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일상

금수저 흙수저 2

Chris Jeon 2021. 9. 5. 18:38

 

  흙수저를 갖고 태어난 사람이 흙수저에 만족하며 사는 법을 생각했다. 뭔가 찝찝하다. 달리는 자의 능력에 따라 골인 지점에 들어가는 시간이 다른 것은 충분히 이해되는데, 출발점이 다른 것은 뭔가 잘못된 것이 아닌가? 라는 억울한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다. 하지만 현실을 부정할 수는 없는 법. 그분의 뜻이든 확률에 의한 불운이든 내가 흙수저를 갖고 태어난 것을 부정할 수는 없으니 금수저를 훍수저를 바꾸는 꿈을 꿔보자. 꿈은 이루어진다고 했으니

 

  오래전의 일이다. 서울역 광장에 구두 닦는 소년 2명이 있었다. 두 명 다 장래 성공한 삶을 살고 싶은 꿈을 가졌다. “서울대에 입학하여 열심히 공부해서 사법고시 합격하고 판사가 되어 성공한 사람이 되고 사람들로부터 존경받는 사람이 되고 싶다.”

 

  <소년A>

  오늘도 같은 생각을 하며 구두를 닦는다. 내일도 같은 꿈을 꾼다. 모레도 글피도그러다가 10년 후 같은 자리에서 구두를 닦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체념조의 탄식을 한다.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은 그냥 듣기 좋으라고 한말이야.” 그 소년이 가졌던 것은 단순한 바램이었고 결심은 아니었기 때문에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한 ‘HOW TO’가 정해지지 않은, 목표 지점이 안개속에 가려진 흐릿한 ‘WISH’였다. 그냥 매일 매일매일 바랬을 뿐이다.

 

<소년 B>

A와 같은 바램을 가진 그는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 해야 할 것을 생각해 본다. 서울대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공부를 해야 한다. 방법은? 벽에 붙은 광고를 보니 야학을 알리는 홍보 포스터가 있다. 비용이 조금 든다. 그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서 구두를 더 열심히 닦는다. 잠자는 시간을 줄인다. 서른살이 넘어서 졸업장을 손에 쥔 그는, 다음 단계를 이루기 위한 계획을 짜고 있다. B가 가졌던 것은 절실한 바램이었기에 꼭 이루겠다고 결심했으며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한 ‘HOW TO’를 정했다. 절실한 바램을 과녁이 분명히 보이는 ‘GOAL’로 발전시켜 자신의 목표를 향해 곰곰이 생각하고 인내하며 전진했다.

 

  꿈은 그냥 이루어 지지 않는다. 단지, 그 꿈이 절실하고, 절실한 만큼 꼭 이루겠다고 결심하고, 그 결심에 따른 실천계획을 세우고 우직하리만큼 포기하지 않고 밀고 나갈 때만 이루어지는 것이다. 꿈을 꾸는 자는 많지만 이루는 자는 소수다. 꿈 꾸는 대로 바로 이루어지는 세상은 꿈속에서만 존재한다.

 

  문득 깨어나 보니 꿈이다. 손에는 여전히 흙수저가 들려 있다. 길몽인가 흉몽인가?

 

202115

내 꿈은 이루어졌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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