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일상 165

새해 혼잣말

최근 우연찮게 ‘떡’ 이란 단어를 몇 번 쓴 것 같다. 이곳에서는 흔한 음식이 아닌데. 송구영신(送舊迎新) 나쁜 말은 분명 아닌데, 약간 고리타분한 느낌. ‘Happy New Year’가 좀 세련돼 보일까? 서울에 사시는 나이든 누님의 이야기. 지방에서 살다가 서울 아파트로 이사 와서 이사떡 돌렸더니, 이웃집 젊은 아주머니 왈, “요즘 이런 것 안 하는데…” 하면서 딱하다는 듯 쳐다보더라나. 그래도 내 마음 속에는 아직 떡 기운이 남아있다. 뿌리는 한반도에 닿아 있으니까. 솔직히 누구나 좀 외롭다. 나 말고는 다 남이니… 아무리 좋은 남이라도 나만 할까. 그렇지만 이런저런 이유가 있어 ‘혼자면 외롭고 함께면 괴롭다’ 명언이 탄생한다. 할 수없이 혼자서 쑥덕쑥덕한다. 마음속에 이 놈 세워 놓고 훈계, 저 ..

단상/일상 2022.12.31

약속글 1: 결혼

♥어느 블벗님과 쓰기로 약속한 주제의 글 써서 올립니다. 100% 개인 생각입니다♥ 나이만 보면 나는 할아버지 소리 들을 자격이 된다. 그렇지만 아직 아빠로 만족하고 산다. 장성한 아이둘이 아직 자발적 미혼이다. 우리가 갖고 있는 ‘결혼’이라는 개념은 인간만이 갖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문득 결혼의 의미를 생각해 본다. 철학적, 사회학적 고찰이 아니라 그냥 떠오르는 내 생각. ‘결혼’ 이라는 단어를 보면 무엇이 먼저 연상되나? 결혼식, 남녀의 결합, 가정, 그리고 자식. 남녀(암수)의 결합은 거의 모든 생물체가 다 한다. 그 결과 그들만의 보금자리를 마련한다. 이후 후손이 생긴다. 여기까지는 인간만의 특이성을 발견할 수 없다. 대를 이어가는 것은 동물의 본능이다. 그렇다면 결혼식이라는 의식이 다른가? ..

단상/일상 2022.12.24

자발적 장애자

주자장에서 가장 주차 하기 쉬운 곳에는 ‘장애자용’ 이라는 팻말이 붙어있다. 주차할 곳 찾다가 없으면 말한다. “이곳에 주차하자. 우리는 언어장애자.” 이민 오기 전 1년, 이민와서 약 3~4년 간 열심히 영어 공부했고 이후 지금까지 그 때 실력으로 먹고 산다. 아니, 그 때 실력이 아니고 그 때 쌓아 둔 실력을 야금야금 빼 먹으며 사니 지금은 이중 언어를 할 수 있는 자(bilingual)가 아닌 0개 언어 구사자가 되어가고 있다. 한국어도 가물가물 해진다. 그래서 요즘 다시 영어 공부 시작해 볼까 하는 용감한 생각이 든다. 도시로 이사 와서 보니, 큰 한국 커뮤니티가 있고, 활동 범위도 줄어서 영어에 대한 절실함은 덜한데 새삼 왜? 명색이 이 나라 국민이고 겉은 멀쩡한데 말은 어버버. 아이도 돌 지나..

단상/일상 2022.12.20

비우기

‘비우기’, ‘버리기’라는 주제가 많이 이야기된다. 통상 불필요한 물건들을 버려서 주위 환경과 마음을 정돈하고 여유를 갖자는 목적으로 이야기된다. 맞는 말이다. 이사할 때 마다 내가 참으로 불필요한 물건들을 많이 가지고 산다는 것을 깨닫는다. 캐나다로 이민 왔을 때 한국에서 부친 이삿짐이 도착하기 전까지 신문지 깔고 등산용 버너로 요리한 밥과 찌개로 식사하면서 "이렇게 살아도 되는구." 라고 느꼈던 적이 있었다. 새가 날려면 공간이 필요하듯이 무엇으로 꽉 찬 환경은 우리의 사고폭을 제한한다. 여러가지 물건이 널브러진 환경은 집중을 방해하는 것 맞는 말이다. 그러면 얼마만큼 버리고 비워야 할까? 완전히 다 버린, 문자 그대로 무소유가 가능하며 또한 그것이 최선인가? 부처님의 무라는 경지를 잘 이해 못하는 ..

단상/일상 2022.12.17

오늘 일기

망설이던 판공성사 다녀왔다. 느낌은? 예년과 비슷. 입구에서 안내하는 교우분께 묻는다. “어느 줄이 가장 짧나? “000 신부님.” 이유는 알지. 그분 조금 다혈질이어서 가끔 맘에 안 드는 교우보면 막 나무라신다. 빨리 끝내고 싶어 그 신부님 선택. 가서 보니 대기줄보다 과연 다른 신부님 줄 보다 짧다. Good choice. 추운데 얼른 끝내고 집에 가서 따끈한 정종이나 한잔할까? 아직도 생각이 있는 곳은 속세다. 제일 끝 의자에 앉아서 기다려 보니 문제 발생. 내가 고려하지 못한 한가지, 그분 말씀이 좀 길다. 대기자의 수는 적지만, 한번 들어가면 10분 이상이네. 세상 내 맘대로 편하게 살려면 잔머리 많이 굴려야 함을 깨닫는다. 대기자를 보니 대부분 나와 마찬가지로 셀폰을 보고 있다. 앞서 들어간 ..

