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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도 배워야 하나?

본능과 이성을 생각할 때 사랑하는 마음은 본능일까, 배워야 하는 이성일까? 새끼를 품고 있는 제비를 보면 본능인 것 같기도 하고 제 아이를 죽이는 엄마를 보면 이성인 것 같다. 사랑을 타고 났다면 어찌 그럴 수 있겠는가? 사랑이 결핍된 가정에서 자란 아이가 문제아 되기 쉽고 이웃 사랑을 외쳐도 이웃이 미워질 때가 있으니 아무래도 본능은 아닌 것 같다. 본능처럼 보이는 것도 사실 오랜 시간 동안 이루어진 학습의 결과일 수 있다. 갓난 아이에게 독사의 ‘쉿’ 하는 소리를 들려주면 깜짝 놀란다고 한다. 오랜 기간 동안 파충류에게 당해온 인간의 공포가 DNA에 새겨진 결과다. 사랑을 배워야 한다면 어떻게 배워야 하나? 행함이 없는 믿음은 공허한 믿음이고 지식이 곧 지혜가 되는 것은 아니니 모쪼록 내 몸이 사랑을..

단상/일상 2021.09.08

불완전한 경청

카톡으로 글을 쓸 때 평소 잘 안 쓰는 단어나 신조어를 타이핑하면 프로그램이 오타로 인식하고 스스로 알아서 가장 그럴듯한 단어로 바꿔준다. 뜻은 고맙지만 확인 안하고 발송하면 내 의도와는 전혀 다른 문장이 전송되어서 당황했던 경험이 있다. 배려하는 마음이 섣부른 예단(豫斷)으로 인해 오히려 화근이 된 셈이다. 경청이란 의미가 궁금해서 자료를 찾아본 적이 있다. 잘 듣는다는 사전적 의미는 짐작이 되는데, 잘 듣는다는 것이 어떻게 듣는 것인지 궁금했던 것이다. 대략 공통적으로 이야기되는 경청의 다섯 등급의 수준을 인용해 본다. 5등급 수준: 상대방을 무시한다. 전달되는 내용이 하나도 없다 4등급 수준: 듣는 척한다. 자신의 생각 속에 빠지고 집중하지 않음으로 대화 상대가 불편해진다. 3등급 수준: 선택적으로..

단상/소통 2021.09.08

윤활유 한 방울 2

대면에서 비대면으로 커뮤니케이션 방법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일과 중 ‘까똑’ 소리가 한동안 들리지 않으면 내가 뭔가 소외된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지경이 됐다. 따라서 우리의 일상이 된 비대면 방식의 의사소통에 대한 에티켓도 필요해 졌다는 생각이 든다. 그 중에서도 카톡을 사용하는데 필요한 예절 가운데 나름대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것 10가지를 정리해본다. 예절은 사회가 부드럽게 돌아가도록 하는 윤활유와 같은 역할을 한다. 아무쪼록 편하고 즐거운 카톡 사용에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램이다. 1. 상대의 활동 시간대를 고려한 사용 시차가 있는 나라는 물론이고 외국에서 살고 있는 친구를 새벽에 깨우는 실례를 범해서는 안된다. 특히 단톡방과 같이 거주지가 다른 사람들이 한방에 모여 있을 경우 더욱 주의해..

단상/예절 2021.09.07

나를 본다는 것 2

가끔 내 손가락 끝에 눈이 하나 더 달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얼굴을 비춰주는 거울이 없을 때도 그렇고 비보호 좌회전할 때 차창 밖으로 왼손을 내밀어 보면 상대편 차선에서 달려오는 직진차를 훨씬 쉽게 볼 수 있을 것도 같다. 그러나 나는 나를 직접 볼 수 없다. 내가 내 모습을 보기 위한 방법은 몇 가지 있다. 첫째, 거울에 비쳐보는 방법이다. 가끔 거울 표면이 고르지 못하여 일그러진 모습을 보일 때도 있지만 비쳐진 모습이 현재의 내 것이라고 믿을 만하다. 단지 내 생각과 마음은 비쳐지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다. 둘째, 사진을 찍어 보는 방법이다. 엄밀하게 말해서 현재의 내모습은 아니다. 금방 찍은 사진도 수초전의 내 모습이다. 특히 요즘은 포토샵 기술이 발전해서 나 보다 훨씬 젊고 아름다운 얼굴이 ..

단상/글쓰기 2021.09.06

매년 피어나는 쓰레기 꽃

자세히 보면 모두가 쓰레기다. 한번 사용하고 버린 천막이 주종을 이룬다. 최근 영국 레딩에서 열린 뮤직페스티벌에 100만명 넘는 참가자들이 몰렸고 행사가 끝난 후 그들이 머물렀던 텐트와 쓰레기를 그대로 놓고 간 것이라고 한다. 세계적인 뮤지션들이 공연한 페스티벌이니 참 좋은 음악을 듣고 즐겼을 관중들이 남긴 흔적이 너무 처참하다. 2014년 8월 16일 프란치스코 교황 서울 방문 시 수십만명의 군중이 모여 거행된 시복식 후 광화문 광장이 깔끔하게 치워진 뒷모습이 기사화된 것을 본 적이 있다. 무엇이 이러한 극명한 차이를 가져왔을까? 첫번째는, 한국인의 질서의식과 교양 수준이 영국인 보다 높기 때문이라는 가정이다. 한국인은 기분이 좋은 가정일지 몰라도 선진국임을 자처하는 영국인의 입장에서 본다면 동의하기 ..

