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일상 132

2024.01.10 아침 생각: 퍼 나르기

지난 년말 복 무지 많이 받아서 올해는 분명 운수 대통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자제 하지만 이리저리 가입되어 있는 단톡방이 여러 개 곱하기 열 번 이상의 복 많이 받으시라는 카드들 = 많은 복들 어느 단체에서 년말 바쁜데 일할 사람 없어서 발 동동 구르길래 이번이 기회니 좀 나오셔서 일 손 거들고 복도 지으시라는 내용의 글을 단톡방에 올렸더니 뭔가 속이 좀 거북하셨는지 어느 분이 바로 그 글 밑에 ‘복 많이 받으세요’ 카드를 여러 장 올렸음. 조금 참지 못하고 삐딱한 글 올린 나나 바로 빈정대는 그분이나 모두 도토리 키재기. 어느날 2024년 교통 범칙금이 왕창 올랐다는 내용의 글이 갑자기 단톡방 사이에 돌아다니기 시작 한다. 내용을 보니 좀 수상했다. 특히 게시된 글의 맨 아래에 “중요한 사항이니 긴..

단상/일상 2024.01.10

2024.01.09 아침 생각들

# 개고기 못 먹게 법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갑론을박이 있었겠지. 문화라는 것, 차곡차곡 쌓여서 이루어진 것. 영원 불변하는 문화는 없지만, 대세는 수용하는 것이 자연스러울 것 같다. 다수가 먹지 말자고 하는 것은 안 먹는 것이 맞겠다 싶다. 책상 옆 벽에 걸어둔 바우 초상화 한번 쳐다본다. # 문득 영혼, 내세, 지옥, 천국, 부활 같은 것 믿지 않는다고 내가 당장 더 나쁜 놈 될 것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천국 갈려고 좋은 일 하는 것은 일종의 Deal 아닌가?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 선한 사람은 어떤 경우도 선하게 살고, 악한 사람은 뭐래도 악하게 사는 것이 아닌가라는 거친 생각이 든다. # 오늘 눈 내린다는 예보, 그리고 며칠 동안 춥단다. 이곳은 겨울에 추운 것이 당연한데 며칠 동안 영하로..

단상/일상 2024.01.09

2023.12.20 아침 단상

이른 아침 한국 신문을 읽다가 ‘아름다운 복수’라는 글의 제목이 눈에 띈다. 사설 제목 치고는 감성적이라는 느낌이 먼저 들고, ‘아름다움’과 ‘복수’라는 어울리지 않는 단어의 대비가 조금 자극적이다. 좋은 단상의 씨앗이 될 수 있겠다 싶어 그 글의 세세한 내용은 다음에 읽기로 한다. 너와 나에게 상처를 주거나 입지 않고 이루어질 수 있는 복수가 있을까? 꽃으로 미운 상대를 때리는 방법? 결국 나의 희생이 필요하겠다. 최소한, 받은 만큼 되돌려 주고 싶은 것이 인간의 본성인데 이를 참고 더 멀리, 더 크게 봐야 하니 내 욕심을 먼저 버리는 수양이 필요하다. 끝이 안보이는 싸움이 계속되고 있는 현실에서 ‘아름다운 복수’가 과연 어떤 것인지 볼 수 있는 행운이 일어나기를 기대해 본다.

단상/일상 2023.12.20

구식 재봉틀이 가져온 단상

#1 집에 오래된 재봉틀이 있다. 아내의 사랑하는 골동품이자 생활 도구다. 어느 날 작동이 멈췄다. 더 이상 재봉질이 안된다. 수명을 다한 것인가? “그래 할 만큼 했어.” “이젠 버려도 아깝지 않아.” 아내가 같은 말을 내 앞을 왔다갔다하며 계속 반복한다. 당신이 좀 고쳐보라는 압력으로 느껴진다. 불 켜고 자세히 들여다 본다. 실이 박히지 않으니 분명 북실 문제인 것 같다. 북실이 들어 있는 부분의 커버를 떼어내고 들여다보니 부속품들이 밖으로 나오지 않게 붙잡아 두는 arm이 두개 보인다. 별 생각없이 그 팔 2개를 열어 젖히니, 아뿔싸, 생선 배가르면 내장 튀어 나오듯 각가지 부속품들이 우르르 쏟아진다. 조립 순서 기억할 새가 없이 벌어진 일이다. 난감하다. 옆에서 지켜보던 아내가 또 염장 지른다. ..

단상/일상 2023.12.16

섬에서 밖을 보면 외롭고 밖에서 섬을 보면 그립다. 이민와서 십여년 섬에서 살아봤고 지금은 대도시에서 5년째 살고 있다. 내가 살았던 섬은 남한 면적의 1/3쯤 되는 큰 섬이지만, 가끔씩 답답함을 느꼈다. 섬 한 켠 해변에 앉아 건너편 흐릿하게 보이는 육지를 보면, 섬이라는 단어가 주는 외로움이 덮쳐온다. 고구마처럼 길쭉한 모습에, 그래서 남북으로 놓인 고속도로가 500km 가까이 거리가 나오는 섬이지만, 차 타고 휭 떠날 때는, 130여킬로 가면 해안선에 닿는 남쪽보다는 300km 넘게 달려야 바다에 막히는 북쪽으로만 갔다. 그래야 가슴이 좀 터졌기 때문이다. 지금은 어딜가나 한국 식당이 보이고 한국말이 영어보다 더 자주 들리는 동네에 살고 있어 무지 편하다. “오늘 소주 한잔 할래?” 번개 미팅 카톡..

