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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성 1: 욕 대신…

신부님도 사람인지라 신자들로부터 욕 먹으면 화난다. 화를 속에 쌓아 두면 병 되는 것 아니까 밖으로 토해내야 하는데 점잖은 체면에 남 보는 데서는 곤란해서 하는 수 없이 아무도 없는 새벽 성당 주위를 “~시키 ~시키” 러시아어 비슷하게 혼자 욕하며 걸었다. 이 광경을 우연히 본 신자 중 한 명이 소문을 냈다. “우리 신부님 새벽 기도하면서 은총 받아 방언하시더라.” 정치하시는 분 욕 먹을 각오해야 한다. 어떠한 정책이 되었든 간에 이해가 상충되는 개인이나 집단이 생기기 마련이다. 욕하는 입장에서 보면 욕할 이유가 있다. 이유 없이 욕하는 사람은 정신병자 취급을 받을 수 있다. ‘사람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 라는 제목의 신문 기사를 봤다. 지금은 생각만으로 전원을 on, off 시키거나 컴퓨터 화면에서..

시사 2021.12.12

호사를 부려보자

어지럽고 지저분하면 화난다. 나이 땜시 많이 무뎌 졌지만 네모지고 텅 빈 승방이 좋다. 깔끔한 성격? 돈 아까우니 안 사서 단출해진 면도 있다. 빈 방이 시원해서 좋지만 허전하다. 쨍~하는 환청이 들릴 것 같다. 큰맘 먹고 꽃을 산다. 병에 꽂아 놓고 보니 참 좋다. 주변이 환해지고 향이 찬다. 쳐내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비워진 만큼 채워야 한다. 이왕이면 호사스러운 것으로 채워보자. 지금까지 내 것 아니 줄 알았던 화려하고 비싼 것으로. 그 시작이 꽃이다. 그 동안 수고한 내 몸과 마음 좋은 것 보여주고 들려주고 먹여주고 싶다. 너도 한번 수준 높게 살아봐야지. 꽃으로 눈 호강했으니 차려 입고 심포니 가고 점잖게 앉아 와인도 골라 보자. 탁한 말에 찌든 목도 순수한 가글로 행궈야지. 사랑, 위로, ..

단상/일상 2021.12.08

이기심 백신

부스터 샷을 맞는다. 약간의 감기 기운이 있어서 망설여졌지만 얼른 맞고 싶어서 아무 소리 안 했다. 주사바늘은 언제 봐도 싫다. 그냥 팔뚝만 내밀고 눈은 살짝 감는다. 돈 많은 선진국이 주사약을 독점한다. 85% 국민들이 그 무서운 주사 먼저 맞겠다고 아우성이다. 그러나 15% 정도는 여러가지 불이익을 줘도 절대 안 맞는다고 버틴다. 가난한 제3세계 국민들은 맞고 싶어도 백신이 없어 무방비 상태로 바이러스에게 노출되고 병균은 그들을 터전으로 진화를 거듭한다. 세계가 한 몸으로 연결되어 있다. 1, 2차 접종 이후 3차 부스터 샷까지 맞아도 가난한 나라 백성들 몸에서 진화를 거듭한 바이러스를 막지 못한다. 새로운 변종을 막기 위한 주사약을 다시 만든다고 하니 사람들은 또 한 번 주사바늘 앞에 몸을 맡겨야 ..

시사 2021.12.06

새해 결심 2 : Better than nothing

‘고해성사’ 할 때 찔리는 것이, 매년 내 죄가 대동소이 하다는 것이다. 죄 사함 받고 다시 죄 짓지 않겠다고 했는데, 매번 같은 죄를 짓고 산다. 얍삽한 꾀가 든다. 배우자의 죄는 대충 비슷하다. 종일 얼굴 맞대고 아웅다웅하니 짓는 죄도 비슷할 터, 고해성사실에 배우자 다음 차례로 들어가서 “조금전과 이하동문입니다”하면 시간 절약할 수 있겠다. 아~ 죄 하나 더 지었다. 새해를 맞이하면 결심한다. 올해는 ~을 꼭 하겠다고. 새해 Resolution이다. 시간은 한결같이 흐르지만 인간이 잘라 놓은 토막의 시작에 서서, 지난해 못 이룬 것을 반성하고, 더 나은 미래를 기대하면서 올해는 뭔가를 꼭 이루고 말겠다는 굳은 전의를 다진다. 그러나 사람이 잘 바뀌던가? 십중팔구 작심삼일로 년초의 결심은 슬며시 폐기..

