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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님이 코끼리를 아는 방법

‘장님 코끼리 만지기’란 말이 있다. 사물의 어느 한 부분을 아는 것으로 전체를 아는 것처럼 행동하는 것을 꾸짖는 말이다. 어차피 우리는 사물의 전체를 완전히 알기는 어렵다. 사과를 예로 들어봐도, 사과의 모양과 맛은 대충 알아도 그것을 이루고 있는 성분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사과라는 과일이 속해 있는 식물의 분류표, 성장 메커니즘 등등 따지고 들면 우리가 사과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사과 전체 중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음을 알게 된다. 아인슈타인은 말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은 원의 내면과 같아서 알고 있는 부분이 커지면 모르는 바깥 부분은 더 커진다고… 맞는 말이다. 우리는 어차피 무한대의 우주만물에 대해서 눈뜬 장님이다. 장님이 코끼리를 만지는 것으로 코끼리 전체의 형상을 파악할 수 있는 방..

시사 2021.10.27

쉬어가는 것

Thanksgiving Day도 지나고 이제 곧 눈발이 날릴 것 같으니 골프장도 하나둘씩 문을 닫고 필드는 깊은 눈 속에 묻혀 겨울을 날 것이다. 이민 와서 지인의 권유로 집 가까운 곳 클럽의 멤버가 되어 한동안 매우, 열심히 그리고 재미있게 골프 쳤던 기억이 난다. 사는 지역이 온난하여 일년내내 라운딩이 가능했다. 지금 생각해 보니 골프 자체가 재미있기도 했지만 형편에 비해 과용한 것이 아까워서 거의 의무감으로 골프장으로 매일 출근한 것 같아 조금 민망하다. 어느 것 한가지에 몰두하는 것 좋다.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나의 전문 분야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취미 생활만큼은 조금 달리 생각해 본다. 자신의 업으로 삼지 않을 바에야 두루 섭렵도 좋은 방법으로 생각된다. 세상에 좋은 음식이 한가지가 아니듯이 ..

단상/일상 2021.10.25

캐나다 구스

캐나다 구스( Canada goose)는 북아메리카에 서식하는 대형 야생 기러기(거위)의 일종이다. 일반 사람들에게는 다운자켓의 충전용 털을 제공하는 새로 많이 알려져 있다. 원래는 겨울이 되면 남쪽으로 이동하는 철새다. 내가 살았던 캐나다 중부지역에 있는 작은 도시는 남쪽으로 내려가는 캐나다 구스가 거쳐가는 지역이라서 10월에서 11월 사이 약 한달간은 주변의 호수와 밭이 온통 이 새로 뒤덮이는 장관을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겨울철 토론토에서도 십여마리씩 무리 지어 머물고 있는 구스떼를 볼 수 있다. 남쪽으로 가야했을 철새가 이동을 포기하고 텃새화 되고 있는 것이다. 새를 연구하는 과학자들도 인정하고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가야할 곳을 가지 않는 모습을 보니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텃새..

단상/자연 2021.10.25

영웅 만들기

난세에 영웅이 난다. 영웅이 난세를 기다렸다가 홀연히 나타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 영화에서, 미행정부가 4형제 모두가 전장에 참여한 라이언가의 마지막 생존자 라이언 일병을 구해내라는 지시를 한 목적이 자녀 네 명을 모두 저 세상으로 떠나보낼 수도 있는 부모의 마음을 헤아린 것으로만 볼 수 있을까? 시청자들마다 영화에 대한 이해는 다르겠지만 미국이 유독 잘하는 것 중 하나인 ‘영웅 만들기’가 그 영화의 바탕에 한 자락 깔려 있음이 나는 느껴진다. 이러한 영웅은 태어나는가? 만들어지는가? 아니면 태어나서 만들어지는가? 이순신 장군은 어릴 때부터 나라를 걱정하고 문과 무를 꾸준히 연마하며 때를 기다렸다고 한다. 태어날 때 부모로부터 총명한 머리와 바른 심성, 건강한 육체를 타고 났다...

시사 2021.10.23

새벽 루틴(Routine)

잠이 줄어 식구 중 제일 먼저 일어난다. 창문 가린 블라인드 열어 빛 받아드릴 준비한다. 데크(Deck)로 통하는 문 열고 상큼한 공기 한 모금 마신다. 내가 여전히 살아 있음을 느낀다. 촐싹거리던 다람쥐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이제 그 녀석도 내 친구가 되었다. 집 밖에 세워 두었던 차가 제 자리에 있는지 확인한다. 세상이 불안하다. 아니, 내 마음이 불안하다. 아직 불 꺼진 집들이 더 많다. 몇몇 집은 아침 식사 준비하는지 달그락 소리가 난다. 부지런히 사는 모습이 좋다. 돌아서서 내 집을 보니 창문 틈으로 발그스레한 불빛이 새어 나온다. 따뜻해 보인다. 내 집이 제일 좋다.

