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일상 164

촉촉한 마음

‘감성’이란 단어를 자주 사용한다.정확한 의미가 뭘까?구글님에게 물어 보기전에 나름대로 이해한 뜻은,‘내가 받는 자극에 반응하는 능력’ 정도다. 낙엽 떨어지는 것을 보고 눈물 흘리는 사람과청소할 걱정을 먼저 하는 사람의 차이 정도. 눈물이 흐르면 안구 질병을 의심하고, 가슴이 뛰면 부정맥을 더 걱정해야 할 때가 되어서인지내 마음이 참 건조하다는 생각이 든다.삶을 좀 촉촉하게 만들려면 감성이 더 필요할 것 같다. 그러나 부족한 감성을 어디서 가져올 수는 없을 것이고그나마 내 마음속에 한 자락 남아 있는 감성 조각을 되살리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볼 때마다 감탄하고 흥분되는 자연에서 그 불씨를 찾자.밤하늘 별 무리를 쳐다보며 현기증을 느끼고맑은 호수에 마음속 찌꺼기가 비쳐지는 것을 부끄러워 할 수 있는 곳.그..

단상/일상 2024.10.21

크레딧(Credit)

영한 사전을 찾아보면 ‘신용’이라고 대표적으로 번역된다.다른 의미로 사용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면, 세금 낼 때 내 account를 보면 credit와 balance 두가지 숫자가 표시되는데, credit는 지난 기간 동안 내가 내야 할 것 보다 세금을 더 많이 납부했을 때 환급돼서 적립된 숫자이다. 그러므로 내가 이번에 낼 세금에 credit를 제외한 금액이 balance로 표시된다.  교회에서는 나쁜 짓 많이 한 사람도 죽기전에 고해하고 잘못을 빌면 용서받는다고 한다. 곧이 곧 대로 해석할 때, 좋은 일도 좀 했지만 나쁜 짓을 더 많이 한 사람이 불의의 사고로 이 세상을 하직했을 경우 고해할 기회를 놓쳐서 용서 받을 기회마저 놓치면 억울할 것 같다는 우둔한 생각도 든다. 선하게도 살고 때론 내 양..

단상/일상 2024.10.13

스무 번의 기회 중 하나

수년 전 늦가을에 당일치기로 다녀온 주립 공원.그때는 추수감사절이 지난 날이라 공원 입장료 받는 사람도 없어서 시작부터 공짜 여행이라는 기분이 들었다.활엽수가 울창한 숲인데 노란색 톤 일색.그 속을 걷자니 마치 노란 물감속으로 잠기는 느낌이었다.발 밑도 노랗고 사방이 노랗고… 나무 윗부분 단풍이 낙엽 되어 떨어진 가지 사이로 보이는 파란 하늘이 숨쉴 구멍을 만들어 줘서 다행히 질식사하지는 않았음.   얼마전 손가락 들어 헤아려보니 희망을 좀 버무려 생각한다면, 내차 몰고가서 두발로로 걸으면서 즐길 수 가을이 스무 번 남짓 남은 것 같았다.이 가을에는 미친 듯 돌아다녀야지 하며 다짐하고 이번에 다시 그곳을 가 본다.아직 가을 초입이어서 노란 물감 바다는 아직이고 하늘 쪽 가지 끝부분의 초록색이 조금씩 옅어..

단상/일상 2024.09.29

기우는 달

새벽에 집 앞에 나가 하늘을 보니 추석달이 많이 이지러졌다.‘달도 차면 기우나니’ 노래 가사가 떠오른다. Mall에서 파는 꽃 화분을 여름내 걸어두고 즐거워했는데 아침 이슬이 찬 지금까지도 붉은 꽃잎이 그대로다.아직까지 살아있는 것이 대견해서 매일 열심히 물은 주면서도 좀 안쓰러운 생각이 든다. 땅에 뿌리박고 살다가 이미 시든 자기 친구들 따라 가고 싶어할까? 안락사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그 중에서 ‘연명치료’의 동의, 거부에 대한 결심은 현실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시장에서 파는 화분에 있는 꽃들은 가공 과정을 거친 것 같다.향기가 적거나 아예 없고 무엇보다도 보통의 꽃들보다 이상하리만큼 오래 살아 있다.필시 무슨 약품을 넣어 덜 시들게 만든 것이라 짐작해 본다. 동백꽃은 태생이 겨울에 꽃 피우게 만들..

단상/일상 2024.09.21

우물속에 갇힌 사람

정중지와(井中之蛙), 우물 안 개구리다. 이어서 정중지인(井中之人)을 상상해 본다.사람이 우물안에 갇혀 지내면 개구리처럼 될까? 좀 다를 것 같다. 인간을 의미하는 호모 사피엔스는 ‘슬기로운 사람’이란 뜻이고,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라는 철학적 표현도 있다. “하늘은 동그랗고, 지금 내게 보이는 만큼 크고, 세상은 내가 사는 이곳 바닥 만하다.”"저 하늘의 높이는 얼마나 될까? 내가 느끼는 바람은 어디에서 올까? 저 높은 곳을 올라가면 또 무엇이 보일까?" 이와 같이 개구리와 인간의 생각은 달라질 것 같다. 인간은 직접 경험하지 않은 것을 이성과 논리로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세상에는 개구리 닮아가는 ‘정중지인’이 보인다.내가 가진 생각과 경험만이 전부라고 착각하는 사람들. ..

