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우리 모두 일류가 되어야 한다

Chris Jeon 2021. 8. 30. 11:55

  기업은 2류, 행정은 3류, 정치는 4. 며칠 전 돌아가신 이건희 회장이 생전에 이 말씀을 하셨다가 정치하는 자들로부터 알게 모르게 곤욕을 많이 치렀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삼성에 몸 담았던 나도 이 이야기에 관련된 더 이상의 자세한 내용은 못 들었지만 나름대로 내 생각을 보태어 전체 스토리를 완성시켜 본다.

 

  인생에는 일류 이류와 같은 구분이 의미 없지만 기업은 다릅니다. 사람의 삶의 가치는 주관적이지만 기업은 운동 경기와 같이 규칙하에서 서로 경쟁하는 것이기 때문에 등수가 분명히 존재합니다. 일류 기업만이 살아남는 시대입니다. 글로벌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예전과 같이 한 지역에서 큰 소리 치는 기업은 생존하기 어렵습니다. 아무리 애국심에 호소해도 코가콜라의 한국 진출을 칠성사이다가 막을 수는 없습니다. 전 세계 시장을 한 개의 초 일류 기업이 독식하는 환경이 형성된 것입니다. 2등이 3등보다 낫다는 것은 숫자상으로만 그렇습니다. 6개월 기술 수준의 격차로 전세계 반도체 시장을 독점하는 회사가 그 좋은 예입니다. 일류 기업이 아닌 기업은 도태되든지 일류 기업에 종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한 국가에서 기업과 행정 정치는 서로 영향을 미치니 돕는 관계를 만들어야 합니다. 경쟁하는 관계는 더욱 아닙니다. 경제가 망가지면 정치가 어렵고 정치가 어지러운 환경에서 경제가 제대로 굴러갈 수 없습니다. 행정은 경제가 굴러가는 일종의 도로와 같은 것이니 행정이 잘못되면 경제가 산으로 갑니다. 2류 기업이 4류 정치보다 더 낫다는 것으로 이해하면 안됩니다. 어차피 일류가 아닌 이상 망가지는 것은 시간 문제입니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4류가 2류보다 일류에서 조금 더 멀리 떨어져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4류가 2류보다 더 열심히 뛰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될 수 있습니다. 본인이 4류임을 모르고 본인보다 앞서 있는 2류를 오히려 탓하고 심지어 시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여기서 뒷다리 잡기 이론이 나옵니다. 앞서가는 사람은 앞서게 놔두어라. 본인이 쉬고 싶으면 쉬어라. 쉬는 것도 앞으로 나가기 위한 방법일 수 있다. 대신 앞서가는 사람의 뒷다리는 잡지마라. 시중에 멍부가 조직에서 가장 위험한 존재라는 말이 있습니다. 멍청하지만 부지런한 사람. 조직을 헤집고 다니면서 적극적으로 조직을 망칩니다. 여기에다가 대한민국 국민의 약점으로 지적되는 강한 비교심리가 더해지면 적극적으로 앞서가는 사람의 다리를 잡고 늘어지는 뒷다리잡기 족이 생겨납니다.

 

  시간이 없습니다. 르네상스 시대에는 지금의 시점에서 봐도 천재라고 생각되는 인물들이 많이 태어났습니다. 훌륭한 지도자들도 등장했고요. 불행히도 21세기에는 그런 인물들이 많이 보이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최고의 선진국이라 인정되던 나라에서 내전을 걱정하는 판국입니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 이 나라의 앞길을 열어가는 정치하는 분들이 아줌마 장관 한 분이 아들을 사랑하는 단순무식한 마음으로 저지른 청탁사건을 갖고 날밤을 지세우는 모습을 보니 암담합니다. 2,3,4류가 옹기종기 모여 도토리 키 재기를 하는 동안 1류는 우리가 영원히 따라잡기 못할 곳으로 가버릴 것 같은 공포가 엄습합니다.

 

   이제 제가 한말을 수정하겠습니다. 기업, 행정, 정치는 모두 일류가 아닙니다. 불행히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은 현 시대에는 일류만이 살아 남는다는 것입니다. 이제 부터라도 우리 모두가 일류가 아님을 알고, 일류가 되기 위해 고민하고 노력합시다. 우리는 운명 공동체입니다. 우리 중 누구라도 일류가 안되면 나머지 모두도 일류가 되기 어렵습니다. 누가 먼저 일류가 될 수 있다면 그 사람이 일류가 될 수 있도록 도와줍시다. 일류가 된 그 사람이 나머지 사람도 일류가 되도록 도울 것입니다. 이러기 위해 우리가 먼저 해야 할 것에 집중합시다. 국회가 아줌마 한 명과 날밤을 지새며 다툴 시간이 없습니다.

 

2020. 11.26 이건희 회장님 별세 관련 기사를 읽고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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