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일상 164

꽃이 예쁜 이유 1

지천에 꽃 피는 계절이 성큼 다가왔다. 꽃 싫어하는 사람 없다. 알러지가 있어 싫어 한다고 할 수는 있으나 그것은 알러지를 싫어하는 것이지 꽃 자체가 싫은 것은 아닐 것이다. 당연한 것 같기도 하지만, 사람은 왜 꽃을 아름답다고 느끼고 좋아할까? 다른 사람들에게 물어볼 것 없이 내 생각을 나열해 보자. #1 모양이 이쁘다, 색깔이 곱다, 향기가 난다. 모두 외형적인 요소다. 꽃만 모양이 예쁜 것이 아닐 것이고, 더 화려한 색 가진 것들 많고, 향기는 인간이 만든 것이 더 강하고 다양할 텐데… 꽃 확대해서 보면 좀 이상하다. 솜털이 숭숭. 화려한 색 가진 개구리 징그럽다고 한다. 인간이 좋아하는 향기 다른 동물들은 피한다. 뭔가 더 있나? #2 자연이 만든 질서 그대로를 간직하면서 미적으로 균형이 잘 잡혀..

단상/일상 2023.04.13

악의 평범성 2

악은, 듣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평범한 일상에서 그 씨앗이 잉태된다는 강론을 들었다. 그러지 않기 위해서 귀담아 듣고, 곰곰이 생각하고, 가려서 행동하는 것에 대해서 나름 반추(反芻)해 본다. #귀담아 듣는다는 것 귀담아듣는 것의 반대는 흘려 듣는 것이다. 왼쪽 귀로 듣고 오른쪽 귀로 흘리면 담기지 않아 남는 것이 없다. 귀담아들을 수 있기 위해서는 귀담아듣겠다는 의지가 먼저 있어야 한다. 스쳐가는 바람소리까지 귀담아듣는 사람 드물다. 내게 필요하고 소중한 소리라는 생각이 들고 기억해서 되새김하겠다는 의지가 선행되지 않으면 소리는 그냥 흘러 나간다. 흥미 없더라도 필요한 소리도 있고, 몸에 좋은 쓴 소리도 있다. 일단 누가 내게 하는 이야기는 소중할 수 있다는 생각을 먼저 갖는 것이 중요하다. 들어보고 필..

단상/일상 2023.03.30

악의 평범성 1

이야기 들을 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얼마일까? 자료를 찾아보기 전에 내 경험상 3분 이내일 것 같다. Speech 훈련할 때 긴 Speech라 할지라도 3분을 기준으로 연습한다. 그러나 대부분 3분을 넘긴다. 그래서 그들 사이에 통하는 격언이 있다. ‘Speech 잘하는 3S 방법; Stand up, Speak up, Shut up. 강론 듣는 시간에는 반쯤 졸고 있을 경우가 많다. 3분이 훨씬 지났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름대로 방법을 찾는다. 전체 내용 중 귀에 솔깃한 것 한가지만 가져가자. 비록 돈 내고 듣는 것은 아니지만 이왕 온 것 본전은 찾아야지. 내 시간도 돈이다. 오늘 말씀 중 ‘악의 평범성’이란 말이 귀에 쏙 들어온다. 죄는 특별한 경우에 짓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일상 중에 짓게 된다는..

단상/일상 2023.03.27

기념일 챙기기

냇가에서 서로 알몸 보며 물장구 치던 친구는 없고 모두 나이 들어 남의 나라에 와서 힘들게 살아온 터라 피차 외롭지만 서로 간에 쌓인 벽의 두께가 녹녹치 않다. 그래서 남은 것이 식구라 더욱 소중하다. 그러나 자식들도 크고 나면 내 품 밖이니 의도적이더라도 연결된 끈이 튼튼한 지 수시 확인이 필요하다. 그래서 가능한 많은 수의 날 챙기기를 실천한다. 생일도 음력, 양력 두번씩, 결혼 기념일, Mother’s Day, Father’s Day, 어린이날(둘 다 결혼 안 했으므로 어린이로 간주), 반려견 떠난 날, 그 녀석 생일, 발렌타인 데이… 생각해 보면 한달에 한번 이상 ~날이다. 형편에 거창하게 할 수는 없고 케익 하나 혹은 배달 음식 한 종류면 족하다. 술은 항상 쟁여 있으니 됐고. 대신 데코레이션은..

