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일상

쌀밥 돌밥

Chris Jeon 2023. 11. 4. 11:02

 

 

아내가 차려준 흰 쌀밥이 먹음직스럽게 담긴 밥 그릇을 비우다가 돌을 몇 개 씹었다.

“이 밥에는 왠 돌이 이리 많나?”

아내 왈, “아무래도 돌보다는 쌀알이 더 많겠지요.”

누구 말이 더 맞을까?

 

얼마전 한국의 한 고위 공직자가 모처럼 내 맘에 쏙 드는 말을 했다.

“쌀밥에 돌 한 개만 있어도 돌밥이다.”

어항 속 금붕어와 같이 투명하게 국민들에게 보여지는 고위 공직자들의 바른 자세를 당부하는 말이다.

 

온갖 구설수에 올라도 굳건하게 자리를 지키는 자.

이런저런 핑계 대고, 요리조리 빠지고, 구차스러운 방법으로 자리를 지키는 공직자들.

쌀알 백 개에 돌 하나라도 그 밥은 돌밥이다.

 

오늘 아침 밥상에서 돌을 하나 씹었다.

“어머나 미안해요. 이빨 괜찮아요?”

“하하, 밥 짓다 보면 돌 하나쯤 들어갈 수 있지.”

입 한번 헹구고 둘이서 오손도손 다시 아침을 먹는다.

우리는 평범한 소시민이니 이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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