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일상 164

쌀밥 돌밥

아내가 차려준 흰 쌀밥이 먹음직스럽게 담긴 밥 그릇을 비우다가 돌을 몇 개 씹었다. “이 밥에는 왠 돌이 이리 많나?” 아내 왈, “아무래도 돌보다는 쌀알이 더 많겠지요.” 누구 말이 더 맞을까? 얼마전 한국의 한 고위 공직자가 모처럼 내 맘에 쏙 드는 말을 했다. “쌀밥에 돌 한 개만 있어도 돌밥이다.” 어항 속 금붕어와 같이 투명하게 국민들에게 보여지는 고위 공직자들의 바른 자세를 당부하는 말이다. 온갖 구설수에 올라도 굳건하게 자리를 지키는 자. 이런저런 핑계 대고, 요리조리 빠지고, 구차스러운 방법으로 자리를 지키는 공직자들. 쌀알 백 개에 돌 하나라도 그 밥은 돌밥이다. 오늘 아침 밥상에서 돌을 하나 씹었다. “어머나 미안해요. 이빨 괜찮아요?” “하하, 밥 짓다 보면 돌 하나쯤 들어갈 수 있지..

단상/일상 2023.11.04

그런대로 살만하네

팍팍한 삶을 즐겁게 바꾸는 방법이 무엇일까? 즐겁다고 생각하기? Happy Ending 믿기? 긍정적 사고? 잘 안되더라. 인간은 어차피 경쟁을 통해 진화된 동물이니까. 삶 자체가 여유롭지 못하다. 힘든 것은 힘들다고 인정하고 그 사이사이 즐거운 것을 끼워 넣자. 나는 부자 아니니 가능한 돈 안드는 방법으로. 뭣 같은 삶에 드문드문 여유가 끼어 있으면 그나마 숨 쉴 수 있는 공간이 생긴다. 길 걷다 먼산 한번 쳐다보고 선잠자다 깨면 별을 본다. 수북이 쌓인 낙엽 밟으니 촉감이 좋구나. 그사이 살금살금 기어다니는 다람쥐 참 귀엽다. 찾다보니 더 많이 보인다. 공짜로 얻을 수 있는 즐거움. 이참에 사는 것은 즐겁다고 믿어볼까나?

단상/일상 2023.10.24

아침 단상 '까노'

집안을 걸어 다니는 총 거리 중 상당 부분은 어디에 두었는지 모르는 안경과 셀폰 찾으려고 다닌 거리다. 일어 나서 문득 떠오른 좋은 생각, 아침 먹고 나면 까마득하게 잊혀지고… 나이탓만 할 것이 아니라 해결책을 찾자. ‘적자생존’, 적는자만이 살아남는다. 손에 들고 다니기 좋은 사이즈의 노트가 필요하다고 이야기 했더니, 예쁜 딸애가 아마존에서 냉큼 한가지 골라서 배달시켰다. Thank you다. 이런 맛에 다 큰 아이들과 같이 산다. 이제부터 언제나, 어디든지 ‘까노’와 함께할 작정이다. ‘까만 노트’, 내 친구. 아이패드에 쓱쓱 쓸 수도 있지만 난 이게 더 편하다. 종이위에 손으로 쓰는 것이 두뇌 운동에 좋다고도 하고 또 책처럼 들고 다니면 폼도 날 것 같다. ‘까노’ 오늘은 좋은 친구 얻은 기쁜 날이다.

단상/일상 2023.06.14

내가 먼저다

‘우리는 민족 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띄고 이 땅에 태어났다.’ 아직도 기억하는 “국민 교육헌장’ 제일 앞 글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뜻은 장하지만 좀 아닌 것 같다. 인간 탄생 의미를 너무 협소한 곳에 자기 맘대로 우겨 넣었다. 자식을 위해 산다고 한다. 내 희생을 바탕으로 자식이 성공할 수도 있겠지. ‘사’자 돌림 직업 갖고. 부부간 애정 깊고, 자식 공부 잘 시키고… 더불어 나도 행복하게 산다면 천운 받은 자니 좋다고 치고, 만약 아니라면? 내가 무슨 자식 번성의 역사적 사명을 띄고 이 땅에 태어난 것도 아닌데.... 지금까지 변하지 않는 내 생각은, ‘내가 행복해야 남도 행복하게 할 수 있다. 여기서 많은 현실적인 버전이 나온다. 사랑을 받아본 자가 남을 사랑할 수 있다. ☞ 고상한 버전. 구조 ..

단상/일상 2023.05.23

약속글 6 : 당해봐야

동네 공원에 산책 갔다가 앞에서 걸어가고 있는 노인 한 분의 신발 끈이 풀어져 있는 것을 보았다. 그냥 지나칠까 하다가 마음속으로 잘 안되는 영어로 작문해서 “신발 끈이 풀어졌네요.” 라고 알려 드렸다. 그러자 그분이 웃으며 하시는 말씀이, “저 앞쪽 벤치에 가서 매려고 해요, 고맙소.” 자기도 신발 끈 풀어진 줄 알지만 평지에서 허리 구부리지 못해서 저 앞에 있는 벤치에 발 올려 놓고 매겠다는 뜻이다. 그 말을 듣고 왠지 마음이 짠했다. 많은 나이는 아니지만 나도 몸이 예전 같지 않음을 느낀다. 허리에 살이 좀 붙은 것 같아서 일주일 전부터 윗몸 일으키기 운동을 했다. 아니나 다를까, 며칠 전부터 엉덩이 위쪽 허리 부분이 뻐근해서 몸을 앞으로 굽히기 불편하다. 외출하려고 양말 신을 때 2층으로 올라가는..