단상/일상 2024.09.11

아침 단상: 밤새 안녕

날씨가 추워졌다.아니, 춥게 느껴진다.며칠전까지만 해도 영상 20도 이상이었는데갑자기 새벽에는 10도 가까이로 떨어지니 파카를 껴입고 싶다. 아침에 눈 뜨니 오늘이다.어제와 오늘 사이에 막이 내려진 것인지잠자는 동안은 몇몇 연결되지 않는 꿈속 장면만 기억나고 나머지 시간은 사라져 버렸다. 막간에 내가 무탈했으니 오늘 청명한 가을 하늘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그런데 막이 내려진 동안에 진정 내게 아무일 없었을까?모를 일이다. 내가 모르는 사이에 암세포가 자리 잡았을 수도 있고얼마인지는 모르지만 내게 주어진 날들 중 하루가 사라져 버렸다.나는 그냥 내 눈에 보이는 대로 안녕하다고 믿는 것이다. 얼마전 댓글에서 미래를 알 수 있으면 좋아질 것이라는 뜻의 글을 읽은 것이 기억된다.지금 생각으로서는 아닌 것 같다..

단상/일상 2024.09.08

밀알 한 개 심는 것

일본이 매년 300마리가 넘는 고래를 잡고 있다는 사실은 잘 몰라도, 세느강에 올라온 돌고래 한 마리를 살리기 위한 노력은 전세계 토픽감이 된다. 빌딩 유리창에 부딪쳐 철새들이 낙엽처럼 떨어져 죽는데, 교각 공사 중 발견된 새집에 살고 있는 새끼새를 보호하기 위해서 공사가 장기간 중단된다. 되풀이되는 일상에는 무관심하지만, 뭔가 새로운 일탈은 사람들의 관심 버턴을 확 누르는 법이다.   그래서 누군가 말했다. 개가 사람을 무는 것은 토픽감이 안되지만, 사람이 개를 문다면 토픽감이다 그래도 하수구에 빠진 강아지 한 마리 구하기 위해 여러 명의 소방관들이 땀 흘리는 수고를 단순히 뉴스감으로만 보는 것은 뭔가 미진한 느낌이 든다. 황량한 밭에 밀알 한 개 심는 것. 언젠가 이 불모지에 밀이 싹틀 가능성이 남겨..

단상/일상 2024.08.30

조급증

“너 젊게 보인다.”이 한마디에 기분이 좋아지는 나이가 됐다. 보수적으로 생각해서 가고 싶은 곳을 두다리로 걸어서 갈 수 있을 나이 빼기현재 나이를 계산해 보니 양 손가락 두 번 쓰면 남을 정도다. 가을이 오지말래도 오고 있다.4계절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계절.맘껏 즐길 수 있는 기회가 스무 번이 안된다. 이번 가을에는 미친듯이 다녀야지.배낭을 햇빛에 말리려고 뜰에 나간다.따가운 햇살과 더운 공기가 훅 덮친다. 그러고 보니 에어컨 실외기가 돌고 있다.내가 너무 급했나?

단상/일상 2024.08.28

선상(線上) 어느 곳

날씨가 덥다. 섭씨 몇 도부터 덥다고 해야 하나? 춥다는 기준은? 명확하게 가르기 어렵다. 지극히 뜨거운 점과 차가운 점을 잇는 그 어느 선상에 있다. 내가 춥게 느끼면 추운 것이고 더우면 더운 것이다. 만약 선한 사람들만 모여 사는 세상이 있다면 그들은 본인들이 선함을 인식할 수 있을까? 악이 있기 때문에 선이란 개념이 존재한다. 이들은 별개의 것이 아니라 동전의 양면과 같은 동일체이며 어느 한쪽이 없으면 나머지도 존재할 수 없는 개념이다. 종교적 관점을 떠나서 하는 이야기임을 부연한다. 어느 동기부여 강사가 인간의 대표적인 부정적 감정 쉰 여개가 달린 나무를 그려 놓고 그 둥치를 원망심으로 설명하던 것이 생각난다. 문득 그 부정적 감정과 반대인 긍정적 감정들은 과연 별개의 것인가라는 의문이 든다. 우..

단상/일상 2024.08.26

노래에 취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cJsEeeAvN84  사이키델릭 록.가수 김정미의 노래를 좋아한다.좀 취한 것 같은 노래. 곡도 좋지만, 보기 싫은 꼴 보고는 두말 않고 사라져 버린 그녀의 배알이 좋다. 앉은뱅이 용쓰는 나를 위로하기 위해서 위스키 한잔이 동원된다.김정미님의 노래에 취하고그 속은 모르지만 절정기에 사라지고 지금껏 나타나지 않는 깡다구에 반한다. 세상만사 이론대로 되나요?흘러가는 물결 타고 가는 것도 현명한 처신.싫으면 내려서 니갈 길을 가든지.

단상/일상 2024.0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