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낙서

낙서 1

Chris Jeon 2021. 12. 20. 07:57

【2021.12.14 봄 날씨 같다】

 

작정하고 글 쓰면 어깨에 힘 들어간다.

머리속이 복잡해 진다.

주제 정하고, 제목 그럴듯하게 뽑고, 전체 윤곽 잡고,

몇 번 고쳐도 머리가 갸우뚱해 진다.

내 생각도 중요하지만 독자들 취향도 무시할 수 없다.

다시 쓴다.

 

 

파는 글도 아닌데… 고민이 많다.

그래서 낙서해 보고 싶다.

그냥 쓱쓱 그리거나 쓰는 것

하다가 싫증나면 그만두고

낙서니까 댓글창은 닫아야겠다.

그럴양이면 왜 띄우나?

길가 담벼락에 하는 낙서도 있다.

 

 

【2021.12.15 종일 흐리다】

 

세상의 모든 것을 그분께서 창조하셨다면,

삼엽충도 그분을 모시고

공룡도 그분께 경배 드려야 했을 것이다.

 

 

왜 인간만 그분을 알아 모셔야 하나?

혹시 인간이 만든 그분이 아닐까?

아님, 인간만이 그분을 알 수 있다는 말인가?

 

 

그렇다면, 인간이 주인공이고

나머지는 조연 내지 무대 소품인데,

지금은 주연과 조연, 연기자와 소품이 뒤바뀐 세상.

 

 

눈에 보이지도 않는 바이러스 앞에서 벌벌 떨고

인간을 위해 배경으로 깔아 두신

자연에 의한 종말을 걱정하고 있으니…

 

 

심판을 하시려면

직접하시지

왜 쪽팔리게 조연과 소품에게 운명을 맡기도록 하실까?

 

 

쪽 팔리지 않게 잘하라는 경고?

그럴듯하다.

우리가 주인공 답게 행동 못했나 보다.

 

 

【2021. 12.16. 맑은 하늘에 구름 둥둥】

 

B는 천국에 갔을까?

 

 

동물은 영혼이 없으니 죽으면 끝이다.

그러니 천국, 지옥 운운할 조건이 성립 안된다.

그렇다. 하등 생물은 영혼이 없어 보이기도 하다.

지렁이

하지만 인간과 비슷한 동물은?

침팬지 염색체는 98% 이상 인간과 같다는데.

 

 

B와 내가 주고받은 사랑은 무엇인가?

나의 사랑은 영혼에서 나온 것이고

그가 내게 준 사랑은 몸뚱이에서 나온 것인가?

까만 눈으로 나를 가만히 쳐다볼 때

그냥 고깃덩어리에서 나오는 눈 빛은 분명 아니었다.

 

 

죽어서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면

어디든 가야할 곳이 있어야지.

인간이 가는 곳 출입 금지라면

다른 데라도 갈 수 있어야지.

동물용 지옥, 연옥, 천국

미처 생각 못하신 것인가?

 

 

만약 죽고 나서도 같이 만날 수 있다면

나도 천국 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아무리 생각해도 B가 지은 죄는 없다.

가끔 나를 문 적은 있지만

나는 흔쾌히 용서했으니 죄 사함 받았다.

 

 

분명 그 녀석은 천국에서 기다릴텐데

내가 안 오면 얼마나 슬플까?

B를 만나가 위해서라도

선하게 살아야겠다.

 

 

【2021.12.17 역시 맑다. 별로 반갑지 않다】

 

오늘 저녁 약속 있다.

오미크론이 제 세상 만났다던데

좀 찜찜하다

그래도 거절하기 뭣해서 간다.

 

 

의외로 사람들이 많다.

모두 밝고 즐거운 표정이다.

나만 우울했나?

 

 

맛있는 음식이 나오고

술 몇 잔 도니

즐거워 진다.

 

 

목소리가 높아지고

근심걱정이 사라지는 것 같다.

술이 인류에 기여한 바가 크다.

 

 

자리를 마치고 나온다.

마스크 다시 쓰는 것 깜박 잊고

맨입으로 나왔다.

 

 

좀 춥다.

입 가린 사람들이 종종 걸음 친다.

어제 블로그에서 인사 나눴던 코로나 녀석이

저 멀리서 나를 보고 웃고 있다.

 

 

【2021.12.18 눈 온다. 겨울답다】

 

낙서 그만 해야겠다.

눈 맞으며 산길 걷고 오니

마음이 좀 가라앉았다.

낙서는 지워야하는데

귀찮아서 그대로 둔다.

사실, 지금와서 보니

낙서도 꽤 그럴듯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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