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에 의해 목숨이 경각에 달린 엄마가 아이만은 살리겠다고 아프가니스탄 카불 공항 담장 철조망 너머로 자신의 아기를 미군에게 건네는 모습을 보고 그 아기의 미래의 모습을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그 아기가 자신이 겪었던 참혹했던 과거를 교훈 삼아 이 세상에서 그러한 비극이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는 역사에 남을 주인공이 될 것을 빌어 주었다.
세상이 바뀌는 시점에는 꼭 그 변화를 주도하는 사람의 이름이 등장한다. 그 사람은 영웅이거나 천재일 경우도 있고 모두가 두려워하는 악인일 수도 있다. 우리는 그 사람으로 인해 세상이 좋아진 것에 안도하거나 반대로 그러한 사람이 태어난 것을 원망하기도 한다.
카불 공항의 그 아기는 부모를 선택할 수도 없었고 그 부모가 살고 있는 환경을 만들 수도 없었다. 공항 담장 위로 넘겨지는 순간 누가 받아줄 것인지 아니면 그냥 철조망에 걸려 아래로 떨어질 것인지에 대한 보장이 없는 상태로 그냥 던져진 것이다. 운 좋게도 맘씨 좋은 군인 아저씨가 그곳에 있어 목숨을 구했으나 이후에도 지금과 같은 행운이 계속될 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나 자신에게만 시선을 집중해 보면 사실 나의 삶에 내가 주도권을 쥘 수 있는 부분은 제한적이다. 만약 세상이 역사에 기억되는 한 인물에 의해서만 극적으로 변화된다는 것이 사실이면 우리는 너무나 우연에 의존하는 세상을 살고 있다. 세상을 바꿨던 그 사람의 등장에는 온통 우연이라는 불확실성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카불 공항의 아기는 지극히 낮은 가능성에도 도전하는 용기 있는 부모님과, 싸우는 것을 넘어서 목숨을 구하는 것이 참 본분임을 자각한 군인의 도움에 의해 살아남을 수 있었다. 앞으로 아기가 사랑을 실천하는 의료진의 도움을 받아 안전한 나라로 가서 훌륭한 양부모님을 만나 필자가 빌어준 대로 지금과 같은 제2의 아프간 비극을 막을 수 있는 훌륭한 인물로 성장하기까지는 자신의 노력 외에 수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할 것이다.
세상을 바꾸는 인물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고 그 시대 사람들에 의해서 만들어진다고 믿는다. 한나라의 대통령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간혹 ‘”어떻게 저런 사람이 대통령이 되었을까”라는 질문을 던질 때의 우문 현답은, “그런 대통령과 닮은 국민이 50% 이상 있으니까”다. 리더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그 시대의 사람들이 만드는 토양에서 자라나는 것이다.
‘세상이 왜 이래’ 라며 한탄하거나 불평하지 말고, 이 시대의 세상 모습을 만드는 주역은 나 자신임을 자각하자. 내가 어찌할 수 없을 것 같은 문제를 보고 자신의 왜소함에 좌절하지 말고 그 문제 해결을 위해 작은 가능성이라도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에 도전하고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바닷물은 5%가 안 되는 소금에 의해 짜다고 한다. 나부터 세상의 맛을 바꿀 5% 중 한 명이 되면 이 세상은 훌륭한 리더를 탄생시킬 수 있는 토양으로 변화될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지고 카불 공항의 그 아기가 역사에 남을 영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도 따라서 높아질 것이다.
2021년 8월 22일
카불 공항 아기의 사진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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