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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숲, 물 그리고 단풍 1

끝없이 이어지는 단풍길 드라이빙 재미가 쏠쏠하다. 숲, 물 많은 나라가 부럽다. 미래에는 물 전쟁 걱정한다던데... 한국 다도해 풍경 같지만 호수다. 그러고 보니 나무도 소나무 같다. 나만의 해변을 갖는 꿈. 그런 욕심과는 어울리지 않는 풍경이다. 도시와 가깝지만 사람의 발길이 자주 닿지않아 조금 으스스한... 곰도 나올 것 같다. 도대체 몇년을 갈고 닦여야 이렇게 될까? 저 수평선이 어느 호수의 한자락이라니... 땅이 넓고 깊으니 물도 힘세다. 이런 물살을 거슬러 올라가서 알을 낳고 기꺼이 죽는 연어들. 어미는 새끼를 보지 못하고 새끼도 어미를 결코 못보는 숙명을 지닌 고기. 숙연해 진다. 관광철인데도 사람의 자취가 없는 자연. 그래서 자연이 숨쉬나 보다. 그들을 딛고 서 있는 내가 조금 미안하다. 땅..

단상/자연 2021.10.11

옷이 날개 2

‘부모님 날 낳으시고, 선생님 날 만드시고’ 서울 어느 성형외과 건물벽에 붙어있던 광고라고 한다. 지금 봐도 잘 만든 걸작 광고 문구다. 외모를 잘 꾸미는 것. 좋다. 아름다운 것 싫어하는 사람. 없다. 마음이 중요하다. 역시 맞는 말이다. 어느 뇌 과학자가 말하길, 자신은 생각에 따라 얼굴 모양이 바뀌는 것을 믿는다고 했다. 일리 있는 말이다. 수배자 전단 사진 속 인물들은 한결같이 음산해 보인다. 선입견인가? 짝짝이 눈 때문에 대부분의 시간을 집안에서 홀로 지내던 우울한 모습의 소녀가 있었다. 어느 날 마지막 방법으로 얼굴을 예쁘게 성형했다고 가정해 보자. 소녀의 예쁜 얼굴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고 접근한다. 소녀는 점점 자신감을 갖게 된다. 그 중 괜찮은 심성을 가진 청년을 발견한다. 둘..

단상/일상 2021.10.11

옷이 날개 1

사자성어를 보면 그것을 만든 이가 무엇을 더 중요시하는지 알 수 있다. 권선징악(勸善懲惡) 선이 악보다 먼저다.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 일체를 강조하지만 임금님이 제일 앞이다. 그렇다면 의식주(衣食住)와 사람의 됨됨이를 판단하는 기준인 신언서판(身言書判)은 왜 의(衣)와 신(身)을 제일 앞쪽에 두었을까? 살아가기 위해서는 옷(衣) 보다 먹는 것 식(食)이 더 중요할 것 같고, 사람을 평가함에 있어서 외모인 신(身) 보다 사리를 분별할 수 있는 판단력(判)이 더 중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의식주와 신언서판의 어순을 보면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옷이 중요하고 사람의 됨됨이를 판단하는데 있어서는 풍모가 중요하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즉 인간이 살아가면서 외형이 미치는 영향이 내부의 모습에 우..

단상/일상 2021.10.11

주머니 속 송곳

어려워 보이는 사자성어 한번 써보자. 낭중지추(囊中之錐), 주머니 속 송곳. 즉, 재능이 뛰어난 사람은 숨어 있어도 남의 눈에 띄게 됨을 이르는 말이다. 한창 때 누군가가 나를 보고 “날이 시퍼렇다” 라고 말한 것이 기억된다. 샤프(Sharp)란 단어의 뜻에는 차갑고 날카롭다는 것 외에도 예리한 판단력을 가졌다는 의미가 있는 줄 알 았으니 아전인수격 해석이지만, 그 당시 기분은 별로 나쁘지 않았다. 나 보고 송곳보다 날카로운 칼로 비유하니 더 좋은 것이 아니겠는가? 나는 낭중지검(囊中之劍), 주머니속 검이다. 날이 무딘 칼은 무난하게 사용된다. 다루는 솜씨가 별로인 사람도 크게 부담감 없이 사용한다. 아예 날이 없 이 모양만 갖춘 장난감 칼은 아이들도 갖고 논다. 날이 시퍼런 횟집 칼은 보기에도 무섭다...

단상/반성 2021.10.02

응석 부리는 자녀

너무 어른스러운 아이를 대할 때면 안스럽기도 하고 솔직한 심정으로 친근함이 덜 느껴진다. 어떤 이유에서 든 하고 싶은 이야기, 행동을 마음 속에 감추고 아닌 척 하는 것은 어른이 된 뒤에 해도 늦지 않다. “아버님”하며 큰 절부터 올리는 자식 보다 “아빠”하고 달려와서 덥석 안기는 딸이 더 예쁘다. “하늘에 계시는 우리 아버지…” 하느님은 우리의 아버지시다. 아버지가 계시는 교회에서 느끼는 나의 감정은 덥석 안길 수 있는 아빠가 아닌 봉당 위에 높이 올라앉아 계시는 아버님 같다. 행동거지를 조신하게, 조심조심하고 말도 소근소근 한다. 성가대의 노래도 장엄하고 느리다. 모두 이 죄인을 용서해 달라고 간절히 청한다. 부모의 눈으로 볼 때 잘못 안하고 자라는 자식이 있던가? 그렇다고 그 때마다 이 죄인을 용서..

