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일상 164

공부 많이 한 사람

‘공부 많이 하신 분이니까.” “공부 많이 한 사람이 어찌저럴수가…” 자주 듣는 말이다. 공부의 범위가 넓다. 고시방에 틀어박혀 밤낮으로 법전 파고 있는 것도 공부. 보리수 아래에 앉아 생로병사 면할 도를 찾는 것도 공부. 지식과 지혜는 다른 것 같다. 세상 온갖 지식, 정보 다 입력해서 스스로 학습하는 AI 로봇이 어느날 도를 깨칠 것 같지는 않다. 6법전서를 달달 외는 사기꾼도 있고. 무학이신 어머니가 못된 자식 “하늘 무서운 줄 알아라.”며 꾸짖는 한마디에 모든 진리가 다 들어있다. 지식을 얻기 위한 공부와 지혜를 구하는 공부의 차원은 다른 것이다. 지식은 기계로 대체 가능하지만 지혜는 인간만의 전유물이다. 공부 많이 했더라도 지혜 없으면 컴퓨터보다 나을 것이 없다. 공부 많이 하신분들의 이상한 언..

단상/일상 2024.02.22

이래도 되나?

연녹색 바다와 끝없이 펼쳐진 고운 모래 백사장. 새털구름 흩어져 있는 하늘과 맞닿아 있다. 반라의 살찐 사람, 날씬한 사람 긴 의자에 누어서 선탠 하거나 백사장을 거닌다. 아이들은 물장구치며 놀고. 그 사이로 바텐더들이 열심히 칵테일과 맥주를 날라 준다. 모두 무료다. 호텔에 식당이 여러 개, 식당별 디저트 종류만해도 30여개가 넘는 것 같다. 저거 많이 남으면 어떻게 처리할까? 걱정 아닌 걱정이 된다. 하루 3끼 먹으니 일주일 정도 되면 질린다. 모두 무료다. 자고, 먹고 마시고 놀고(쇼, 골프)… 북미에 사는 사람들이 겨울철에 많이 놀러가는 중남미 국가 패키지 여행 모습이다. 항공권, 공항에서 호텔까지 교통, 호텔 숙박 및 식사/ 음료 모두 포함해서 일정액 지불해서 예약하면 끝. 가격도 비교적 rea..

단상/일상 2024.02.15

반려동물 천도재(遷度齋)

천도재(遷度齋)는 돌아가신분이 불보살의 원력으로 업을 소멸하고, 깨달음을 얻을 수 있도록 기도하는 불교 의례다. 요즘 반려동물을 위한 천도재 지내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한다. 수요가 있으니 공급이 따른다는 경제학적 논리도 가능하고, '생명이 있는 존재는 동일하게 소중하다'는 스님의 종교관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일에 그렇듯이 긍정적인 반응과 부정적인 반응이 나온다. “반려동물 천도재에 쓸 돈 있으면 가난한이에게 나눠주지.” “인간관계 형성이 어려워 동물들에게 의존하는 나약한 인간들의 행태다.” “일종의 자기 과시다.” “자기가 사랑했던 동물들을 위한 기도가 뭐 나쁜가?” “동물 사랑하는 사람이 인간도 더 사랑할 수 있다.” “팻로스 증후군 같은 심리적 문제를 치료하는 효과도 크다.” 무덤 ..

단상/일상 2024.02.10

아침 단상: 인구 절벽

절벽에서 한발 더 딛으면 죽는다.‘인구 절벽’ 그만큼 절박한 현실이라는 뜻이다.과연 그런가?그럼 대책 있나? 진화론학자인 모 교수의 견해에 공감한다.지금 지구가 먹여 살릴 수 있는 인구수 보다 엄청 더 많다.인구 감소 현상은 살고자 하는 인간의 본능이 만들어낸 결과다.특히 현명한 인간들의 본능. 고로 ‘절벽’의 느낌은 특정 민족, 국가의 사정이다.국가간 경계가 무너지고 민족 의식도 그 의미가 퇴색되어가는데백의 민족의 숫자만 생각하니 답이 안 나오는 것이 아닐까?어느 미래학자의 연구 결과를 보니 미래 인류의 피부색은 섞이고 섞여결국 청동 구리 빛이 될 것이라고 한다.넘치면 모자라는 곳으로 흘러 균형을 맞추는 것이 자연의 순리다. 먹여 살리기 힘들어 애 안 낳겠다고 하는 젊은이들꼭 결혼식 안 하고도 행복하게..

단상/일상 2024.01.23

2024.01.11 아침, 타고 난다는 것

선한 사람으로 태어난 사람, 반대로 악인으로 태어난 사람. 한 사람은 어떤 상황에서도 선하게 살고 다른 사람은 아무리 가르쳐도 악하게 산다. 그런 사람은 없는 것 같다. 뇌에 무슨 문제를 갖고 태어난 정신 이상자를 제외 한다면. 무슨 과학적, 학문적 근거를 갖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내게 든 생각이다. 내 가족이 어떤 민족으로 태어난 이유 하나만으로 타 민족으로부터 죽임을 당하는 광경을 목격한다면 나는 꼭지 돌 것 같다. 배고파서 도둑질해서 먹고 살던 사람이 의인 만나서 배고픔 면하고 그러면 안 된다고 가르침 받아서 개과천선한 사례 무수히 많다. 착하다고 으쓱될 것도 아니고 “이 죄인을 죽여 주소서” 라며 가슴만 칠 일도 아니지. 내가 왜 이러고 있는가? 곰곰이 생각해 보는 것이 먼저일 것 같다. 그러고 ..

