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낙타 등에 지푸라기를 얹다

Chris Jeon 2021. 9. 4. 05:37

 

 짐을 잔뜩 실어도 꿋꿋이 버티던 낙타가 한계점에 도달하면 마지막으로 지푸라기 하나를 얹는 순간 주저 앉는다. 무엇이든 한계에 도달하면 작은 충격에도 무너지게 된다는 것을 표현하는 말이다. 지금 미국이 불타고 있다. 경찰의 과잉 제압에 의해 흑인이 사망한 것이 표면적인 이유지만 그동안 누적된 인종차별 불만,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인한 스트레스 누적, 소외 계층의 박탈감, 국가 리더의 대립 구도 조장 리더십 등이 복합된 사회적 불만이 이번 흑인 사망 사건이 도화선이 되어 폭발한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인 것 같다.

 

 완전하게 공평한 세상은 묘지 안에서만 존재한다는 자조에 가까운 말이 있다. 인간 세상의 굴러가는 이치가 불공평에 바탕을 둔 것인지도 모르겠다. 능력위주의 사회가 정의로운 사회이고, 경쟁이 없다면 발전도 없을 것이라는 주장도 일리 있다. 진화론의 적자생존의 원칙이 이 불공평한 세상을 설명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을까? 한가지 분명한 것은 모두가 다소의 불만을 안고 살아가지만 이 불만의 합이 사회가 지탱할 수 있는 임계점에 도달하기 전에 조금씩이나마 해소될 수 있는 숨구멍이 사회 시스템안에 존재해야만 어느 날 일어날 수 있는 폭발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누적되기만 하는 힘은 언젠가 껍데기를 깨고 밖으로 분출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어차피 터져 나온 힘은 기존의 틀을 변동시킨다. 지금 흔들리고 있는 미국 사회는 이후 긍정적인 방향이 아니면 부정적인 방향 둘 중 하나로 변화할 것인데, 어느 방향일지는 나 같은 평범한 사람은 예상해 볼 수 없는 영역이다. 하지만 감히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사회적 불만이 터져 나오게끔 만든 현재의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불만은 계속 누적될 것이고 종국에는 감당키 어려운 힘으로 폭발할 것이다. 또한 문제를 안고 진행되는 변화 역시 좋은 결말을 기대하기 힘들다. 인종 차별에 대한 국민 모두의 반성과 개선 노력,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줄일 수 있는 국가적 노력, 지금과 같은 갈등 조장 리더십이 아닌 국민을 통합하는 리더십의 발휘 등이 먼저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이제 전 세계를 향한 원대한 걱정은 잠시 내려놓고 나를 돌아 봐야하겠다. 가정은 사회의 최소 단위라고 하는데, 우리집 구성원의 불만의 합이 임계점을 향해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보자.  평생해로는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해온 배우자의 안색도 한번 살피고 자식들의 순응이 진정 마음에서 우러나온 것인지도 의심해 보자. 지금껏 가족을 위해 헌신해 왔다는 가부장적 자부심이 자기 도취적 생각일지도 모른다는 반성도 하자. 현 국가의 리더만 비난할 것도 아닌 것이 내자신이 자아도취형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짚어 봐야하겠다. 변화의 방향을 예측하기 어려운 혼란한 시기에 우리가 들어서고 있는 것은 분명하니 아무쪼록 몸조심 마음조심이다.

 

202061

미국 폭력 시위 사태에 대한 기사를 읽고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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