단상/일상 2023.11.08

쌀밥 돌밥

아내가 차려준 흰 쌀밥이 먹음직스럽게 담긴 밥 그릇을 비우다가 돌을 몇 개 씹었다. “이 밥에는 왠 돌이 이리 많나?” 아내 왈, “아무래도 돌보다는 쌀알이 더 많겠지요.” 누구 말이 더 맞을까? 얼마전 한국의 한 고위 공직자가 모처럼 내 맘에 쏙 드는 말을 했다. “쌀밥에 돌 한 개만 있어도 돌밥이다.” 어항 속 금붕어와 같이 투명하게 국민들에게 보여지는 고위 공직자들의 바른 자세를 당부하는 말이다. 온갖 구설수에 올라도 굳건하게 자리를 지키는 자. 이런저런 핑계 대고, 요리조리 빠지고, 구차스러운 방법으로 자리를 지키는 공직자들. 쌀알 백 개에 돌 하나라도 그 밥은 돌밥이다. 오늘 아침 밥상에서 돌을 하나 씹었다. “어머나 미안해요. 이빨 괜찮아요?” “하하, 밥 짓다 보면 돌 하나쯤 들어갈 수 있지..

단상/일상 2023.11.04

그런대로 살만하네

팍팍한 삶을 즐겁게 바꾸는 방법이 무엇일까? 즐겁다고 생각하기? Happy Ending 믿기? 긍정적 사고? 잘 안되더라. 인간은 어차피 경쟁을 통해 진화된 동물이니까. 삶 자체가 여유롭지 못하다. 힘든 것은 힘들다고 인정하고 그 사이사이 즐거운 것을 끼워 넣자. 나는 부자 아니니 가능한 돈 안드는 방법으로. 뭣 같은 삶에 드문드문 여유가 끼어 있으면 그나마 숨 쉴 수 있는 공간이 생긴다. 길 걷다 먼산 한번 쳐다보고 선잠자다 깨면 별을 본다. 수북이 쌓인 낙엽 밟으니 촉감이 좋구나. 그사이 살금살금 기어다니는 다람쥐 참 귀엽다. 찾다보니 더 많이 보인다. 공짜로 얻을 수 있는 즐거움. 이참에 사는 것은 즐겁다고 믿어볼까나?

단상/일상 2023.10.24

아침 단상 '까노'

집안을 걸어 다니는 총 거리 중 상당 부분은 어디에 두었는지 모르는 안경과 셀폰 찾으려고 다닌 거리다. 일어 나서 문득 떠오른 좋은 생각, 아침 먹고 나면 까마득하게 잊혀지고… 나이탓만 할 것이 아니라 해결책을 찾자. ‘적자생존’, 적는자만이 살아남는다. 손에 들고 다니기 좋은 사이즈의 노트가 필요하다고 이야기 했더니, 예쁜 딸애가 아마존에서 냉큼 한가지 골라서 배달시켰다. Thank you다. 이런 맛에 다 큰 아이들과 같이 산다. 이제부터 언제나, 어디든지 ‘까노’와 함께할 작정이다. ‘까만 노트’, 내 친구. 아이패드에 쓱쓱 쓸 수도 있지만 난 이게 더 편하다. 종이위에 손으로 쓰는 것이 두뇌 운동에 좋다고도 하고 또 책처럼 들고 다니면 폼도 날 것 같다. ‘까노’ 오늘은 좋은 친구 얻은 기쁜 날이다.

단상/일상 2023.06.14

내가 먼저다

‘우리는 민족 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띄고 이 땅에 태어났다.’ 아직도 기억하는 “국민 교육헌장’ 제일 앞 글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뜻은 장하지만 좀 아닌 것 같다. 인간 탄생 의미를 너무 협소한 곳에 자기 맘대로 우겨 넣었다. 자식을 위해 산다고 한다. 내 희생을 바탕으로 자식이 성공할 수도 있겠지. ‘사’자 돌림 직업 갖고. 부부간 애정 깊고, 자식 공부 잘 시키고… 더불어 나도 행복하게 산다면 천운 받은 자니 좋다고 치고, 만약 아니라면? 내가 무슨 자식 번성의 역사적 사명을 띄고 이 땅에 태어난 것도 아닌데.... 지금까지 변하지 않는 내 생각은, ‘내가 행복해야 남도 행복하게 할 수 있다. 여기서 많은 현실적인 버전이 나온다. 사랑을 받아본 자가 남을 사랑할 수 있다. ☞ 고상한 버전. 구조 ..

단상/일상 2023.0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