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소통

불완전한 경청

Chris Jeon 2021. 9. 8. 01:27

 

 카톡으로 글을 쓸 때 평소 잘 안 쓰는 단어나 신조어를 타이핑하면 프로그램이 오타로 인식하고 스스로 알아서 가장 그럴듯한 단어로 바꿔준다. 뜻은 고맙지만 확인 안하고 발송하면 내 의도와는 전혀 다른 문장이 전송되어서 당황했던 경험이 있다. 배려하는 마음이 섣부른 예단(豫斷)으로 인해 오히려 화근이 된 셈이다.

 

 경청이란 의미가 궁금해서 자료를 찾아본 적이 있다. 잘 듣는다는 사전적 의미는 짐작이 되는데, 잘 듣는다는 것이 어떻게 듣는 것인지 궁금했던 것이다. 대략 공통적으로 이야기되는 경청의 다섯 등급의 수준을 인용해 본다.

 

5등급 수준: 상대방을 무시한다. 전달되는 내용이 하나도 없다

4등급 수준: 듣는 척한다. 자신의 생각 속에 빠지고 집중하지 않음으로 대화 상대가 불편해진다.

3등급 수준: 선택적으로 듣는다. 즉 자신이 듣고 싶은 것만 듣는다, 화자(話者)의 의도와 청자(聽者)의 이해  간에 차이가 발생하게 된다.

2등급 수준: 귀 기울여 듣는다. 내용을 집중해서 듣는다.

1등급 수준: 공감하고 적극적으로 듣는다. 즉, 상대방의 관점에서 듣고, 자신이 상대방의 이야기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을 상대가 지각할 수 있도록 외형적인 표현(맞장구)을 하면서 듣는 방법이다.

 

 일반적으로 4등급에서 2등급 사이의 듣기를 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이중에서 자주 문제가 되는 것이 선택적 듣기다. 화자(話者)도 상대가 듣는 것으로 생각하고 청자(聽者) 역시 자신이 듣는 것으로 인식하지만 실제로는 본인이 듣고 싶은 것만 듣게 되므로 의사 전달 과정에서 왜곡이 일어나고 이것이 나중에 오해의 소지가 된다. 카톡이 자신이 생각하는 대로 고치다 보니 글쓴이의 의사와는 전혀 다른 문장을 만들어 내는 것과 같다.

 

 나와 상대방의 생각을 이어주는 것은 말이나 글이다. 이중에서 일상 생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말임이 틀림없다. 내 자신의 굳어진 인식의 틀을 깨닫지 못해서 세모창을 통해서 본 세상을 세모로만 인식하는 경우가 없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당신을 사랑 하는 만큼 남을 사랑하십시오” 라는 말을 선택적으로 듣고 저 사람이 나를 사랑하는 줄 착각해서 얼굴에 홍조를 띄는 우를 범해서는 안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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