단상/일상 2024.01.12

2024.01.10 아침 생각: 퍼 나르기

지난 년말 복 무지 많이 받아서 올해는 분명 운수 대통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자제 하지만 이리저리 가입되어 있는 단톡방이 여러 개 곱하기 열 번 이상의 복 많이 받으시라는 카드들 = 많은 복들 어느 단체에서 년말 바쁜데 일할 사람 없어서 발 동동 구르길래 이번이 기회니 좀 나오셔서 일 손 거들고 복도 지으시라는 내용의 글을 단톡방에 올렸더니 뭔가 속이 좀 거북하셨는지 어느 분이 바로 그 글 밑에 ‘복 많이 받으세요’ 카드를 여러 장 올렸음. 조금 참지 못하고 삐딱한 글 올린 나나 바로 빈정대는 그분이나 모두 도토리 키재기. 어느날 2024년 교통 범칙금이 왕창 올랐다는 내용의 글이 갑자기 단톡방 사이에 돌아다니기 시작 한다. 내용을 보니 좀 수상했다. 특히 게시된 글의 맨 아래에 “중요한 사항이니 긴..

단상/일상 2024.01.10

2024.01.09 아침 생각들

# 개고기 못 먹게 법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갑론을박이 있었겠지. 문화라는 것, 차곡차곡 쌓여서 이루어진 것. 영원 불변하는 문화는 없지만, 대세는 수용하는 것이 자연스러울 것 같다. 다수가 먹지 말자고 하는 것은 안 먹는 것이 맞겠다 싶다. 책상 옆 벽에 걸어둔 바우 초상화 한번 쳐다본다. # 문득 영혼, 내세, 지옥, 천국, 부활 같은 것 믿지 않는다고 내가 당장 더 나쁜 놈 될 것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천국 갈려고 좋은 일 하는 것은 일종의 Deal 아닌가?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 선한 사람은 어떤 경우도 선하게 살고, 악한 사람은 뭐래도 악하게 사는 것이 아닌가라는 거친 생각이 든다. # 오늘 눈 내린다는 예보, 그리고 며칠 동안 춥단다. 이곳은 겨울에 추운 것이 당연한데 며칠 동안 영하로..

단상/일상 2024.01.09

2023.12.20 아침 단상

이른 아침 한국 신문을 읽다가 ‘아름다운 복수’라는 글의 제목이 눈에 띈다. 사설 제목 치고는 감성적이라는 느낌이 먼저 들고, ‘아름다움’과 ‘복수’라는 어울리지 않는 단어의 대비가 조금 자극적이다. 좋은 단상의 씨앗이 될 수 있겠다 싶어 그 글의 세세한 내용은 다음에 읽기로 한다. 너와 나에게 상처를 주거나 입지 않고 이루어질 수 있는 복수가 있을까? 꽃으로 미운 상대를 때리는 방법? 결국 나의 희생이 필요하겠다. 최소한, 받은 만큼 되돌려 주고 싶은 것이 인간의 본성인데 이를 참고 더 멀리, 더 크게 봐야 하니 내 욕심을 먼저 버리는 수양이 필요하다. 끝이 안보이는 싸움이 계속되고 있는 현실에서 ‘아름다운 복수’가 과연 어떤 것인지 볼 수 있는 행운이 일어나기를 기대해 본다.

단상/일상 2023.12.20

구식 재봉틀이 가져온 단상

#1 집에 오래된 재봉틀이 있다. 아내의 사랑하는 골동품이자 생활 도구다. 어느 날 작동이 멈췄다. 더 이상 재봉질이 안된다. 수명을 다한 것인가? “그래 할 만큼 했어.” “이젠 버려도 아깝지 않아.” 아내가 같은 말을 내 앞을 왔다갔다하며 계속 반복한다. 당신이 좀 고쳐보라는 압력으로 느껴진다. 불 켜고 자세히 들여다 본다. 실이 박히지 않으니 분명 북실 문제인 것 같다. 북실이 들어 있는 부분의 커버를 떼어내고 들여다보니 부속품들이 밖으로 나오지 않게 붙잡아 두는 arm이 두개 보인다. 별 생각없이 그 팔 2개를 열어 젖히니, 아뿔싸, 생선 배가르면 내장 튀어 나오듯 각가지 부속품들이 우르르 쏟아진다. 조립 순서 기억할 새가 없이 벌어진 일이다. 난감하다. 옆에서 지켜보던 아내가 또 염장 지른다. ..

단상/일상 2023.12.16

섬에서 밖을 보면 외롭고 밖에서 섬을 보면 그립다. 이민와서 십여년 섬에서 살아봤고 지금은 대도시에서 5년째 살고 있다. 내가 살았던 섬은 남한 면적의 1/3쯤 되는 큰 섬이지만, 가끔씩 답답함을 느꼈다. 섬 한 켠 해변에 앉아 건너편 흐릿하게 보이는 육지를 보면, 섬이라는 단어가 주는 외로움이 덮쳐온다. 고구마처럼 길쭉한 모습에, 그래서 남북으로 놓인 고속도로가 500km 가까이 거리가 나오는 섬이지만, 차 타고 휭 떠날 때는, 130여킬로 가면 해안선에 닿는 남쪽보다는 300km 넘게 달려야 바다에 막히는 북쪽으로만 갔다. 그래야 가슴이 좀 터졌기 때문이다. 지금은 어딜가나 한국 식당이 보이고 한국말이 영어보다 더 자주 들리는 동네에 살고 있어 무지 편하다. “오늘 소주 한잔 할래?” 번개 미팅 카톡..

단상/일상 2023.1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