요설 2021.10.01

튀는 사람들

1980년대 대구 중심가 목욕탕, 그 당시 용어로 사우나가 있었다. 어느 날 그곳에서 한무리의 매우 눈에 띄는 그룹을 만났다. 당시 이름만 들어도 아는 모 야구단 소속 선수들이 시합을 마치고 온 것이다. 뿌연 김 속에 가려 있어도 그들의 우람하고 남자가 보아도 멋있는 몸매는 단연 돋보였다. 군계일학(群鷄一鶴)이라는 사자성어가 생각났다. 물론 나는 닭이었다. 아름다운 단풍 계절이 거의 코 앞에 다가왔다. 단풍 절경은 멀리서 봐야 제격이다. 홀로 서 있어도 아름다운 단풍나무지만, 수많은 단풍 나무가 산과 계곡 그리고 사이사이 기암괴석과 어우러진 설악산의 단풍 절경은 모든 이의 시선을 압도한다. 어우러짐의 미학이다. ‘튄다’라는 뜻은 ‘돋보인다’의 의미와는 사뭇 다른 것 같다. 튀는 것은 주위와 조화롭지 못하..

단상/예절 2021.09.29

내로남불과 진정성

뉴욕 타임지에 ‘Naeronambul(내로남불)’이라는 신조어가 실렸다고 한다. 한국 여당이 재보궐 선거에서 참패한 원인으로 소개한 것이라고 하는데, 영어식 ‘double standard’ 정도로 번역하지 않고 원어 그대로 소개한 것을 보면 한국 정치 수준을 콕 집어 비웃는 듯한 의도가 느껴져서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사실 보통의 사람은 ‘내로남불’한다. 예수님도, 인간들이 자기 눈의 들보는 보지 못하고 남의 눈에 있는 티만 본다고 나무라셨다. 자신에게는 관대하고 남에게는 엄격한 것, 자신은 합리화하고 남에게는 날선 비판을 아끼지 않는 것은 근본적으로 본질에 대한 몰이해 때문에 가능해진다. 사안의 본질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부족하거나 의식적으로 본질을 오도함으로써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식 해..

시사 2021.09.27

잘 안되는 골프 그래도 쳐야 하나?

나는 프로 골퍼가 아니고 심리학을 전공한 자도 아니다. 자주 골프 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본다. 왜 공이 생각대로 맞지 않을까? 그래도 해야할 가치가 있을까? 1. 왕년에는 내가… 100번 친 것 중 가장 잘 맞은 공을 자신의 실력이라고 착각한다. 매번 그렇게 맞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니 99번 실망하고 좌절한다. 2. 염불 보다는 잿밥에 과정을 거쳐 결과가 나온다. 좋은 스윙이 이루어져야 공이 원하는 곳으로 간다. 스윙에 집중하지 않고 공이 핀에 붙는 장관을 연상하며 고개를 먼저 들고 본다. 3. 농부의 수고를 모르고 최경주 선수의 굳은살 투성이 손을 보자. 많아야 일주일에 한번, 그것도 준비운동 생략하고 허겁지겁 티 박스에 올라서서 그림 같은 드라이버 샷을 기대한다. 좋은 점수를 ..

단상/재미 2021.09.24

달라서 좋고

계절이 여름 끝자락이라 도처에 싱그러움이 더해간다. 구부러진 숲길 양옆에 나무와 플, 꽃이 무성하다. 그 사이로 다람쥐가 들락날락하며 부산을 떤다. 하늘에는 구름이 적당히 여백을 메우고 있다. 그들 가운데 만물의 영장임을 자처하는 교만한 내가 서있다. 내가 보기에 참 좋은 구도다. 잘 알고 지내던 직장 선배가 내게 한 말이 생각난다. 온 세상 사람들이 너와 똑 같다면 이 세상은 얼마나 끔찍하겠느냐? 그분이 평소 나의 장점을 자주 칭찬해 주고 또 후배인 내가 본인의 일을 많이 도와주는 것을 고마워하고 있었는데, 왜 그런 말을 했을까? 다른 사람에게는 조금 까칠한 후배에게 사회에서 어울려 사는 지혜를 가르쳐 주고 싶었던 의도로 이해된다. 이전 미국 어느 대통령이 한사코 막아냈던 히스패닉계를 미국에서 다 몰아..

단상/일상 2021.09.24

New Norm

사회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인간이 행동하거나 판단할 때에 마땅히 따르고 지켜야 할 가치 판단의 기준인 규범(Norm)이 필요하다. 규범은 그 조직에서 생활하는 조직원들의 합의에 의해서 만들어 지고 적용된다. 우리가 겪어보지 못했던 Covid19 사태로 인해서 규범에 대한 관심이 증대함과 아울러 여러 부분에서 기존 규범의 재 정립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다. 구체적인 사례로서, 공익을 위해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는 생각과 개인의 자유 속박이라는 견해의 충돌, 개발되어질 백신 가격을 시장 원리에 맡겨야 할지 아니면 정부에서 가격 통제를 해야 할지 여부 등이다. 이 외에도 우리 생활 여러 곳에서 규범에 대한 견해 차이가 많이 발생하게 되고 이러한 차이로 인한 혼란과 사회 분열을 방지하기 위해서 예상..

시사 2021.0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