단상/일상 2023.03.20

몸과 마음의 나이

약국가면 약이 즐비하다. Auto Shop에는 온갖 종류의 부속품과 약품들이 진열되어 있다. 사람이나 차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지속적으로 관리해주지 않으면 고장 난다. 그래도 대충 60세 이전에는 큰 고장 드물게 나는 것이 인간의 몸이니 고급 차 보다는 훨씬 잘 만들어진 것이 분명하다. 신체적인 나이와 마음의 나이가 엇박자 나서 문제가 생긴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아제 개그로, ‘몸은 김정구 마음은 박남정’. 일리 있는 생각인 것 같다. 신체는 분명 노쇠해지고 있는데 마음은 한창 때를 향하고 있으니 간혹 무리하기도 하고 주책이라는 소리도 듣는다. 그런데 실제로 마음의 나이가 신체의 나이보다 늦게 늙을까? 마음이란 것이 뇌의 작용으로 일어나는 것이라고 보면 결국 뇌도 신체의 일부인데 마음이 몸보다 늦게 늙..

단상/일상 2023.03.10

오늘 일기

밤새 폭설이 내렸다. 이른 새벽 밖을 내다보니 뒤뜰 나무들이 눈 이불 덮고 아직 깊은 잠속이다. 바다 건너편 나라는 완연한 봄. 온갖 꽃망울들이 툭툭 터진다던데 좁은 것 같으면서도 넓은 지구. 눈 쌓인 담장위에 무엇인가 웅크리고 앉아 있다. 움직임이 거의 없는 너구리 한 마리. 병든 놈이다. 지난해 봄에도 한 녀석이 우리집 뜰에서 생을 마감했지. 내 집이 그들에게는 명당인가 보다. 전염성 있는 병이라 시청 담당 부서에 전화하니 금방 담당자가 왔다. 전문가는 다르네. 서둘지 않고 “하이 친구” 하며 구슬리더니 답삭 올가미 걸고 틀에 넣고 나간다. 편히 보내주는 것이 맞지만 좀 미안하기도 하고 안스러워서 담겨 나가는 녀석 뒷모습 보고 성호 그어줬다. 눈 왔으니 이제 치워야지. 얼기전에 길 안 트면 나중에 엄..

단상/일상 2023.03.06

걸으며 느끼는 것

걸을 수 있는 것은 축복이라고 한다. 건강하고, 걸을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고, 신발 구입할 수 있는 돈이 있고, 자연과 가까이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고, 친구를 사귈 수 있는 5대 축복의 소유자라는 것이다. 익숙한 길은 그렇지 않은 길보다 짧게 느껴진다. 가야할 길을 잘 몰라서 주뼛주뼛하며 걸을 때 보다 내가 아는 길은 마음이 편하고 이런 저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어서 그렇다. 내가 어디로 갈지 잘 모르면 몸과 마음이 무거워지나 보다. 반환점을 돌아서 올 때 심리적인 부담이 적다. 좀 힘들 경우는 더욱 그렇다. 반환점 전까지는 걸어야 할 길이 늘어나는 것이지만 돌아서 올 때는 걷는 만큼 가야할 길이 줄어들고 또 눈에 익은 길이어서 시간도 훨씬 빨리 가는 것 같다. 인생 중반을 돌아서니 시간이 쏜살같..

단상/일상 2023.02.27

새벽에

눈 뜨니 살아있다. 살아 있었으니 눈이 떠졌겠지. 뭔가 온게 있나 셀폰을 집어 든다. 위에서 아래로 주르륵 얼마전 돌아가신 큰 형님 얼굴. 망설이다 대화창 여니 몇 달 전 남긴 메시지 “사랑한다’로 끝났다. 이게 유언이 됐구나. 그냥 눈과 코가 찡하다. 화장실 거울에 비친 내 얼굴 턱 아래가 희끗희끗 검고 흰 놈 절반씩이다. 짧아서 표가 덜날뿐. 저쪽도 낮 밤이 있나? 이 세상 생각하며 그리워 할까? 모를 일, 가봐야 알 일, 가서도 모를 일.

단상/일상 2023.02.24

모난 돌이 정 맞는다

현명한 조상님들이 만드셨지만 내가 싫어하는 속담이다. 그 의미는 알고 있으니 차치하고, 돌만 놓고 보자. 이 세상 둥근 돌로만 이루어져 있지 않다. 직접 헤아려보지는 않았지만, 둥글둥글한 돌 보다는 네모든 오각형이든 뾰족삐죽하든 각진 돌들이 더 많을 것 같다. Factor는 둥글든 각 졌든 다 용도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도 각지면 정 맞으니 아프다. 그럼 각진 돌이 정 안 맞는 방법은 무엇일까? 땅속에 숨어서 안 나오며 세상을 원망한다. “나도 분명 쓸모가 있는데…” 가능한 힘을 이용해서 데굴데굴 굴러 스스로 둥글게 만든다. 아무래도 원래 둥근 돌보다는 못하다. 그럼 세상사는 어떻게 될까? 온통 둥근 돌 천지다. 주춧돌로 사용하기 위해서 둥근 돌을 애써 깎아 네모 모양 돌을 만든다. 별 쓸모 없는 수많은..

단상/일상 2023.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