단상/일상 2021.10.22

말로 엿본다

세상에서 말이 사라진다면? 생각보다 심각한 문제들이 발생할 것 같다. 사람과의 관계를 유지시키는 수단 중 가장 확실하고 빈번하게 사용되는 것이 말이기 때문이다. “말은 마음의 초상(肖像)이다” 16세기 폴란드의 소설가 미콜라이 레이가 한 말이다. 사람마다 구사하는 말이 다르고, 변하기도 하고, 유행도 탄다. 개인의 말하는 습관과 그 사회에서 유행하고 있는 말을 보면 그 내면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범위를 좁혀 우리 주변에서 관찰되는 형태 중 염려스러운 것들에 대해 생각해 본다. 강해지고 거칠어진다. ‘조심’이 ‘쪼심’로 발음되고, ‘부순다’면 충분한데 굳이 ‘까부순다’를 써야 직성이 풀린다. 부대끼며 사는 이들의 격해진 감정을 엿보는 것 같다. 단축형 문장의 유행. ‘방가’가 대표적이다. 통신 용어에 ..

시사 2021.10.22

첫번째 말씀은 무엇일까?

하느님이 인간 앞에 현실로 나타나신다면 하실 첫 말씀은 무엇일까? 나의 상상력을 동원해 본다. 1. 내가 너희들을 심판하러 왔노라. 성경 내용을 보면 가능성이 있을 것 같다. 2. 평화를 빈다. 예수님이 이웃집 방문하실 때 많이 하신 말씀이므로 삼위일체로 보면 가능성이 있다. 3. 아이쿠, 내 자식 반갑구나. 주님은 아버지이니까 우리 아버지 상상하면 그럴 것 같기도 하다. 4. 네 죄를 네가 알렸다. 설사 하느님이 이러셔도 사랑의 마리아님이 말리실 것 같다. 5. 묵묵히 하실 일을 하신다. 인간을 위해서 항상 가르쳐 주시려고 하시는 분이시므로 아닐 것 같다. 내가 어찌 하느님의 큰 뜻을 알겠는가? 하지만, 내가 기대하는 하느님의 첫 번째 말씀에 따라 나의 신앙 생활 모습이 달라질 것 같다.

요설 2021.10.20

왜 그럴까? 5: 칭찬에 인색하다

칭찬받고 싶지만 칭찬하는 것에는 인색하다. 나만의 이야긴가?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공감은 하지만 실행은 안되는 이유가 무엇일까? 진화론에 대한 전문가는 아니지만, 상식선에서 어느 부문에서나 적용이 가능한 다윈 할아버지의 이론을 좀 빌어보자. 인간의 부정적 감정 발달이 원인이다. 어느 진화론 전문 학자가 말하길, 인간은 부정적 감정에 우선적으로 반응하도록 진화됐다고 한다. 항상 주위의 위협으로부터 민감하게 반응해야만 생존할 수 있었다는 것이 그 이유다. 처음 만난 사람이 좋은 사람일 것이라는 생각에 앞서 혹시 나를 해치러 온 사람이 아닐까라고 의심하는 것이 본능이라는 것이다. 이런 관점을 확장해서 생각하면, 남을 칭찬하기에 앞서 비난거리를 먼저 찾는 성품에 대한 변명이 될 수도 있겠다. 자연계에..

단상/반성 2021.10.20

댓글 단상1

블로그 시작한지 두 달쯤 된다. 사실 조금 심심하기도 했지만, ‘내 생각을 정리하고 남기고, 가능하다면 나누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한 것이다. 시작하고 보니 댓글이라는 것에 관심이 간다. 이전에는 말만 들었지 댓글은 단 적도 드물었고 댓글을 받아본 적도 거의 없었던지라, 하룻밤 자고 나면 내가 쓴 글에 반응이 달리는 모양이 흥미롭다. 그래서 새로운 느낌도 생긴다. 내가 쓴 글에 가능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여주는 것을 기대한다. 그래서 댓글 ‘0’이 거나 ‘좋아요’ ‘0’인 경우 조금 섭섭하다. ‘내가 봐도 참 잘 쓴 글인데, 보는 안목들이 없군” 그래서 댓글 많이 달린 블로그를 찾아 요령을 배워볼 생각도 들고, 제목을 정할 때 관심 끌 수 있는 자극성을 고려해 보기도 한다. 일기 쓰듯 쓰겠다는 내 초..

단상/글쓰기 2021.1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