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글쓰기

나를 본다는 것 2

Chris Jeon 2021. 9. 6. 12:49

 가끔 내 손가락 끝에 눈이 하나 더 달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얼굴을 비춰주는 거울이 없을 때도 그렇고 비보호 좌회전할 때 차창 밖으로 왼손을 내밀어 보면 상대편 차선에서 달려오는 직진차를 훨씬 쉽게 볼 수 있을 것도 같다. 그러나 나는 나를 직접 볼 수 없다.

 

 내가 내 모습을 보기 위한 방법은 몇 가지 있다. 첫째, 거울에 비쳐보는 방법이다. 가끔 거울 표면이 고르지 못하여 일그러진 모습을 보일 때도 있지만 비쳐진 모습이 현재의 내 것이라고 믿을 만하다. 단지 내 생각과 마음은 비쳐지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다.

 

 둘째, 사진을 찍어 보는 방법이다. 엄밀하게 말해서 현재의 내모습은 아니다. 금방 찍은 사진도 수초전의 내 모습이다. 특히 요즘은 포토샵 기술이 발전해서 나 보다 훨씬 젊고 아름다운 얼굴이 나를 보고 있을 경우가 많다. 뇌를 단층 촬영할 수는 있지만 역시 내 생각과 마음은 찍을 수 없다.

 

 셋째, 다른 이의 말을 빌려 내 모습을 상상하는 것이다. 생김새의 묘사도 있겠고 나의 행동이나 생각에 대한 피드백도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까지 묘사가 가능하므로 거울이나 사진 보다는 차원이 높은 것이지만, 신뢰성에 문제가 있다. 상대가 정직하게 말하는지, 어떤 오해가 있는지도 불확실하지만 나 역시 상대의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문제점도 있다.

 

 외형적인 것은 결국 피부 한 장 차이니 크게 신경 쓸 것 없이 거울이나 사진을 보는 것으로 만족하며 살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내 생각과 내 마음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방법이 마땅치 않아 생기는 문제가 크다. 내 생각과 마음을 형상화해서 볼 수 있는 방법이 있으면 좋겠다.

 

 이제 내가 쓴 글이 100편 가까이 된다. 취미지만 본격적으로 글쓰기를 시작한지 1년이 넘었다. 일단 써진 글은 컴퓨터에 저장해 놓고 시간이 날 때 마다 읽고 필요한 부분은 수정하고 다듬는다. 글이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내 생각, 마음과 닮아 감을 느낀다. 처음에는 그냥 떠오르는 오만가지 생각이나 뜨끈한 마음을 담았으니 다소 거칠고 감정에 치우친 부분도 있었지만 시간을 두고 다듬어 나가니 점점 거울의 표면이 닦여져 비친 모습이 뚜렷해 지듯이 내 생각이나 마음과 거의 같은 탁본이 되어 감을 느낀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을 보기 위한 나의 진실한 글을 쓰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된다. 잘못된 정보에 의한 글, 잘못된 믿음에 의한 글, 순간적인 감정에 치우친 글, 치장에 치중하여 내 본심이 가려진 글. 이 모든 삿된 글을 매일 거울을 닦듯이 갈고 닦아 진실로 내마음을 비추는 탁본으로 만들고 싶다.

 

202195

내 글이 내 생각, 내 마음과 얼마나 일치할까? 의구심이 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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