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일상 132

약속글 6 : 당해봐야

동네 공원에 산책 갔다가 앞에서 걸어가고 있는 노인 한 분의 신발 끈이 풀어져 있는 것을 보았다. 그냥 지나칠까 하다가 마음속으로 잘 안되는 영어로 작문해서 “신발 끈이 풀어졌네요.” 라고 알려 드렸다. 그러자 그분이 웃으며 하시는 말씀이, “저 앞쪽 벤치에 가서 매려고 해요, 고맙소.” 자기도 신발 끈 풀어진 줄 알지만 평지에서 허리 구부리지 못해서 저 앞에 있는 벤치에 발 올려 놓고 매겠다는 뜻이다. 그 말을 듣고 왠지 마음이 짠했다. 많은 나이는 아니지만 나도 몸이 예전 같지 않음을 느낀다. 허리에 살이 좀 붙은 것 같아서 일주일 전부터 윗몸 일으키기 운동을 했다. 아니나 다를까, 며칠 전부터 엉덩이 위쪽 허리 부분이 뻐근해서 몸을 앞으로 굽히기 불편하다. 외출하려고 양말 신을 때 2층으로 올라가는..

단상/일상 2023.05.12

2023.05.06 생각이 많았던 하루

날씨가 확 좋아졌다. 날씨가 계속 좋으면 사막 된다는 스페인 속담이 있다고 하지만 날씨가 좋으면 기분이 따라 좋아지는 것 사실이다. 그런데 오늘은 기분이 그저 그렇다. 이젠 강퍅한 글 쓰기 싫어 진다. 그냥 아름답고 감성적인 글 쓰고 싶다. 하지만 오늘은 예외다. # 오늘 오전 도심 Mall 앞을 걸어가는데, 한인들 30명 정도 모여 있고, "겨레의 늠름한 아들로 태어나~" 신나는 군가 들리길래 무엇인가 하고 봤더니, '윤석열 퇴진' 시위 중. 주최측은 고국 정부로 부터 지원 받는 조직이다. 플래카드 몇개 걸렸는데 모두 한글. 모인 사람들은 그냥 화난 표정으로 서있고, 조금 있다가 어디선가 한 사람이 배낭에 태극기 꽂고 나타나서 고래고래 소리 지르고, 시위대와 그 태극기 꽂고 나타난 사람이 육두문자 교환..

단상/일상 2023.05.07

Funkytown이 되살린 추억

신임 소위는 영외 거주가 안된다. 그냥 부대 안에 있는 독신 장교 숙소(BOQ)에서 해 주는 밥 먹고 눈치 봐서 가까운 마을에 잠시 외출하는 정도. 그러니 남아도는 정열을 내 보낼 길이 없다. 마을에 외출했다 돌아오면서 꼭 사 갖고 오는 소주를 쟁여 놓는다. 훈련 없는 주말 오후 심심하니 옆방 동기와 과자 부스러기 놓고 술판 벌린다. 술이 좋아서가 아니라 할 일이 없어서다. 물 마시듯 마시다가 지금 보면 구닥다리 카세트에 테이프 넣고 음악 튼다. 신나게 나오는 음악, Funkytown. 거나하게 취한 두 젊은이가 일인용 침대위에 올라가서 펄쩍펄쩍 뛰며 춤춘다. 춤이라기 보다 몸부림. 접신의 경지. 당직 서던 동기가 큰 소음에 놀라 문 열고 들어와서 눈 동그랗게 뜨며 하는 말. 둘 다 미친 줄 알았다고. ..

단상/일상 2023.05.02

2023. 04. 27 아침 단상

날씨 확 좋아졌다. 한 주 내내 우중충 으슬으슬 하다가 오늘 하루 반짝. 그럼 기분도 화창해야 맞는데 왠지 좀 찌뿌둥한 느낌 이유는 모르겠다. 시니어 변덕인가? 하루 4가지 집안에서 규칙적으로 꼭 하는 일 정해 놓자. 영어 공부 1시간, 좋은 강좌 듣기 1시간, 글 쓰기 1시간, 실내 운동 1시간. 그동안은 그냥 되는대로 했는데 그러다 보니 들쭉날쭉. 솔직히 게을러져서 점점 안하게 되고. 나이 들면 모든 것이 예뻐 보인다고 한다. 피는 꽃은 당연하고 그동안 무심히 지나쳤던 구름도, 저녁 달도 더 예뻐 보인다. 얼마 보지 못할 것 같아서 아쉬운 것인가? 지나가는 시간이 아깝다. 뭔가 하는 듯한 느낌을 갖는 것이 화창한 봄날에 드는 우울함을 떨쳐버리는 방법이 될 것 같다.