단상/일상 2021.12.04

새해 결심 1 : 오발 명중

반세기전 미군이 참전한 전쟁에서 적군 1명을 사살하는데 실탄25,000발을 소비했다는 통계가 있다. 하지만 오발사고가 나면 많은 경우 인명 피해가 뒤따른다. 이것도 머피의 법칙이 적용되는 것인가? 총을 쏴서 총알을 목표 지점에 명중시키기 위해서는 일단 과녁을 잘 봐야 한다. 머리 위로 총구만 내밀고 쏘거나 과녁이 잘 보이지 않는 밤에는 높은 명줄율을 기대할 수 없다. 인간은 많은 목표를 가지고 산다. 이루고 싶은 목표, 가지고 싶은 목표, 하고 싶은 목표 등. 어떻게 생각하면 삶은 목표를 이루어 가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목표는 살아가면서 지향하는 목적지이자 맞춰야 할 과녁이다. 목표가 구체적이지 않거나 흐릿하면 맞추기 어렵다. 현모양처를 배우자의 이상형으로 정하고 구한다면 실패할 확률이 높다. 현모..

단상/일상 2021.12.01

시간에 금 긋기

‘아인슈타인은 시간의 흐름과 공간의 길이는 절대적인 것이 아니며, 관측하는 사람의 입장에 따라 달라진다는 놀라운 이론을 발표한다. 바로 상대성 이론이다.’ 상대성 이론을 설명하는 글을 읽다가 이 문장을 발견하고 책을 덮었다. 과학도가 아닌 내가 배울 것은 이것이면 충분하다. ‘일각여삼추(一刻如三秋)’란 말도 있고, ‘세월이 쏜 살 같다’는 이야기도 있다. 시간이 느리게 가서 지겹거나 반대로 너무 빠르다고 탄식하는 말이다. 사람마다 느낌이 다르기도 하지만, 내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서 왔다 갔다 하기도 한다. 오늘이 어제 같은 삶을 살다가 어느 날 불현듯 죽음이 눈 앞에 와 있는 것을 알게 된다면 좀 허망할 것 같다. 최소한 시간의 흐름을 느끼면서 살고 싶다. 가능하다면 행복한 순간에는 좀 더 오래 있고..

단상/일상 2021.11.29

리더 4: 카멜레온과 거위 친구

희한하게 진화된 녀석이다. 눈을 360도 회전할 수 있고 특히 몸의 색깔을 변화시킬 수 있는 동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상황에 따라 소신없이 자기에게 유리한 행동을 취하는 약삭빠른 자를 비유할 때 카멜레온 같다는 말을 한다. 사무실에 불이 났다. 비상 상황이다. 민주적 리더십의 신봉자인 사장님이 전 사원을 모아 놓고 의견을 묻는다. 이 상황에서 가장 좋은 행동 요령은? 여러 사람이 발표하고 사장님은 경청하며 심사숙고한다. 그러다가는 모두 죽는다. 불문곡직 “빨리 도망가”라고 외치는 독재형 리더십이 필요하다. 이상적인 리더십 유형이 한가지 일 수는 없다. 리더십의 고전인 군주론에서도 마키아벨리는 “군주는 여우와 사자를 겸비해야 한다” 라고 했다. 리더는 유연한 사고를 바탕으로 그 상황에 가장 맞는 대안을..

시사 2021.11.26

순수하다는 것

결혼식 때 입는 신부의 웨딩드레스는 흰색이다. 아무것도 섞이지 않은 순수한 색으로 느끼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신랑은 왜 검정색 양복을 입나? 시커먼 남자의 속마음을 표현한 것인가? 웃자고 한 이야기다. 혼혈인은 예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예쁘고 덜 예쁘고는 느낌이기 때문에 그렇다 치고, 혼혈인은 의학적으로 우성유전법칙에 의해서 부모의 좋은 DNA를 받게 된다고 알려져 있다. 숲도 여러 수종이 섞여 자라면 병충해에도 강하고 산불에도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역사적으로도 헬레니즘 문화처럼 서로 다른 문화가 조합되면 더 훌륭한 문명이 탄생된다. 오염된 것과의 섞임은 주의해야 하는 것이 맞지만, 섞임을 순수하지 않음으로 바로 매도하는 것은 옳지 않다. 고유함(uniqueness)은 존중되어져야 하고 ..

시사 2021.11.22

배 멀미

배를 타고 가다 배 멀미가 날 경우 움직이는 파도를 보면 더 심해진다. 이때 육지가 보이면 움직이지 않는 육지 한 곳에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으면 멀미가 좀 덜해진다. 세상이 무섭도록 빠르게 변한다. 기술발전 측면에서 컴퓨터 하나만 보더라도 지난 40년 동안 100만배 성능 향상이 이루어졌고, 앞으로 상당 기간 동안 그 발전 속도는 점점 더 빨라질 것으로 예측된다고 한다. 너무나 많은 정보와 접촉하며 살고 있어 이제는 내가 정보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정보에 의해 내가 조종당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염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전통적인 남녀 구분 경계가 허물어지는 예에서 보듯이 이제껏 사회를 지탱해온 규범, 가치관이 무너지거나 변화되어 무엇을 기준으로 살아야 할지 혼란스럽다. 세상이 아래위로 뒤집어지고 빙..

시사 2021.11.20