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일상

꽃이 예쁜 이유 2

Chris Jeon 2023. 4. 17. 21:02

 

 

부처님이 모르시는 것 한가지, 본인 앞에 엎드려 염불하는 중 마음.

내가 유일하게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내 마음, 내 생각이다.

그러니 내 생각만큼은 자유롭다. 어디든 넘나들 수 있다.

맞나?

 

사실 내 생각도 갇혀 있다. ‘신념의 체계 속’ 학술적인 용어인지는 몰라도 나는 그렇게 이해한다.

내가 태어나서부터 보고, 듣고, 배우며 습득한 모든 정보, 경험이 축적돼서 일종의 프로그램화 된 것. 수치를 입력하면 엑셀 프로그램이 돌아가서 답이 나오듯, 내가 인지한 사안에 대해서 이 신념의 체계라는 프로그램이 처리해서 내 생각을 만들어 준다. 그러므로 내 생각 역시 내가 만든 이 ‘신념의 체계’를 벗어나지 못한다.

 

이 신념의 체계는 나를 나 답게 만들어 주는 주요한 요소다. 일종의 나의 정체성이다. 그러니 잘 갈고 닦아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수양, 공부, 좋은 말과 글을 듣고 읽는 것, 소중한 경험, 어떻게 보면 모두 내가 만들어 놓은 신념의 체계를 보수하는 작업이다.

 

내 신념의 체계를 좀 흔들고 싶다. 완전히 깨지는 못하더라도, 사실 그럴 필요성을 못 느끼지만, 조금씩 신선한 새로운 물이 흐르게 하고 싶다. 속된 말로 늙은 꼰대라는 소리 듣기 싫어서 그렇다.

 

그래서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 의도적으로 의문을 가지려고 노력한다. 누구나 예쁘다고 생각하는 꽃. “왜 예쁜데?”

그러니 이렇게 답하더라. “예쁘니까 예쁘지”, “당연한 것 왜 묻노?” “참 어렵게 산다.” 등등

 

어제 미사 복음 말씀은 예수님 부활 후 사도들과 다시 만나는 대목이고, 그 중 토마스 사도가 예수님 부활을 확인하겠다고 예수님 손바닥과 허리의 상처를 확인하는 장면이다. 복음의 point는 “보지 않고 믿는 자는 행복하다.”

 

사실 사도 모두가 처음에는 예수님 부활을 믿지 못했다. 바로 자신들 앞에 서있어도 전혀 예상치 않았던 상황인지라 3년 동안 모셨던 그 분임을 알아차리지 못했을 정도였으니까. 그래도 “내가 예수다” 라고 하시니 두렵기만 했다. 그런 상항에서 “확인해야겠소”라고 나선 토마스의 인간적인 솔직함과 용기는 나는 인정한다.

 

성경은 글귀가 담은 의미를 이해해야 한다고 보는 견해를 나는 가지고 있다. 그러나 많은 분들은 성경의 지나친 해석은 위험하다고 한다. 둘 다 맞다.

그럼 ‘보지 않고 믿는다’를 직역해 보자. 보지 않고 = 맹(盲) 믿는다=신(信) 즉 ‘맹신’이 된다.

 

의문과 의심은 다르다. 의문은 내가 잘 모르는 것을 물어 답을 구해서 내 이해를 공고히 하는 것이고, 의심은 상대를 믿지 못하는 것이다. 나의 확실한 이해 없이 믿고 따르기 만한다면 문자 그대로 맹신이 된다.

 

내가 맞다고,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서 의문을 가지는 노력을 한다. “왜 당연한데?” “과연 맞나?” 항상은 아니더라도 가끔씩이라도 내 생각을 부정하고 뒤집어 본다. 그래도 내 생각이 맞다고 생각되면 더 확신을 갖게 되고 아니라면 참 좋은 배움을 얻는다. 맞고 틀림을 단정 짓지 못하는 경우에는 생각의 다양함을 보게 되고 내 생각의 지평이 조금 더 넓어짐도 느낀다.

 

꽃이 예쁜 것은 맞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그 예쁜 이유를 생각하다 보니 다른 것도 예뻐 보인다. 사람도 그렇고, 나무도, 풀도… 다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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