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일상 129

나의 꽃말 1

해국의 꽃말은 ‘침묵, 기다림’. 절묘하다. 딱 그 캐릭터와 맞다. 센바람 찬바람 맞으면서 하필이면 바위틈새에서 옹송그리며 자랄까? 꽃 모양도 작은 해바라기 같고. 그 자리를 떠날 수 없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언젠가 돌아오실 ‘님바라기 꽃’? 꽃말 짓는 사람 존경한다. 그 많은 꽃들 모두 꽃말이 있는데, 한결 같이 그 꽃의 아름다움에 뜻을 심어주는 표현이다. 오랜 동안의 세밀한 관찰과 영감 없이는 어려울 것이다. 문득 “내 이름은 뭔가?”라는 생각이 든다. 나의 Identity를 나타내는 중요한 것인데, 내 의지와는 관계 없이 성이 주어지고, 항렬 지키고, 조상님의 희망 사항 담아서 문자 그대로 주어진다. 내가 되고 싶은 모양과는 점점 거리가 멀어질 수도 있다. 지금 내 모습과 완전히 다른 경우도 생기..

단상/일상 2022.11.03

특별한 나눔

잠에서 깼다. 잠시 죽었다 살아난 기분. 금방 다시 죽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고, 신문을 본다. 29살 꽃다운 나이 여성이 갑자기 뇌사 상태가 돼서 100여명에게 장기기증하고 저 세상으로 갔다는 기사를 봤다. 사랑했던 이를 떠나 보낸 사람들이 무덤 앞에 꽃을 두고 그리워 한다. 살아 생전 곱던 모습, 장한 모습, 다정했던 모습. 그리움에 감동 받아 죽은 자가 무덤 속에서 벌떡 일어서서 나온다면? 끔찍하다. 이곳에서 첫 의료보험증 받을 때 장기기증 서약했다. 사체도 해부용으로 기증할 의사를 묻는 난에는 동의 표시하지 않았고. 죽었지만 발가벗겨 이리저리 잘리기 싫더라. 자는 동안 나는 뭐했나? 모르겠다. 그냥 잤다. 내가 죽으면 내 몸은 어떻게 될까? 벌레 밥이 되고 훌륭한 비료가 될 수도 있겠지. 며칠 ..

단상/일상 2022.10.31

무제

이곳 할로윈 데이 전날 아침. 고국에서 일어난 안 좋은 소식이 전세계에 펴졌다. '안타깝다' '어처구니없다' '슬프다' '화난다' '부끄럽다' 등등의 감정. 하지만 멀리 떨어져 있는 제3자의 생각. 졸지에 생 때 같은 분신을 떠나 보낸 이의 마음은 실감 안된다. 그러나 멀리 떨어져서 보니 더 냉철해 질 수도 있겠다. 신문에 왠만큼의 분석과 재발 방지 대책이 벌써 나와 있네. 불순한 생각만 하지 말고 같은 불행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남의 자의 할 일이다. 곰곰이 생각하면, 우리 모두 분명 각자 할 일이 있지. 이도 저도 생각 안나면, 황망 중에 떠나신 분을 위해서 기도하면 되겠다.

단상/일상 2022.10.30

구글님

참 고마운 분이시다. 구글님 오시기전에는 선생님이 주로 답을 주셨고, 혼자서 찾아야 할 경우에는 서가 한 켠 가득 채운 아주 비싼 백과사전을 이리저리 들춰야 했다. 그것도 철 지난 정보가 대부분. 이제는 타닥 치면 쑥 답이 나온다. 그것도 아주 상세한 내용으로. 답이 여러 개면 개수 관계없이 좌르르 다 펼쳐 보인다. 이젠 시간과 의욕만 있으면 나는 만물박사가 된다. 그래서 귀명창이 는다. 입이 명창이어야 하는데 귀가 명창이니 뭔가 이상하다고 불편하다. 어느 인문학 교수님이, 창의성은 답을 구하는 데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질문을 던짐으로써 개발된다고 했다. 답은 내 머리에 쑤셔 넣는 것. 질문은 내 잠재력을 끌어 내는 것. 답은 남이 정한 것. 질문은 내가 만든 것. 차라리 구글님이 계시지 않았을 때의 생..

단상/일상 2022.10.22

간식월(肝息月)

자랑 중에 가장 무모한 자랑은? 술 실력 자랑. 한창 때 나보다 술 센 사람 없을 것 같았다. 더 마시고 덜 취하고 상대가 헤롱헤롱 하는 모습보고 속으로 “약한 모습” 하며 으스댔다. 저녁에 반주 몇 잔 하고 자고나서 보면 거실에 불이 켜진 채다. 취중에 불 끄는 것 깜박. 한창 때 생각하면 있을 수 없는 일. 흘러가는 세월 한탄만 할까? 대책이 있어야지. 우선 1달간 간이 쉴 수 있는 시간을 주기로 한다. 간식월(肝息月) 너도 좀 쉬어야지. 1달 후 효과 보고 확대 내지 원상복귀 결정할거다. 그러고 보니 나이 들면 화석이 된다던데 말랑말랑한 채로 늙을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평소 안 하던 짓 많이 해보는 것이라고 한다. 내게는 술 안마시는 것이 평소 안 하던 짓이다. 잘됐네. 간식월 효과가 있으면 건..

