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비자발적 과묵형 시민

Chris Jeon 2021. 8. 30. 21:47

  온 동네가 개구리 울음소리로 시끄러워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우물을 퍼냈더니 개구리 5마리가 나왔고 이를 처리하자, 따라 울었던 나머지 개구리들도 울음을 그쳐 동네가 다시 조용해졌다고 한다. 물론 지어낸 이야기지만, 사회를 주도하는 여론이라는 것도 실상은 목소리 큰 소수에 의해 주도될 수도 있다는 것을 비유한 것으로 이해된다.

 

  920일 캐나다 조기 총선이 실시되어 하원의원이 선출되고 본 선거의 결과에 따라 총리도 결정된다. 특별한 변수가 없다면 이들이 앞으로 4년간 캐나다를 이끌 실질적인 리더가 될 것이다. 민주적인 정치제도가 정착된 선진국에서 특정 인물 혹은 정당에 의한 독주는 어렵다 할지라도 법으로 허용된 범위내에서는 선출된 리더가 결정한 방향대로 국정이 운영되고 국민들은 그들의 결정을 믿고 따를 것이다.

 

  캐나다에서 살고 있는 시민인 이상 우리는 캐나다라는 국가와 운명 공동체가 될 수밖에 없다. 이민 와서 본의 아니게 과묵한 인간이 되었다고 말하던 선배의 씁쓸해 보이던 얼굴이 기억 난다. 언어가 잘 통하지 않고 정보가 부족하다고 항상 뒤편에 서 있다 보니 어느덧 아웃사이더가 되어있더라는 자조다. 아웃사이더로 살아가는 방법은 하나다. 주도하는 삶이 아닌 따르는 삶에 만족하는 것이다. 설사 주도하는 자가 5마리의 소수 개구리라 할지라도 따라 울 수밖에 없다.

 

  캐나다는 모자이크 사회라는 자부심이 있다. 개인과 각 민족의 고유함을 존중하고 이러한 다름이 모여 조화를 이뤄내는 강점을 가진 사회다. 한국인라는 뿌리와 문화를 간직한 Korean Canadian이 모자이크 사회의 한 조각이 되기 위해서는 그 고유함을 사회로부터 인정받고 다른 고유함과 조화를 이루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노력의 첫걸음은 자신의 정당한 목소리를 당당하게 내는 것이라고 믿는다.

 

  우선 920일 조기 총선에 시민권자로서 한 표의 권리를 행사하는 것으로 시작하자. 후보자에 대한 세세한 정보가 없다면 그들의 공약이라도 살펴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것마저 힘들다면 현재 정부가 하고 있는 정책들이 마음에 든다 혹은 안 든다는 자신의 느낌만으로도 후보자를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설사 나의 결정이 나중에 잘못된 선택이었다고 후회할 수도 있겠지만, 시민권자로서 권리 행사에 충실 했다는 점에서 무책임한 기권보다는 더 높이 평가되어야 한다고 본다.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는 구성원들이 제 목소리를 내야하는 크고 작은 문제들이 무수히 있다. 이런저런 이유로 본의 아니게 과묵한 듯한 삶을 살다 보면 결과적으로 본인이 아웃사이드가 되는 것은 물론이고 내가 속해 있는 Society도 아름다운 모자이크화의 한조각이 되지 못하고 소외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움츠러든 토끼 모습이 아닌 한번의 포효로 산천을 떨게 하는 호랑이 걸음으로 투표소로 향하는 당당한 우리들의 모습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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