단상/일상 2023.05.12

2023.05.06 생각이 많았던 하루

날씨가 확 좋아졌다. 날씨가 계속 좋으면 사막 된다는 스페인 속담이 있다고 하지만 날씨가 좋으면 기분이 따라 좋아지는 것 사실이다. 그런데 오늘은 기분이 그저 그렇다. 이젠 강퍅한 글 쓰기 싫어 진다. 그냥 아름답고 감성적인 글 쓰고 싶다. 하지만 오늘은 예외다. # 오늘 오전 도심 Mall 앞을 걸어가는데, 한인들 30명 정도 모여 있고, "겨레의 늠름한 아들로 태어나~" 신나는 군가 들리길래 무엇인가 하고 봤더니, '윤석열 퇴진' 시위 중. 주최측은 고국 정부로 부터 지원 받는 조직이다. 플래카드 몇개 걸렸는데 모두 한글. 모인 사람들은 그냥 화난 표정으로 서있고, 조금 있다가 어디선가 한 사람이 배낭에 태극기 꽂고 나타나서 고래고래 소리 지르고, 시위대와 그 태극기 꽂고 나타난 사람이 육두문자 교환..

단상/일상 2023.05.07

Funkytown이 되살린 추억

신임 소위는 영외 거주가 안된다. 그냥 부대 안에 있는 독신 장교 숙소(BOQ)에서 해 주는 밥 먹고 눈치 봐서 가까운 마을에 잠시 외출하는 정도. 그러니 남아도는 정열을 내 보낼 길이 없다. 마을에 외출했다 돌아오면서 꼭 사 갖고 오는 소주를 쟁여 놓는다. 훈련 없는 주말 오후 심심하니 옆방 동기와 과자 부스러기 놓고 술판 벌린다. 술이 좋아서가 아니라 할 일이 없어서다. 물 마시듯 마시다가 지금 보면 구닥다리 카세트에 테이프 넣고 음악 튼다. 신나게 나오는 음악, Funkytown. 거나하게 취한 두 젊은이가 일인용 침대위에 올라가서 펄쩍펄쩍 뛰며 춤춘다. 춤이라기 보다 몸부림. 접신의 경지. 당직 서던 동기가 큰 소음에 놀라 문 열고 들어와서 눈 동그랗게 뜨며 하는 말. 둘 다 미친 줄 알았다고. ..

단상/일상 2023.05.02

2023. 04. 27 아침 단상

날씨 확 좋아졌다. 한 주 내내 우중충 으슬으슬 하다가 오늘 하루 반짝. 그럼 기분도 화창해야 맞는데 왠지 좀 찌뿌둥한 느낌 이유는 모르겠다. 시니어 변덕인가? 하루 4가지 집안에서 규칙적으로 꼭 하는 일 정해 놓자. 영어 공부 1시간, 좋은 강좌 듣기 1시간, 글 쓰기 1시간, 실내 운동 1시간. 그동안은 그냥 되는대로 했는데 그러다 보니 들쭉날쭉. 솔직히 게을러져서 점점 안하게 되고. 나이 들면 모든 것이 예뻐 보인다고 한다. 피는 꽃은 당연하고 그동안 무심히 지나쳤던 구름도, 저녁 달도 더 예뻐 보인다. 얼마 보지 못할 것 같아서 아쉬운 것인가? 지나가는 시간이 아깝다. 뭔가 하는 듯한 느낌을 갖는 것이 화창한 봄날에 드는 우울함을 떨쳐버리는 방법이 될 것 같다.

단상/일상 2023.04.28

꽃이 예쁜 이유 2

부처님이 모르시는 것 한가지, 본인 앞에 엎드려 염불하는 중 마음. 내가 유일하게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내 마음, 내 생각이다. 그러니 내 생각만큼은 자유롭다. 어디든 넘나들 수 있다. 맞나? 사실 내 생각도 갇혀 있다. ‘신념의 체계 속’ 학술적인 용어인지는 몰라도 나는 그렇게 이해한다. 내가 태어나서부터 보고, 듣고, 배우며 습득한 모든 정보, 경험이 축적돼서 일종의 프로그램화 된 것. 수치를 입력하면 엑셀 프로그램이 돌아가서 답이 나오듯, 내가 인지한 사안에 대해서 이 신념의 체계라는 프로그램이 처리해서 내 생각을 만들어 준다. 그러므로 내 생각 역시 내가 만든 이 ‘신념의 체계’를 벗어나지 못한다. 이 신념의 체계는 나를 나 답게 만들어 주는 주요한 요소다. 일종의 나의 정체성이다. 그러..

단상/일상 2023.0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