단상/일상 2022.12.16

고해성사 이야기

12월에는 판공성사(判功聖事)가 있다. 매년 12월 25일 주님 성탄 대축일 전의 대림 시기에 자신의 죄를 고백하고 참회하면서 용서받는 카톨릭 고해성사 의식이다. 이민와서 한인 성당이 없어서 local church에서 세례 받았다. 매년 최소한 한번은 고해성사하는데, 영어가 어눌하니 어려운 점이 많다. 그래서 미리 준비했다. 영어로 내 죄를 좍~ 영작한 후 프린트해서 가져가 읽는 것. 고해실이 좀 좁고 어둡다. 프라이버시를 위한 것인가? 그러니 신부님 소리도 잘 안 들리고 내가 가져간 프린트된 죄들이 잘 안보인다. 어버버 하는 중에 신부님이 뭐라하시는데 잘 안 들려 뭐라구요?(Pardon?) 하고 되묻는다. 참~나. 내가 지은 죄도 영작해서 읽어야 하고, local people은 한번 고해실에 들어가면 ..

단상/일상 2022.12.14

나의 꽃말 2

이전에 포스팅한 ‘꽃말 1’에서 내 꽃말 고민해 본다고 했다. 그러나 지금껏 고민해 보니 안 하는 것이 맞다 싶다. 꽃말이란 것, 그 꽃이 작명한 것 아니다. 꽃을 보는 사람들이 느껴서 지어준 것. 내가 스스로 나는 이렇다 혹은 이리되고 싶네 하며 내 꽃말 짓는 것 우습고 어불성설이다. 대신 어느 누군가가 내 꽃말 지어 줄 때 부디 예쁜 이름 지어 주실 수 있도록 매일 세수 하고 이쁘게 살아야겠다.

단상/일상 2022.12.12

생각할 거리가 많다

日 나가노시, "시끄럽다" 한 주민 18년 민원에 공원 폐쇄 결정 .주택가 공원에 50∼60명 아이들 놀아 .인근 주민 1명 "생활환경 완전 바뀌어 고통" 민원 계속 .이웃 어머니들 "아이들 놀 곳 많지 않아 계속 유지 희망" https://flip.it/9k-QB7 여러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정리되지 않은 파편 같은 단상들이 떠오른다. 내 생각 보다는 블벗님들의 생각을 먼저 듣고 싶다.

단상/일상 2022.12.09

수준 높아지는 방법

나보다 약한 상대만 택해서 싸우면 지지는 않겠지만 내 실력은 오히려 준다. 나보다 현격히 강한 상대만 골라서 싸우면 정신 없이 얻어 터지기만 하니 배울 수 없다. 나보다 조금 센 듯한 상대와 계속 싸우면 질 확률이 높겠지만 가끔씩 이기기도 하면서 자신감도 생기고 실력도 는다. 예선 1패 1무 1승. 지기도 하고, 비기기도 했고, 이겨도 봤다. 그것도 모두 죽을 힘을 다해서. 분했고, 아쉬웠고, 기뻤다. 그리고 자신감 up. 목표를 높게 잡는다. 어떤 자도 나와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자타가 공인하는 강자와 붙었다. 확연한 실력차를 느끼면서 코피 터진다. 아~ 나는 아직 부족하구나. 하지만 계속 노력하면 다음에는 분명 더 좋아지겠다. 이번 월드컵을 통해 골고루, 많이 배웠다. 자신감도 얻고 자만심도 ..

단상/일상 2022.12.06

혼자라도 괜찮고 2

카톡이 멈춘 때가 있었다. 나는 그저 대화가 안돼서 불편한 정돈데, 한국 신문을 보니 국가 신경이 마비됐다고 난리다. 택시도 못 잡고, 은행일도 안되고, 식당도 문닫고… 우리가 알게 모르게 초 연결 사회속에 살게 된 것이다. ‘혼자’, ‘함께’라는 전통적인 의미가 변하고 있다. 이전에는 내가 눈으로 볼 수 있는 거리에 사람들이 있으면 ‘함께’, 눈에 아무도 안보이면 ‘혼자’. 이른 새벽에 “까똑 까똑”해서 눈 비비며 셀폰을 열어보니, 간난 아기가 방글방글 웃고 있다. 최근 손자 본 한국에 사는 친구가 시차 계산 안하고 수다 떨자고 카톡 보내온 것이다. 이런 경우 나는 그 친구와 함께 있다고 해야 하나 아니면 나 혼자라고 해야 하나? 요즘 젊은이들 고립된 생활을 한다고 어르신들이 걱정하신다. 그러나 실상을..

단상/일상 2022.1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