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조금 높아지고 겨드랑이를 스치는 바람이 서늘하다
뭉게구름 몇 개가 모여 보고 싶은 얼굴을 만든다
어느 시인이 내게 한 말
가을이 깊어 갈 때
시외버스를 타고 들판을 지나 가는데
옆 좌석 창가에 앉아 밖을 보던 어린아이가 엄마의 팔을 당기며
“엄마, 엄마, 저 들판 참 이쁘지?”
졸던 엄마가 팔을 밀치며
“조용히 해라 손님들 잠 깬다.”
이 광경을 보고 그 시인은 속으로 울었다고 한다.
아, 이렇게 한 천재 시인이 죽어 버렸구나.
우리는 모두 시인의 마음을 갖고 태어난다.
나도 모르게 켜켜이 쌓인 삶의 때가 그 순수함을 가리고 있을 뿐이다.
현실이 고단하다는 이유로
뾰족이 내미는 시인의 싹을 눌러 버리지는 않았는지…
2021년 어느 날
가을의 문지방을 넘는 계절의 모습을 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