아프다는 것이 곧 코비드에 걸렸다는 확증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험도가 높으니 입장을 제한한다. 그러면 백신 안 맞아서 감염 위험도가 높은 사람은 왜 입장제한 할 수 없는가?

 

백신 미접종자의 입장을 제한하더라도 그들의 믿음에 대한 욕구마저 막아 버리는 것은 아니다. 집에서 온라인 비대면으로 활동할 수도 있고 지난 2년간 꽤 오랜 기간 동안 전 조직들이 그렇게 해본 경험도 있다. 사정에 의해서 다락방에서 그분이 계시는 쪽 창문을 향해 하는 기도가 가장 아름답다고 하신 말씀도 책에 기록되어 있다.

 

백번 양보해서, 이런저런 이유로 백신 맞지 않았지만 여럿이 같이 모이는데 와야만 믿음이 쌓인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만 모아서 따로 모임 갖는 방법도 있다. 방역 수칙 매우 철저히 지키면서. 그러면 이렇게 말하겠지. “우릴 문둥이 취급하느냐고?” 확신이 있어서 안 맞은 것이니 본인들이 문둥이 아님은 더 잘 알 것이다.

 

궁금해진다. ‘분열’을 키워드로 한 백신 접종 확인 불가 사유가 이해 안 된다. 그러나 별 군말 없이 그 이해 안 되는 지침이 조직내에서 이행되고 있다. 나만 시끄럽다. 내가 틀린 것인가? 아니면 ‘분열’ 이외의 다른 깊은 뜻이 있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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