단상/일상 2023.04.28

꽃이 예쁜 이유 2

부처님이 모르시는 것 한가지, 본인 앞에 엎드려 염불하는 중 마음. 내가 유일하게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내 마음, 내 생각이다. 그러니 내 생각만큼은 자유롭다. 어디든 넘나들 수 있다. 맞나? 사실 내 생각도 갇혀 있다. ‘신념의 체계 속’ 학술적인 용어인지는 몰라도 나는 그렇게 이해한다. 내가 태어나서부터 보고, 듣고, 배우며 습득한 모든 정보, 경험이 축적돼서 일종의 프로그램화 된 것. 수치를 입력하면 엑셀 프로그램이 돌아가서 답이 나오듯, 내가 인지한 사안에 대해서 이 신념의 체계라는 프로그램이 처리해서 내 생각을 만들어 준다. 그러므로 내 생각 역시 내가 만든 이 ‘신념의 체계’를 벗어나지 못한다. 이 신념의 체계는 나를 나 답게 만들어 주는 주요한 요소다. 일종의 나의 정체성이다. 그러..

단상/일상 2023.04.17

꽃이 예쁜 이유 1

지천에 꽃 피는 계절이 성큼 다가왔다. 꽃 싫어하는 사람 없다. 알러지가 있어 싫어 한다고 할 수는 있으나 그것은 알러지를 싫어하는 것이지 꽃 자체가 싫은 것은 아닐 것이다. 당연한 것 같기도 하지만, 사람은 왜 꽃을 아름답다고 느끼고 좋아할까? 다른 사람들에게 물어볼 것 없이 내 생각을 나열해 보자. #1 모양이 이쁘다, 색깔이 곱다, 향기가 난다. 모두 외형적인 요소다. 꽃만 모양이 예쁜 것이 아닐 것이고, 더 화려한 색 가진 것들 많고, 향기는 인간이 만든 것이 더 강하고 다양할 텐데… 꽃 확대해서 보면 좀 이상하다. 솜털이 숭숭. 화려한 색 가진 개구리 징그럽다고 한다. 인간이 좋아하는 향기 다른 동물들은 피한다. 뭔가 더 있나? #2 자연이 만든 질서 그대로를 간직하면서 미적으로 균형이 잘 잡혀..

단상/일상 2023.04.13

악의 평범성 2

악은, 듣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평범한 일상에서 그 씨앗이 잉태된다는 강론을 들었다. 그러지 않기 위해서 귀담아 듣고, 곰곰이 생각하고, 가려서 행동하는 것에 대해서 나름 반추(反芻)해 본다. #귀담아 듣는다는 것 귀담아듣는 것의 반대는 흘려 듣는 것이다. 왼쪽 귀로 듣고 오른쪽 귀로 흘리면 담기지 않아 남는 것이 없다. 귀담아들을 수 있기 위해서는 귀담아듣겠다는 의지가 먼저 있어야 한다. 스쳐가는 바람소리까지 귀담아듣는 사람 드물다. 내게 필요하고 소중한 소리라는 생각이 들고 기억해서 되새김하겠다는 의지가 선행되지 않으면 소리는 그냥 흘러 나간다. 흥미 없더라도 필요한 소리도 있고, 몸에 좋은 쓴 소리도 있다. 일단 누가 내게 하는 이야기는 소중할 수 있다는 생각을 먼저 갖는 것이 중요하다. 들어보고 필..

단상/일상 2023.03.30

악의 평범성 1

이야기 들을 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얼마일까? 자료를 찾아보기 전에 내 경험상 3분 이내일 것 같다. Speech 훈련할 때 긴 Speech라 할지라도 3분을 기준으로 연습한다. 그러나 대부분 3분을 넘긴다. 그래서 그들 사이에 통하는 격언이 있다. ‘Speech 잘하는 3S 방법; Stand up, Speak up, Shut up. 강론 듣는 시간에는 반쯤 졸고 있을 경우가 많다. 3분이 훨씬 지났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름대로 방법을 찾는다. 전체 내용 중 귀에 솔깃한 것 한가지만 가져가자. 비록 돈 내고 듣는 것은 아니지만 이왕 온 것 본전은 찾아야지. 내 시간도 돈이다. 오늘 말씀 중 ‘악의 평범성’이란 말이 귀에 쏙 들어온다. 죄는 특별한 경우에 짓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일상 중에 짓게 된다는..

단상/일상 2023.03.27

낙서 33: 아침 낙서

오늘 찬비 내리고 바람 분다고 한다. '나쁜 날씨'는 아니고, '그럴 수 있는 날씨'. 며칠 전 겨울 끝자락 잡으려는 여행 다녀왔다. 한참 돌아와서 보니 내 집. "참 좋더라." 우리 삶의 여정도 가다 쉬고 돌고 돌아 결국 종착지. '참 좋은 종착지' 일 것 같다. 어제 성당에서 장례미사 있었는데 47살 한참 때 부인이 돌아가셨다. 아이도 없이. 유족은 단출하게 남편, 시누이, 한국에서 급히 달려온 엄마, 여동생 달랑 4명인데 운구할 사람 필요하다고 해서 내 왼쪽 팔 빌려줬다. 관이 무겁더라. 떠나기 싫어서일까? 엄마가 화장터에 관 밀려 들어가는 것을 보고 오열하시는 모습 보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참 오랜만에 여러 사람 앞에서 울었다. 장지 예절 끝나고 인근 식당에서 점심 대접한다고 했는데 나랑 ..

단상/일상 2023.0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