단상/일상 2022.10.20

그냥 느끼는 것

오래전 어마무시 큰 원숭이(?)가 주인공인 영화 장면 중, 자신의 보금자리인 거대한 절벽 꼭대기에 앉아서 붉게 물드는 석양을 한참동안 바라보는 것이 있었다. 그때 그 원숭이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관객들은 짐작한다. 아름답다. 그런데 원숭이가 ‘아름답다’란 단어를 알리는 없으니, 그냥 속으로 느꼈을 것이다. ”………………….” 그저 좋은 느낌. 많은 추상적인 표현의 실체를 똑 부러지게 규정하는 것은 일반인으로서는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선, 악, 행복…’ 같은 것. 물론 철학자들이 시도해 봤고 실제 이거다 하고 내 놓은 것도 많지만, 머릿속에서 그려지는 개념이니 내가 아니다 하면 그만이다. ‘아름답다’. 역시 추상적인 개념이다. 그 단어를 접한 사람들의 머릿속 생각에 따라 달라지고, 그가 처한 상황에 ..

단상/일상 2022.10.14

댓글, 이런저런 생각들

20여년전 한국 갔다가 지인 결혼식 참석해서 그룹으로 온 하객들과 합석해서 식사하게 되었다. 그 그룹의 리더 되시는 분이 그룹의 이름은 ‘해바라기’고, ‘선플’ 운동을 한다고 했다. 해바라기=Sunflower=선플. ‘악플’의 반대말. 그 당시 나는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몰랐다. ‘블로그라는 말은 웹(web)과 로그(log, 기록)를 합친 낱말로, 스스로가 가진 느낌이나 품어오던 생각, 알리고 싶은 견해나 주장 같은 것을 일기처럼 차곡차곡 적어 올리는 형식을 취한다.’(위키피디아에서 인용) 바탕에는 ①내 것을 보여주고 ②남의 것도 보고 ③communication하고 싶은 욕구가 있다. 일단 블로그 시작하면 하면 ①,②는 충족되고 ③은 댓글과 답글로써 만족된다. 블로그 시작할 때 이 문제를 곰곰이 ..

단상/일상 2022.10.12

몸이 먼저다

신부님 강론을 유튜브로 보다가 재미있는 예를 들었다. 자기가 흠모하는 연인에게 매일 편지를 써 보내는 남자가 있었다. 수년간 하루도 빠지지 않고… 결국 그 여인은 누구랑 결혼했을까? 그 편지 쓴 남자? 정답은 우편배달부다. 매일 편지를 건네 주다 보니 친해져서 연인 사이로 발전했다고 한다. 내 생각이 주인이고 몸은 종이라는 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아니 대부분일 것 같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는 말에 반대 의견을 내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래서 내 생각, 내 마음을 닦기 위해 무진 노력을 다한다. 결과는? 나의 경우 잘 안된다. 자주 하면 익숙해지고, 익숙해지면 편해지고, 편해지면 좋아지고, 좋아지면 사랑하게 된다. 중학교 때 얼핏 본 시 중에서 대충 기억에 남아있는 내용이다. 지금 내 생각,..

단상/일상 2022.09.27

막(幕)

#1 요즘 젊은이들 아주 오래된 나라의 비석을 발굴해서 보니, 쓰여진 문구가 ‘요즘 젊은 것들은 버릇이 없다’. 늙은이들은 항상 버릇이 반듯한가? 한인 문화 축제를 다녀왔다. K팝 노래를 틀면 관중들이 그 노래를 부른 가수의 율동을 따라하는 프로그램을 구경했다.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젊은이들이고, 이어지는 각기 다른 노래에 맞춰 격정적으로 몸을 흔든다. 음악에 몸을 맡기고 웃고, 환호하며 춤 추는 그들이 버르장머리 없고 저속한 무리인 것 같아 보이지는 않는다. 이어서 진행된 프로그램은 전통 줄타기와 농악 공연인데 일어서서 박수치고 흥에 겨워 어깨 들썩이는 무리의 대부분 역시 젊은이들이다. 장르를 넘나들며 즐기고 몰입할 수 있는 그들을 통해 역동하는 미래가 엿보인다. #2 오늘 찍은 내 사진 어느 교수님이 ..

단상/일상 2022.08.30

나도 자연인이다

‘나는 자연인이다!’ 아주 특별한 사람이라는 느낌이 먼저 온다. 그럼 대부분의 사람은 ‘인조인’ 인가? 말 장난이고… 자연인이란 자연스런 삶을 사는 사람으로 이해된다. 여러가지 인위적인 속박에서 벗어나 자연속에서 자연과 더불어 자연스럽게 사는 삶, 현대인의 동경이다. 사람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먼저 태어난 사람들이 만든 인조물의 영향을 받는다. 가족 관계, 사회제도, 문화, 문명, 가르침… 거의 모든 면에서 인간들이 만든 무엇인가에 영향을 받고 대부분 거기에 맞춰 산다. 그것들 대부분은 우리가 생각하는 인간답게 혹은 편리하게 살기 위한 것들이다. 문제는 그러한 것들이 본래의 목적과는 다르게 우리를 속박하는 도구가 되는 경우가 많다는데 있다. 인간의 생각이 만든 문제다. 돈이란 것이 그렇다. 모양만 달라졌을..

단상/일상 2022.0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