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 무리의 리더는 늙은 암컷이다. 살아 오면서 축적된 경험으로 무리를 이끈다. 그럼 왜 수컷은 안되나? 모르겠다. 그냥 때가 되면 죽을 곳 찾아가서 죽는다는 이야기만 들었다.
힘센 어느 나라 리더 뽑는 과정에서 두 늙은 남자분들이 치고 박고 싸우다가 조금 더 늙은이가 지쳐 쓰러지고 스물살 가량 젊은 여성 후보가 등장하니 신선한 바람 분다고 좋아하는 이들이 많다.
그러고 보니 이세상 시끄럽게 만들고 있는 분들의 나이가 꽤 무겁다. 시모씨, 푸모씨 그리고 모래 바람 속에서 피 흘리며 사생결단하고 있는 나라의 지도자들…
내 주변도 비슷한 문제가 보인다. 은퇴할 나이가 훨씬 지난 분들이 이 조직, 저 단체 옮겨가며 자리를 차지하고 즐긴다. 그러면서 자주 사용하는 말, “내가 많이 해봐서 아는데….” 시쳇말로 ‘단체꾼’으로 불린다. 덕분에 참신한 아이디어를 가진 젊은이들이 설 곳이 좁아진다.
모임에서 눈 앞에 조금 젊다고 보여지는 사람들에게는 무조건 반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유는, “다들 동생 같아서…” 그렇지만 진짜 동생이라면 가끔씩 손에 쥐여줄 용돈 주는 모습 본 적이 없다. 그러면서 찍찍 반말로 좌중을 호령한다. 모두 눈치 보다가 슬그머니 자리를 피한다.
늙으면 우둔하고 젊다고 총기 있다는 공식은 틀린다. 핵심은 자신이 가진 장점과 단점을 솔직하게 인지해서 행동하는 것이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세상에 내 과거 경험만 내세우면 아제 개그가 되기 쉽고, 신지식을 과시하는 젊은이들은 경솔해 지기 쉽다.
늙은 암코끼리는 다른 코끼리들이 모르는 자신만의 지혜를 묵묵히 몸으로 보여줄 뿐이다. 그 어떤 과시나 노욕도 없다.
그럼 시니어 축에 확실히 진입한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 어려운 숙제다. 그러나 확실한 답에 대한 확신이 서기전까지 지켜야 할 나만의 수칙은 있다. “다른 사람들이 좀 해 주십시오” 하기 전까지는 내가 먼저 나서지 않는 것.”
그럼 아무도 내게 부탁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지 솔직히 조금 두려워진다. 그냥 뒤에서 표 안 나게 치다꺼리해 주는 것이 최선이겠지. 그마저 안된다면? 그때는 수컷 코끼리처럼 자신이 갈 길을 조용히 가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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