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자연

캐나다 구스

Chris Jeon 2021. 10. 25. 01:19

 

  캐나다 구스( Canada goose)는 북아메리카에 서식하는 대형 야생 기러기(거위)의 일종이다. 일반 사람들에게는 다운자켓의 충전용 털을 제공하는 새로 많이 알려져 있다. 원래는 겨울이 되면 남쪽으로 이동하는 철새다.

 

  내가 살았던 캐나다 중부지역에 있는 작은 도시는 남쪽으로 내려가는 캐나다 구스가 거쳐가는 지역이라서 10월에서 11월 사이 약 한달간은 주변의 호수와 밭이 온통 이 새로 뒤덮이는 장관을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겨울철 토론토에서도 십여마리씩 무리 지어 머물고 있는 구스떼를 볼 수 있다. 남쪽으로 가야했을 철새가 이동을 포기하고 텃새화 되고 있는 것이다. 새를 연구하는 과학자들도 인정하고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가야할 곳을 가지 않는 모습을 보니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텃새화 진행되고 있는 원인에 대한 전문가의 분석은 보지는 못했지만, 캐나다 구스들의 텃새화도 일종의 진화 과정인가?라는 생각도 든다. 기후 온난화로 굳이 먼 거리를 이동하지 않아도 되고, 도시 주변에 오히려 먹을 것이 많으니 눌러 앉았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인간의 간섭으로 인한 변화까지 진화의 범주에 속하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큰 덩치를 하늘에 높이 띄우고 수십, 수백마리씩 때를 지어 V자 대형을 이뤄 지구 반대편까지 날아가던 호쾌했던 녀석들이, 지저분한 도시 광장에서 먹을거리를 찾아 이곳 저곳 기웃거리는 모습이 안쓰럽다. 우리의 기억에 남아 있던 캐나다 구스가 아니다.

 

  세계자연기금(WWF)은 ‘2020 글로벌 리빙 인덱스’ 보고서에서 1970년부터 2016년까지 약 50년간 전 세계에서 동물 개체군의 68%가 사라졌다고 밝혔다. 완전 멸종된 것 이외에도 본래의 활동 모습을 잃어버린 동물들도 많을 것이다. 도시 생활에 완벽하게 적응된 비둘기가 그렇고 캐나다 구스도 그 전철을 밟아가고 있는 듯하다.

 

  코로나 사태의 원인을 자연과 인간의 경계가 무너짐으로 인해 생긴 부작용이라고 설명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자연과 인간이 조화롭게 어울려 사는 것이 아닌, 어느 한쪽의 일방적 침해로 이루어진 부자연스러운 동거는 필연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가져올 것으로 본다.

 

  자연과 인간이 서로 위하고 존중하는 세상은 진정 실현되기 어려운 것일까? 하기야 서로를 존중한다는 발상 자체가 내가 자연과 맞짱 뜰 수 있는 존재라는 의식이 바탕에 깔린 것일 수 있겠다. 인간도 자연의 일부라면 자연을 따른다는 의식이 더 적합한 것이 아닌가? 나부터 교만하다는 반성을 해 본다.

'단상 > 자연' 카테고리의 다른 글

Thanksgiving  (22) 2022.10.09
2022년 첫 단풍 구경  (37) 2022.10.02
캐나다 숲, 물 그리고 단풍 3  (0) 2021.10.11
캐나다 숲, 물 그리고 단풍 2  (0) 2021.10.11
캐나다 숲, 물 그리고 단풍 1  (0) 2021.1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