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쓰레기통이 쓰레기를 부른다

Chris Jeon 2021. 8. 29. 07:52

  부자가 친구를 초대해서 깨끗하고 으리으리한 집자랑을 하자 초대받은 친구가 그 부자의 얼굴에 침을 뱉으며 하는 말, “이집이 너무 깨끗해서 뱉을 곳이 없어 그나마 자네 얼굴이 제일 더럽기에 어쩔 수 없었네.” 그리스의 철학자 디오게네스의 일화다. 이야기가 전하는 메세지는 익히 알려져 있을 터이나, 조금 다른 생각을 해보면, 만약 그 부자의 얼굴조차 더러워 보이지 않았다면 친구는 침을 뱉지 못했을 것이다.

 

  캐나다의 쓰레기통 인심은 후하다. 내가 살았던 도시에 있는 한 동네 해변은 그 길이가 1km가 채 안 되는데 대형 쓰레기 통이 무려 30개 가까이 비치된 것을 본적이 있다.  30~40m 마다 다 차지 않은 큰 쓰레기통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변 이곳 저곳에서 버려진 쓰레기를 발견할 수 있었다. 쓰레기통이 쓰레기를 부른 것일까?

 

  불가피하게 집 밖에서 쓰레기를 버려야할 경우가 얼마나 될까? 본인의 경우를 기준으로 생각해보면 꼭 밖에서 쓰레기를 버려야할 이유를 많이 찾아낼 수 없다. 단순히 다시 가져오기에는 성가시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버릴 곳이 있으니 더 많이 버리게 되고, 오물이 모여 지저분해 보이니, 더럽다고 생각되는 쓰레기를 버리는데 별반 죄책감이 들지 않는다. 친구의 얼굴이 더럽기 때문에 침을 뱉을 수 있는 것과 같다.

 

  쓰레기통을 없애자. 그리고 발생한 쓰레기는 되가져오는 것이 모두가 당연하다고 느낄 때까지 감독하고 홍보하자. 그래서 버려지는 쓰레기가 줄어들고, 주변이 깨끗해지면 감히 그곳에 쓰레기를 투척할 생각도 줄어드는 선순환이 일어날 것이다. 친구의 얼굴이 깨끗한데 어찌 침을 뱉겠는가? 청정국으로 인식되고 있는 캐나다도 쓰레기 때문에 몸살을 앓는다고 한다. 쓰레기통을 없애는 것으로 쓰레기를 줄이는 도전적인 역발상을 제안해 본다.

 

2021.06.27

매일 산책하는 공원 쓰레기통 옆에 쓰레기가 늘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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