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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에 금 긋기

‘아인슈타인은 시간의 흐름과 공간의 길이는 절대적인 것이 아니며, 관측하는 사람의 입장에 따라 달라진다는 놀라운 이론을 발표한다. 바로 상대성 이론이다.’ 상대성 이론을 설명하는 글을 읽다가 이 문장을 발견하고 책을 덮었다. 과학도가 아닌 내가 배울 것은 이것이면 충분하다. ‘일각여삼추(一刻如三秋)’란 말도 있고, ‘세월이 쏜 살 같다’는 이야기도 있다. 시간이 느리게 가서 지겹거나 반대로 너무 빠르다고 탄식하는 말이다. 사람마다 느낌이 다르기도 하지만, 내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서 왔다 갔다 하기도 한다. 오늘이 어제 같은 삶을 살다가 어느 날 불현듯 죽음이 눈 앞에 와 있는 것을 알게 된다면 좀 허망할 것 같다. 최소한 시간의 흐름을 느끼면서 살고 싶다. 가능하다면 행복한 순간에는 좀 더 오래 있고..

단상/일상 2021.11.29

리더 4: 카멜레온과 거위 친구

희한하게 진화된 녀석이다. 눈을 360도 회전할 수 있고 특히 몸의 색깔을 변화시킬 수 있는 동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상황에 따라 소신없이 자기에게 유리한 행동을 취하는 약삭빠른 자를 비유할 때 카멜레온 같다는 말을 한다. 사무실에 불이 났다. 비상 상황이다. 민주적 리더십의 신봉자인 사장님이 전 사원을 모아 놓고 의견을 묻는다. 이 상황에서 가장 좋은 행동 요령은? 여러 사람이 발표하고 사장님은 경청하며 심사숙고한다. 그러다가는 모두 죽는다. 불문곡직 “빨리 도망가”라고 외치는 독재형 리더십이 필요하다. 이상적인 리더십 유형이 한가지 일 수는 없다. 리더십의 고전인 군주론에서도 마키아벨리는 “군주는 여우와 사자를 겸비해야 한다” 라고 했다. 리더는 유연한 사고를 바탕으로 그 상황에 가장 맞는 대안을..

시사 2021.11.26

순수하다는 것

결혼식 때 입는 신부의 웨딩드레스는 흰색이다. 아무것도 섞이지 않은 순수한 색으로 느끼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신랑은 왜 검정색 양복을 입나? 시커먼 남자의 속마음을 표현한 것인가? 웃자고 한 이야기다. 혼혈인은 예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예쁘고 덜 예쁘고는 느낌이기 때문에 그렇다 치고, 혼혈인은 의학적으로 우성유전법칙에 의해서 부모의 좋은 DNA를 받게 된다고 알려져 있다. 숲도 여러 수종이 섞여 자라면 병충해에도 강하고 산불에도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역사적으로도 헬레니즘 문화처럼 서로 다른 문화가 조합되면 더 훌륭한 문명이 탄생된다. 오염된 것과의 섞임은 주의해야 하는 것이 맞지만, 섞임을 순수하지 않음으로 바로 매도하는 것은 옳지 않다. 고유함(uniqueness)은 존중되어져야 하고 ..

시사 2021.11.22

배 멀미

배를 타고 가다 배 멀미가 날 경우 움직이는 파도를 보면 더 심해진다. 이때 육지가 보이면 움직이지 않는 육지 한 곳에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으면 멀미가 좀 덜해진다. 세상이 무섭도록 빠르게 변한다. 기술발전 측면에서 컴퓨터 하나만 보더라도 지난 40년 동안 100만배 성능 향상이 이루어졌고, 앞으로 상당 기간 동안 그 발전 속도는 점점 더 빨라질 것으로 예측된다고 한다. 너무나 많은 정보와 접촉하며 살고 있어 이제는 내가 정보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정보에 의해 내가 조종당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염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전통적인 남녀 구분 경계가 허물어지는 예에서 보듯이 이제껏 사회를 지탱해온 규범, 가치관이 무너지거나 변화되어 무엇을 기준으로 살아야 할지 혼란스럽다. 세상이 아래위로 뒤집어지고 빙..

시사 2021.11.20

댓글 단상 2

입사한지 3개월 미만은 통상 수습사원으로 분류된다. 수습기간이 아직 끝나지 않았으므로 엄밀히 말하면 정식 사원이 아니다. 블로그 시작한지 석달이 채 안 됐으므로 이 분야에서 나는 아직 정식 사원이 아니다. 생각을 나누고 싶어서 블로그를 시작했다. 혼자 생각한 것을 정리해서 차곡차곡 쌓아 두는 것도 소중할 것 같았지만, 내 생각과 다른 사람의 생각을 비교해 보고 싶은 욕심도 들었다. 댓글이 좋은 기회다. 상대의 생각이 맞고 틀림을 주장하기 보다는 “나의 관점은 이렇소” 하는 댓글이 기다려 진다. 동일 사안에 대해 사람마다 관점이 다르고 다른 관점을 보면서 나의 사고가 성장되기를 바란다. 많은 분들이 고마운 댓글을 달아 주신다. 기대가 실현된다. 아쉬운 점도 있다. 섬찟할 정도의 독한 댓글을 여러 곳에 뿌리..

