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일상

2024.9.8 아침 단상: 밤새 안녕

Chris Jeon 2024. 9. 8. 21:11

 

 

날씨가 추워졌다.

아니, 춥게 느껴진다.

며칠전까지만 해도 영상 20도 이상이었는데

갑자기 새벽에는 10도 가까이로 떨어지니 파카를 껴입고 싶다.

 

아침에 눈 뜨니 오늘이다.

어제와 오늘 사이에 막이 내려진 것인지

잠자는 동안은 몇몇 연결되지 않는 꿈속 장면만 기억나고 나머지 시간은 사라져 버렸다.

 

막간에 내가 무탈했으니 오늘 청명한 가을 하늘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막이 내려진 동안에 진정 내게 아무일 없었을까?

모를 일이다.

 

내가 모르는 사이에 암세포가 자리 잡았을 수도 있고

얼마인지는 모르지만 내게 주어진 날들 중 하루가 사라져 버렸다.

나는 그냥 내 눈에 보이는 대로 안녕하다고 믿는 것이다.

 

얼마전 댓글에서 미래를 알 수 있으면 좋아질 것이라는 뜻의 글을 읽은 것이 기억된다.

지금 생각으로서는 아닌 것 같다.

지금 안녕이 영원한 안녕으로 착각해야 행복해질 것 같다.

 

하지만 만약 누군가가 내게 일년치 미래를 보여주겠다고 유혹하면

뿌리칠 수 있을까? 힘들 것 같다.

그래서 ‘지금 생각’으로 도망갈 구석을 만들어 두었다.

 

쓸데 없는 생각으로 힘들게 사는 사람들도 많다.

저장된 과거의 기억 조차도 필요 없으니 망각하며 살도록 만들어진 것이 인간인데,

어쭙잖게 미래를 보겠다고 욕심 내고 있으니 딱하다.

 

지금 이 순간 내가 안녕이면 안녕이고

이 안녕이 당연히 지속될 것이라 믿는 것이 나의 본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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