시사 2021.09.06

금수저 흙수저 2

흙수저를 갖고 태어난 사람이 흙수저에 만족하며 사는 법을 생각했다. 뭔가 찝찝하다. 달리는 자의 능력에 따라 골인 지점에 들어가는 시간이 다른 것은 충분히 이해되는데, 출발점이 다른 것은 뭔가 잘못된 것이 아닌가? 라는 억울한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다. 하지만 현실을 부정할 수는 없는 법. 그분의 뜻이든 확률에 의한 불운이든 내가 흙수저를 갖고 태어난 것을 부정할 수는 없으니 금수저를 훍수저를 바꾸는 꿈을 꿔보자. 꿈은 이루어진다고 했으니… 오래전의 일이다. 서울역 광장에 구두 닦는 소년 2명이 있었다. 두 명 다 장래 성공한 삶을 살고 싶은 꿈을 가졌다. “서울대에 입학하여 열심히 공부해서 사법고시 합격하고 판사가 되어 성공한 사람이 되고 사람들로부터 존경받는 사람이 되고 싶다.” 오늘도 같은 생각을 ..

단상/일상 2021.09.05

시인을 죽인 한마디 말

하늘이 조금 높아지고 겨드랑이를 스치는 바람이 서늘하다 뭉게구름 몇 개가 모여 보고 싶은 얼굴을 만든다 어느 시인이 내게 한 말 가을이 깊어 갈 때 시외버스를 타고 들판을 지나 가는데 옆 좌석 창가에 앉아 밖을 보던 어린아이가 엄마의 팔을 당기며 “엄마, 엄마, 저 들판 참 이쁘지?” 졸던 엄마가 팔을 밀치며 “조용히 해라 손님들 잠 깬다.” 이 광경을 보고 그 시인은 속으로 울었다고 한다. 아, 이렇게 한 천재 시인이 죽어 버렸구나. 우리는 모두 시인의 마음을 갖고 태어난다. 나도 모르게 켜켜이 쌓인 삶의 때가 그 순수함을 가리고 있을 뿐이다. 현실이 고단하다는 이유로 뾰족이 내미는 시인의 싹을 눌러 버리지는 않았는지… 2021년 어느 날 가을의 문지방을 넘는 계절의 모습을 보면서

여운 2021.09.05

잠이 줄어드는 이유

몇 년 전만해도 내가 가장 자신 있었던 분야가 3가지 있었다. 먹고, 마시고, 자는 것. 이제는 이 3가지가 나의 취약 분야가 되어가고 있다. Because of aging. 나이를 먹어 감에 따라. 먹고 마시는 것이 약해지는 원인은 바로 짐작이 되는데 잠은 왜 줄어들까? 신체적 변화는 생존을 위한 본능이라고 한다. 소화 기능이 약해졌으니 음식물을 적게 넣어야 하고 그러니 입맛이 떨어진다. 맞다 간이 망가졌으니 알코올은 매우 해롭다. 그래서 조금 먹어도 많이 취한다. 맞다 그러면 잠은 왜 줄어드나? 내 의학적 상식이 부족하다. 구글에 물어보기 전에 나름대로 이유를 상상해 본다. 1. 떠날 시간이 길게 남지 않았으니 일어나서 해야 할 일을 빨리 끝내라는 재촉. 2. 나이 들었다는 이유로 게을러졌으니 더 움..

단상/일상 2021.09.04

보이지 않는 손

‘Invisible Hand(보이지 않는 손)’ 란 말이 있다. 원래 경제학 용어였는데 다양한 분야에 원용된다. 한 예로, 지구도 유기체와 같아서 자신의 생존을 위해 필요한 대응을 하는데, 이를 위해서 그가 당면한 불균형을 보이지 않는 손, 즉 그 어떤 초월적인 힘으로 조절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남 여의 성비가 극히 불균형한 상태에 있을 때, 우연의 일치로 보여지는 큰 전쟁이 난다는 식이다. Covid 19 사태가 작년에 처음 시작 되었을 때 SNS상에 ‘부머 리무버(boomer remover)’란 신조어가 돌아 다녔다. 코로나 19 바이러스를 베이비 부머(baby boomer) 세대 즉 1950년대 이후 태어난 꼰대 세대를 제거하는 바이러스라고 빗대어 한 말이다. 그 당시 나이 드신 분, 특히 요..

요설 2021.09.04

내 안의 보물

“네 발 밑의 다이아몬드 밭.” 바깥에서 더 나은 것을 찾는 이들에게 들려주는 경구다. 행복을 찾아 무지개를 쫓는 자에 대한 교훈. 스승을 찾아 10년을 헤매다 돌아온 아들을 반겨 맨 발로 뛰쳐나오는 어머니. 근자에 많이 회자되는 신조어 ‘소확행’. 이 모든 것이 가장 소중한 것은 외부에 있지 않고 내 안에 존재한다는 이치를 가르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내 안에 있는 나의 보물을 먼저 찾는 지혜가 필요하다. 집콕 생활을 한지 1년이 다 되어가니 슬슬 답답해지고 그간 적조 했던 친구들의 연락처를 뒤져보면서 스스럼없이 연락할 수 있는 친구의 수가 몇 안됨을 보고 약간은 서글퍼 진다. 아직 나를 생각하고 있을지 확실하지 않은 이들의 이름을 찾는 것 보다 항상 내 곁에 있는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

단상/반성 2021.09.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