단상/글쓰기 2021.11.18

직장 명언

짧지 않은 직장 생활하는 동안 들은 이야기 중 기억에 남는 것 3가지가 있다. “누가 주인 의식 가지라고 했지 너 보고 주인이라고 했나?” “직장 정문 들어서면서 즐겁고 기쁘다면 입장료 받지 왜 월급 주겠느냐?” “혼자 쓰면 모자라고 둘이서 쓰면 남는 것이 월급이다.” 월급쟁이는 태생적으로 주인이 될 수 없다. 공정한 보상 시스템이 결여된 조직에서 ‘네가 주인이라고 생각하고 일해 주기 바란다’는 식의 상사 말은 부하를 착취와 에너지 고갈로 몰아넣는 감언이설이 될 수 있다. 일할 때 주인 입장을 생각하는 정도가 현실적일 것 같다. 오버액션이 오히려 내게 독이 될 수도 있다. 인간이 하는 일은 두가지로 구분된다. 본인이 좋아서 하는 일과 해야 하기 때문에 하는 일. 월급 받고 하는 일은 후자일 경우가 많다...

단상/일상 2021.11.17

되고 싶은 모습

내가 늙은이라는 생각은 아직 안 든다. 손주가 없으니 할아버지 소리 들을 일 없고, 부모님 잘 둔 덕분에 아직 염색약 신세 안진다. 잘 걷고 심지어 좀 뛰기도 하니 나이가 나랑 비슷해 보이는 사람이 틱틱 반말하기도 한다. 얼마전 지역 신문에 5년전 내 사진을 보고 친구한테서 전화가 왔다. 이름은 분명 네 이름인데 사진 속 사람이 달라서 긴가민가해서 전화했다고 한다. 아뿔사, 나만 모르게 내 얼굴이 변했다. 나이 드는 것은 피할 수 없다. 늙어서 되기 싫은 모습을 가정해 두고 그렇게 안되기 위한 연습을 지금부터라도 시작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이 들어 내가 되고 싶은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할말만 또박또박 정확하게 하며 살고 싶다. 귀 닫고 주절주절 같은 말 반복하는 모습은 싫다. 그렇다고 하고 싶은..

단상/일상 2021.11.15

약장수 3: 몰약

‘모르는 것이 약이다’ 대부분 약간의 마취효과나 수면제 효과가 있는 약 정도로 알고 있다. 문제임을 모르니 가만히 있게 돼서 마음이 편하고 불필요한 사단에 말려들지 않는다. 눈 감고 있으니 내 세상이다. 이런 효능 외에 이 약이 갖고 있는 숨은 효능이 대단하다. 모른다고 하는 것은 겸손의 시작이다. 내가 알고 있으니 남의 말이 귀에 들리지 않고, 나 보다 모르는 자는 내 발아래로 보이고, 더 이상 배울 것이 없다. 겸손의 반대 끝인 교만 쪽으로 마구 달린다. 모른다고 생각하니 세상 모든 일이 궁금하고 호기심이 생긴다. 알고 계시는 분들이 대단해 보인다. 배움이 즐겁고 커가는 내가 대견스럽다. 교만에서 뒤돌아 반대 끝 겸손 쪽으로 내려온다. 편견과 고집이 사라진다. 모른다고 생각하니 머리가 시원하다. 창고..

단상/일상 2021.11.13

약장수 2: 체하는 약

“조석(朝夕. 아침 저녁 밥)은 굶고도 이는 쑤신다” 굶고도 먹은 체하거나 없으면서도 있는 체하며 허세를 부리는 꼴을 비꼬는 말이다. ‘~인체’ 하는 것은 통상 나쁜 행동으로 치부된다. 독약도 잘 쓰면 명약이 될 수도 있는 법. ‘~인체 하는 약’의 효능이 굉장하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모든 것은 오직 마음이 지어낸다. 주위 환경이 행복하기 때문에 내가 행복한 것이 아니고 내가 행복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내가 행복하다. ‘내가 행복한체 하는 것’ 말장난 같이 들리기도 하겠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일리 있는 말이다. ‘내가 두렵지 않은 체할 때와 내가 두려워 벌벌 떠는 모습을 보일 때의 상대방 반응이 달라진다. 내가 착한 체하면 나쁜 일 하기가 어려워진다. ‘~인체’하는 것을 단지 허세라고만 생각하지..

단상/일상 2021.1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